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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3분기 0.6% 성장했지만 앞이 보이지 않는 경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26 18:29

수정 2023.10.26 18:29

중동전쟁 격화, 유가 250弗 경고
안일한 인식 버리고 총력 대응을
한국은행 신승철 경제통계국장(왼쪽)이 26일 오전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 추계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 신승철 경제통계국장(왼쪽)이 26일 오전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 추계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수출은 소폭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한국 경제는 여전히 어두운 터널에 갇혀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3·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분기 대비)이 0.6%로 집계됐다고 26일 발표했다. 분기별 성장률은 팬데믹 기간 마이너스로 돌아선 뒤 서서히 회복됐지만 지난해 4·4분기 수출이 급감하면서 다시 마이너스를 기록, 충격을 줬다.

올해 반등에 성공해 지난 3·4분기까지 3분기 연속 역성장을 피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 정도로는 정부와 한은의 올해 전망치 1.4%도 장담할 수 없다.
정부는 이제 올해가 두 달 남은 시점에서 상저하고론에 빠져 있지 말고 방향을 새로 잡아야 한다. 총선 표밭에만 정신이 팔린 정치권의 각성은 말할 것도 없다.

올 성장 예상치 1.4%도 지속적으로 하향 조정된 끝에 나온 수치였다. 국제통화기금(IMF)도 5차례 연속으로 우리 성장률을 낮춰 똑같이 1.4%로 전망했다. 한은은 앞서 지난 2·4분기 성장률을 발표하며 3·4분기와 4·4분기 성장률이 각각 0.7%는 돼야 올해 1.4% 성장이 가능하다고 분석한 바 있다. 산술적 계산이어서 4·4분기 분발하면 전망치에 부합할 순 있겠으나 문제는 경기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데 있다.

민간의 체감경기는 다시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10월 '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전 산업 업황은 70이다. 지난 2월 이후 8개월 만의 최저치다. BSI가 100을 밑돌면 경기전망을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다. 금리, 물가, 환율 등 시장이 연일 요동치는 상황에서 기업 경영은 여전히 어렵고 나아질 기미가 없다.

대외여건은 미중 패권다툼, 우크라이나 전쟁에 설상가상으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까지 덮쳐 앞이 보이지 않는다. 이스라엘은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을 받은 뒤 가자지구를 봉쇄하고 공습을 3주째 이어가고 있다. 외신은 이스라엘 지상군이 26일(현지시간) 밤새 가자지구에 대규모 공격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심야 급습을 전초전으로 이스라엘이 전면적 지상전 돌입 수순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이란 등 아랍권의 개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중동전쟁에 이웃 산유국들까지 발을 담그면 석유 공급이 하루 200만배럴 줄고 유가는 배럴당 2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BofA에 따르면 과거 1973년 아랍 산유국들의 석유 수출금지나 1979년 이란 혁명 당시 국제유가는 세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고유가가 장기화되면 기름 한 방울도 나지 않는 한국 경제는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냉난방비가 급등하고 자동차 연료, 공장 생산비가 치솟는다. 장바구니 물가, 외식비, 인건비를 끌어올리고 해외에서는 시장위축으로 수출 문이 더 좁아진다. 고물가, 고금리, 저성장 악순환의 늪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비상한 경제시국에 정부, 정치권은 안일한 인식부터 떨쳐내야 한다. 반도체 경기가 나아지면서 수출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없는 건 아니나 온기를 느끼기엔 아직도 부족하다. 수출전선 전체가 활력을 가질 수 있게 정책지원을 더 강화해야 한다.
성장엔진을 재정비하고 새로운 동력을 발굴하는 것도 절실하다. 불안한 대외여건을 이기는 힘은 결국 내부의 체질개선, 국가 전체 경쟁력에 달렸다.
개혁에 더 속도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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