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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산의 쾌거 속, 선제적 복합 대응전략 수립 필요하다 [밀리터리 월드]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2.25 06:00

수정 2023.12.25 20:58

2023년 군사관련 주요이슈 결산 (下)
-핵 위협, 핵 무력의 고도화 가속... 핵확산 우려 커져
-최첨단 전력과 미래전에도 여전히 중요한 재래식 전력
-2년 연속 세계 '톱10' 자유민주주의의 무기고로 떠오른 K-방산
-내년 세계 주요국 선거 변수... 선제적 복합전략 수립해야
[파이낸셜뉴스]
23일(현지시각) 요르단강 서안지구 베들레헴에 있는 예수탄생 교회 인근 구유 광장에서 한 사제와 남성이 가자지구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그리스도 성탄화 앞에 촛불을 밝히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예수 탄생지 베들레헴은 조용히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23일(현지시각) 요르단강 서안지구 베들레헴에 있는 예수탄생 교회 인근 구유 광장에서 한 사제와 남성이 가자지구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그리스도 성탄화 앞에 촛불을 밝히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예수 탄생지 베들레헴은 조용히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최근 현대전은 복합적인 전쟁 양상을 보여준다. 올해 나타난 주요 군사기술적 특징 중 하나는 최첨단 무기체계만큼이나 여전히 재래식 전력도 기본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는 것을 시사한 점이다.


현상변경 시도세력은 기존 국제질서의 재편을 노리는 중국, 러시아, 북한과 이란을 중심으로 이른바 전제주의 축(axis of tyrannies)으로 불린다.

한국과 미국, 일본을 포함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 서방세력은 기존 질서를 수호하려는 자유민주주의 진영이다. 양측은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등 지구촌 곳곳에서 치열한 도전과 응전을 벌인 한해였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안보의 영역도 블록화·진영화 하면서 군사적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외교와 경제, 산업 기술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됐다. ‘복합안보’라는 포괄적 안보의 개념이 더 뚜렷해진 배경이다.

지구촌의 군비경쟁과 핵확산·핵 위협의 강도가 계속 높아갔다. 이런 와중에 대한민국의 K-방산은 자유민주주의 무기고로 떠오른 한해였다.

지난 11월 7일 (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 군의 포격을 받은 가자 지구에서 연기가 솟아 오르고 있다. 사진=로이터·뉴스1
지난 11월 7일 (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 군의 포격을 받은 가자 지구에서 연기가 솟아 오르고 있다. 사진=로이터·뉴스1
■핵 위협, 핵무력의 고도화 가속... 핵확산 우려 커져

러시아는 올 2월 미국과의 사이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핵 군축 협정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지난 11월 2일(현지시간)엔 30년 가까이 유지했던 국제 조약인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을 철회했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미국과 나토에 대한 반발에 따른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러시아는 또 벨라루스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하는 등 핵 사용 위협 강도를 계속 높여가고 있다.

중국도 핵무기 보유량을 급속하게 늘리고 있다. 지난 6월 스웨덴 싱크탱크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공개한 올해 연감에 따르면 중국이 보유한 핵탄두 수는 1월 기준 410기다. 전년 같은 달에 비해 60기가 늘었다. SIPRI는 "중국이 이미 핵전력을 현저히 확대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미 국방부도 10월 공개한 '2023 중국 군사력 보고서'에서 중국이 올해 5월 기준 500기 이상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이는 이전 예측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오는 2030년에는 핵보유고가 1000기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은 지난해 9월 최고인민회의에서 법령으로 핵무력정책을 채택하고 올 9월엔 국가최고법인 헌법에까지 명시하며 강화했다. 이란도 핵무장에 접근하고 있어 핵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단 관측이다.

미국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전략핵폭격기 등 3대 핵전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지난 10월 "빠르게 변화하는 안보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B61의 현대화를 추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같이 펜타곤은 "핵 억제력 강화를 위해 기존 핵 중력탄을 개량한 더 진보한 성능을 지닌 전술 핵무기 B61-13 생산을 추진한다"고 공개했다.

앞서 올 3월 미 핵무기 운용을 총괄하는 앤서니 코튼 미 전략사령부 사령관은 "미국, 동맹국 및 파트너가 공격적이고 강압적인 행동에 맞설 수 있도록 확장 억제를 위해 3대 핵전력과 핵 지휘 통제 통신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재래식 작전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드론이 다각적으로 사용됐다. 우크라이나 군인이 벨라루스와의 국경 인근에서 시범 비행했던 드론을 착륙시키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재래식 작전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드론이 다각적으로 사용됐다. 우크라이나 군인이 벨라루스와의 국경 인근에서 시범 비행했던 드론을 착륙시키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최첨단 전력과 미래전에도 여전히 중요한 재래식 전력

현대·미래전의 전투영역은 군사작전과 전시 병참의 운용 판단에 이르기까지 물리적 공간뿐 아니라 가상의 사이버 공간까지 확장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대칭전 형태의 네트워크전(Network Centric Warfaer), 다영역작전(Multi D omain Operations), 모자이크전(Mosaic Warfare)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4세대 전쟁 양상을 띠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마스(헤즈볼라, 후티 반군 등 이란의 대리 세력들)는 오랜 준비를 거쳐 지난 10월 7일 기습공격을 감행한다. 이스라엘군은 이미 가자지구 국경에 첨단 AI 기반 경계망을 구축해 24시간 감시할 수 있는 적외선 감시기와 첨단 통신 도청 전력 등을 완비한 상태였다. 하지만 고전적인 (그들의) 재래수법에 속수무책으로 내부 침공을 허용했다.

전문가들을 “이스라엘 당국이 AI 체계의 능력을 과신한 결과”라며 “예리한 분석과 조기 경보를 자신하는 첨단 AI 업체에 점점 더 의존하는 다른 국가의 정부에 대한 경고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전쟁 역시 최첨단 정보·정찰·감시체계와 혼용된 지상전 위주의 재래식 장기전 양상을 보이면서 군인과 민간인의 사상자가 다수 발생하는 현대전의 복합적 전쟁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가 전장에서 일론 머스크의 민간 우주통신서비스 스타링크 위성서비스를 제공했다. 무너졌던 전술지휘통제체계(C4I) 기능을 복구해 최대한 활용할 수 있었단 평가를 받았다. 이스라엘 방위군(IDF)도 대규모 반격 작전에서 첨단 AI를 활용한 무기체계를 전면에 투입했다. 같은 인원으로 훨씬 더 효율적인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같은 사례에 비춰 AI 체계와 로봇화된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 등 첨단전력은 현대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갖춰야 할 핵심전력이라는 사실 역시 분명하다고 군사전문가들은 평가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궤도형 보병전투장갑차인 ‘레드백(Redback)’이 독일 라인메탈의 ‘링스(Lynx)’를 꺾고 호주 차기 장갑차로 최종 선정됐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궤도형 보병전투장갑차인 ‘레드백(Redback)’이 독일 라인메탈의 ‘링스(Lynx)’를 꺾고 호주 차기 장갑차로 최종 선정됐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2년 연속 세계 '톱10' 민주주의의 무기고로 떠오른 K-방산

현상변경 국가들의 군비증강과 무력 과시로 신냉전은 촉발됐다. 유럽, 아시아 태평양 그리고 중동에서 군비경쟁은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은 국방비로 연 7% 내외의 증액을 지속해 올해는 약 1조5537억위안(한화 약 293조원)에 이르렀다. 이에 맞선 미국은 2024년 국방비로 역대 최대인 8420억달러(한화 약 1111조원)를 확정했다. 일본은 2027년까지 11조엔(한화 약 96조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나토국가들도 국방비를 GDP 대비 2%대로 늘리기로 합의했다. 지난 6월 말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30개 회원국 중 영국 등 9개국이 2% 목표를 넘었다고 전했다. 나머지 19개국도 2024년까지 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폴란드는 GDP대비 2.4% 수준에서 4%로 늘리고 있다.

국방부는 20일 우리 방위산업체들이 올해 약 130억달러(약 16조9천억원)의 수출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당초 올해 200억달러 규모 방산 수출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올해 수출실적은 작년 약 173억달러보다 약 43억달러가량 줄어든 수치로 집계됐다.

우리 기업들은 방산부문에서 작년 6개의 무기체계로 폴란드 등 4개국을 상대로 실적을 올렸다. 올해는 12개의 주요 수출 무기체계로 다변화했다. 방산 대상국도 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지역과 핀란드·에스토니아·노르웨이 등 유럽권역까지 12개국으로 확대됐다.

국방부는 "향후 예정돼 있는 각종 무기체계 수출이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내년엔 200억달러 수출실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속 가능한 방산수출 확대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란 평가다.

K-방산은 극강의 가성비와 생산력, 미국과 나토의 무기체계와 상호 운용 호환성을 갖춘 장점을 지녔다. 매력적인 가격에 충분한 성능을 보장한다. 방위력 개선의 핵심 중 하나인 '적시 납품' 능력과 유지 보수를 위한 정비와 적기 부품 공급 등 후속지원도 탁월하다.

이는 중공업 기반이 없어 자국산 소총도 생산하지 못하던 대한민국이 50여 년 만에 이뤄낸 쾌거란 평가를 받는다.

지난 2월 23일(현지시각) 폴란드 토룬 포병사격장에서 우리가 수출한 K9 자주포가 표적을 향해 포탄을 발사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제공
지난 2월 23일(현지시각) 폴란드 토룬 포병사격장에서 우리가 수출한 K9 자주포가 표적을 향해 포탄을 발사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제공
■내년 세계 주요국 선거 변수... 선제적 복합전략 수립해야

내년에는 세계 주요국에서 선거라는 외부적 변수가 기다리고 있다. 2024년에는 대만 총통 선거, 일본 총리 선거, 러시아 대선, 인도 총선, 한국 총선, 미국 대선 등이 국내 정치 이벤트가 대거 포진돼 있다. 특히 미국 대선은 국제정치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당선자에 정치적 성향과 정책 변화에 따라 자유주의적 국제질서 수호라는 큰 틀보다 미국 자국의 국익 수호에 더 큰 비중을 둘 수 있다. 또 북한 비핵화 등 대응 억제 기조까지도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손대권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2024년은 선거의 해로 지구촌 40개 이상의 국가에서 주요 선거가 예정되어 있어 한 표를 행사하는 유권자가 전 세계적으로 42억명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11월 美 대선에서 "트럼프가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 미국의 대외정책도 다시 자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일방주의 외교를 펼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어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다소간 약해질 것"이라며 "한국 등 동맹국과 우방국에 방위비 분담금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도 크다"고 덧붙였다.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은 "올해 북한이 역대 최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기록했지만 유엔 안보리 대응은 무기력했다"고 지적했다.

내년 미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협상전략의 일환으로 ‘핵동결-제제완화’라는 핵용인 카드를 던질 수 있다.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2023년에 역점을 둬 추진했던 NCG(한미핵협의그룹) 등 플랫폼을 빠르게 제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24년 한국의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과 우려되는 여러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며 "적기에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가장 높은 수준의 선제적 복합전략 수립이 매우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북한이 전날 발사한 장거리탄도미사일이 고체연료 기반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이며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현지에서 '발사훈련'을 지도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9일 보도했다. 신문은 발사된 미사일은 최대정점고도 6518.2㎞를 기록했으며 총 1002.3㎞를 4415초(1시간13분35초) 비행하여 동해 공해상 목표 수역에 정확히 탄착됐다고 주장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한이 전날 발사한 장거리탄도미사일이 고체연료 기반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이며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현지에서 '발사훈련'을 지도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9일 보도했다.
신문은 발사된 미사일은 최대정점고도 6518.2㎞를 기록했으며 총 1002.3㎞를 4415초(1시간13분35초) 비행하여 동해 공해상 목표 수역에 정확히 탄착됐다고 주장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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