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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發 '핵무장론' 다시..."北 위협에 확실한 억지력 가져야"

이설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02 16:50

수정 2023.11.02 16:50

'서울시 핵·미사일 방호 발전방안 포럼' 개최
지자체 차원 최초 전시 방호대책 토론회
"자체 핵보유만이 우리 지킬 최후 수단"
오세훈 서울시장이 2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열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본 서울시 핵·미사일 방호 발전방안 포럼'에서 인사말를 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오세훈 서울시장이 2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열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본 서울시 핵·미사일 방호 발전방안 포럼'에서 인사말를 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파이낸셜뉴스]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인해 국제정세가 급변하는 가운데 인구 1000만의 서울도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가 자체적으로 핵을 보유함으로써 전쟁 억지력을 가질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자체 핵보유만이 우리 지킬 최후 수단"
서울시는 수도방위를 책임지고 있는 김규하 수방사령관을 비롯해 서울시 통합방위협의회 위원, 안보정책자문단, 핵 및 방호분야 국내 전문가 등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본 서울시 핵·미사일 방호 발전방안 포럼'을 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3층 대회의실에서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최초로 열린 전시 방호대책 토론회다.


이번 포럼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통한 시사점을 공유하고 한반도 확장 억제를 위한 다양한 정책 방향과 수도 서울의 빈틈없는 방호태세를 위한 발전방안을 논의하고자 마련됐다.

포럼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킨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가 주최가 돼 처음으로 안보 관련 토론회를 개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서울시가 천만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해야 하는 만큼 최첨단 과학기술이 가져온 무기체계의 변화, 안보상황의 변화 등을 계속해서 토론 시리즈로 다뤄야겠다고 관련부서에 주문했다"고 말했다.

발제자로 나선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정성장 박사는 '현(現) 확장억제 전략 평가와 향후 10년 전략적 선택' 를 주제로 핵 확장 억제, 핵 공유 또는 전술핵 배치, 한·미 핵 협정 보완 등 다양한 핵 정책 방안을 공유했다.

정 박사는 "현재 북한은 80~90여 발 정도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도는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며 "자체 핵무기 보유는 주변국들로부터 우리를 지킬 최후의 수단이고, 더 나아가 주변국들과 대등한 호혜협력관계를 유지, 발전시켜 나갈 외교·안보적 자산이 돼 지속 가능한 평화의 시대를 열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北 ICBM 개발 상당 진전...美 본토 위협"
장 박사는 북한이 다수의 핵탄두를 보유했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상당한 진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국의 핵우산과 확장억제에 전적으로 의존해도 되는 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결국 미국도 자국 영토에 대한 위협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는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을 보유하고 있는 가운데 남북한 간 확전이 일어나면 과연 미국이 핵무기로 북한을 보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며 "미국은 지금도 북한이 한국을 핵무기로 공격할 경우 미국이 가지고 있는 어떠한 핵무기로 북한에게 어떻게 보복할 것인지 한국과 구체적으로 협의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생산 능력을 연간 130-240kg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매년 8-16개의 핵무기 제조가 가능한 수준이다. 정 박사에 따르면 북한의 핵 미사일이 위력 20kt의 핵탄두를 탑재하고 800m 높이의 서울 상공에서 폭발할 경우 11만4600여 명이 사망하는 등 53만46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정 박사는 "2019년 미·북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은 비핵화를 위한 협상을 공개적으로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는 실현가능성이 희박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보다 북한의 핵위협에 대한 확실한 억지력 확보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덧붙했다.

"최소 日 수준 핵 잠재력 갖춰야"
일각에서 우리나라의 핵 보유 시도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문제를 제기하는 가운데, 최근엔 흐름이 바뀌고 있으며 최소한 일본 수준의 핵 잠재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정 박사의 주장이다. 일본은 1988년 미일원자력협정에 의해 우라늄의 20% 미만 농축을 전면 허용받고, '당사자 합의 시' 20% 이상의 고농축도 가능하다. 반면 우리나라는 2015년 개정 한미원자력협정을 통해 우라늄의 20% 미만 저농축이 '원칙적'으로 허용됐다.

정 박사는 "우라늄의 20% 미만 저농축도 고위급위원회의 협의를 거쳐 서면 합의한다는 단서 조항이 있어, 20% 미만 저농축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핵무기의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 보유량, 재처리 및 우라늄 농축 기술, 미사일 기술 등을 종합해 볼 때, 일본은 자체 핵 개발이 어느 정도 가능한 기술적 수준에 도달해 있으나 한국은 일본에 비해 핵잠재력이 한참 낮은 수준이다"라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가 미국과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을 신속하게 재개해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분야에서 최소한 미일원자력협정 수준으로 한미원자력협정의 개정을 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NPT 탈퇴도 고려해야...美 대선결과 중요"
정 박사는 "한국의 안보 상황이 심각하게 악화된다면 정부는 국가 생존과 안보를 위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문제를 진지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이후에는 비확산체제를 유지하고자 하는 국가들과의 관계가 일시적으로라도 악화되지 않도록 대대적인 외교 캠페인이 필요하고,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 및 묵인하에 핵개발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가 독자적인 핵무장을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미국 설득인 만큼 내년에 있을 미국 대선에서 어느 당이 집권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것이란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재선에 도전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다른 국가를 위해 방위비를 쓰는 것에 매우 부정적이다. 실제 미국의 2023 회계연도 국방예산은 7730억달러(약 1000조원)에 달하는데, 핵무기 관련 예산까지 포함하면 1조달러(약 1300조원)가 넘는 예산을 국방비로 지출하고 있다.

정 박사는 "현실적으로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을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바이든 행정부를 대상으로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수용, 원자력추진잠수함 보유 동의까지만 이끌어낼 수 있어도 대성공을 거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만약 한일의 핵무장에 열린 입장을 가지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되면, 미국의 강력한 반대나 제재에 대한 우려 없이 핵무장의 방향으로 비교적 순탄하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보 우려 높아져...오 시장 '핵 무장론' 반영한 듯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안보를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핵 무장론을 주장하고 있는 오세훈 시장의 견해에 따라 이번 포럼이 개최된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시장은 우리나라의 자체 핵 무장론을 꾸준히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19년 자유한국당 당권 도전에 나서면서 핵 개발론을 들고 나왔다.

2019년 발간한 본인 저서 '미래 :미래를 보는 세 개의 창'에서 오 시장은 "우리도 핵 개발 능력을 보유하려는 시도를 하는 순간, 혹은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서 전술핵을 재배치하려는 순간, 북한 핵의 폐기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며 "적어도 일본 정도의 핵 주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미동맹을 포함한 모든 대북 핵 억지 기제가 작동하지 않을 때, 비핵화를 위한 모든 정책 옵션이 고갈되고 있을 때, 바로 핵무기 개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도록 결심만 하면 언제라도 할 수 있는 태세 정도는 갖춰 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1년 서울시장 재임에 성공한 뒤에는 말을 아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다시 핵 무장론을 꺼내 들었다.
오 시장은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이 되던 시점 페이스북을 통해 "핵을 가진 북한을 상대하기 위해 한국이 핵 보유 옵션을 열어놔야 한다"며 "우리가 핵보유 가능성까지 검토할 때 북한은 물론 중국까지 압박해 우리의 협상력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북한 비핵화 실현 가능성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주자했다.

이어 3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오 시장은 "북한이 최소 수십 개의 핵탄두를 확보한 가운데 핵무기 개발을 자제하고 비핵화를 고수해야 한다는 논리로 더는 국민을 설득하기 힘들다"고 언급했다.


지난 8월 말에는 서울시의회 시정질의에서 "북한에 상응하기 위한 방어체계를 만드는 데에 들어가는 재원보다 핵무기 개발에 들어가는 재원이 훨씬 경제적"이라며 핵 무장론에 재차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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