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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공사하다 회사 망한다..."돈 더 달라" 벼랑 끝 BTL

이종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12 14:52

수정 2023.11.12 18:43


서울의 한 건설현장. 사진=뉴스1
서울의 한 건설현장.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임대형 민자사업(BTL) 시장이 공사비 급등으로 올스톱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교육시설 BTL 프로젝트에 참여중인 건설사들이 도저히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며 공사비 현실화(증액) 요구를 담은 '집단 연명서'를 최근 주무부처인 교육부에 제출하는 등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BTL 사업시행자(SPC)연합'은 지난 10일 교육부에 '교육시설 BTL 사업비 증액' 요청을 담은 연명서를 전달했다. 36곳의 교육시설 BTL 사업에 참여중인 50개 건설사가 동참했다. BTL은 사업 시행자가 건설 후 주무관청에 양도하고, 주무관청이 일정 기간 리스해서 운영하는 사업이다.

현재 문제가 크게 불거진 BTL은 교육부의 '그린스마트미래학교'와 '대학교 생활관 및 시설개선' 등이다.
전 정부 때 관련 BTL 예산이 2조원대로 늘었다. BTL 발주 사업 대부분이 교육시설로 채워지면서 중견부터 지역 중소 건설사까지 수많은 업체가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 건설사의 요구는 지난해 이전에 발주돼 공사중인 BTL 사업도 소급적용해 폭등한 공사비를 현실화해 달라는 것이다. 공공공사는 예산수립 이후 실제 발주까지 1~2년 정도 걸린다. 발주 시점에 물가상승을 어느정도 감안해 공사비를 새로 책정하는데 문제가 되는 교육부 BTL은 1~2년 전 예전 가격 그대로 고시됐다. 즉, 발주 시점의 공사비가 1~2년전 책정된 가격으로 그대로 결정됐고, 업체들은 이를 수주해 사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공사비가 폭등하면서 책정된 공사비로는 감당이 안될 만큼 적자폭이 커져 사업진행이 어렵다는 게 업체들의 설명이다.

BTL 연합의 한 관계자는 "공사원가가 최소 30~40% 가량 올랐다"며 "한계에 도달했다. BTL 사업은 중견·중소 건설사가 주로 참여하는데 현재 여러 회사가 도산 위기에 처한 상태다"라고 토로했다.

이무송 대한건설협회 부장은 "대부분의 현장에서 실행률이 최소 120%로 100%를 넘어선 상태"라며 "이번 공사비 폭등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던 만큼 공사비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교육부는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입찰 당시 책정된 금액을 인지하고 참여한 만큼 현실화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계약서상 소급적용이 불가능하며, 현저한 공사비 변동이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지난해 기재부가 물가상승분을 반영하라고 했는데 교육부는 묵묵부답"이라며 "100원을 주면서 150원 공사를 하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이어 "현실화 요구에 일선 교육청과 대학교는 교육부에, 교육부는 기재부에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핑퐁게임을 하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학교 BTL 사업 참여 건설사들 중 도급순위 600위권 밖의 지역 영세업체들은 생사기로에 섰다.
이 부장은 "이들 업체의 경우 한 곳만 적자가 나도 회사가 휘청거린다"며 "상당수 영세업체가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최근 들어 공공공사에 물가상승분을 반영해 공사비를 현실화 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와 규정을 고치고 있다.
하지만 교육시설 BTL 등 소급적용되지 않는 이전 계약 건에 대해서는 주무부처와 건설사 간 갈등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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