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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이사람] "반도체 인재 키워 소부장 기술의존 극복해야"

김현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22 18:21

수정 2024.01.22 18:21

왕현철 한국폴리텍대학 반도체융합캠퍼스 교수
반도체산업에 20년 쏟고 교단으로
장비 분야 실무위주 교육에 힘써
K반도체 약점은 ‘시스템·소부장’
민학관연 뭉쳐 사람·기술 키워야
[fn이사람] "반도체 인재 키워 소부장 기술의존 극복해야"
"반도체는 전망이 좋아서 하는 게 아니라 포기하면 안 되는 산업이라 해야 하는 겁니다."

왕현철 한국폴리텍대학 반도체융합캠퍼스 교수(사진)는 22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반도체 기술 발전은 국가 미래산업의 핵심"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반도체 산업이 다시 상승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면서도 경기 흐름과 무관하게 기술인력 양성에 지속해서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 교수는 "산업이 어려울 때마다 인력양성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힘이 빠지는 것 같다"며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시스템반도체 부진과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술 의존 등의 문제를 안고 있는 만큼 언제까지 산업과 기술을 끌고 나갈 수 있을지 불안감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렇기 때문에 민·관·학·연이 힘을 모아 사람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기술우위를 확보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2021년 반도체융합캠퍼스에 부임한 왕 교수는 반도체 장비개발 경력 20년의 전문가이다.
세메스, 원익IPS 등에서 웨이퍼의 특정 물질을 제거하고 쌓아 올리는 공정인 식각과 증착 장비를 개발했다. 반도체 공정의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불량을 예측·탐지하고 설비·공정 최적화 솔루션을 제공하는 일도 맡아 했다. 이 같은 경력으로 53건의 특허를 출원하고 22편의 논문을 냈다.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에 공헌해 지난해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개최한 '제14회 반도체의 날' 기념식에서 기술개발 유공자로 선정됐다.

잘나가던 반도체 전문가가 연봉까지 포기하면서 갑자기 교수직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왕 교수는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 컸다"며 "반도체로 20년을 먹고살았으니 남은 20년은 성장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며 웃었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대외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산업 생태계가 재조명되면서 안성캠퍼스를 전면 개편한 반도체융합캠퍼스는 2020년 1월 출범하며 기술인력 양성에 선도적으로 뛰어들었다. 왕 교수는 현재 학교에서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 취약부문인 장비분야 교육을 맡고 있다. 교육과정 캐치프레이즈인 '신입사원이 아닌 경력사원'을 따라 학생 중 일부는 프로젝트 포트폴리오만으로도 1년 경력을 인정받아 취업하기도 했다. 학생들이 창업동아리를 결성해 만든 플라스마 화학증착장비(PE-CVD)는 한국공학대에 교육용 장비로 납품됐다.

왕 교수는 반도체융합캠퍼스의 가장 큰 경쟁력으로 "반도체에 특화한 유일한 대학으로서 다양한 반도체 가치사슬을 아우르는 교육 인프라를 갖추고 있고 출범 5년째 들어서는 만큼 경험으로 축적한 노하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융합캠퍼스는 지난해 70억원을 투입해 반도체테스트, 반도체장비개발 등 2개 학과를 신설했고 올해 525명의 반도체 전문인력을 양성한다. 왕 교수와 같이 기업에서 핵심 역할을 하던 엔지니어들이 교수진으로 참여해 산업체 눈높이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한다.


왕 교수는 "반도체융합캠퍼스가 반도체 기술 교육의 모범사례로 자리잡아 반도체 소부장 산업 생태계를 다지고 산업 경쟁력의 핵심인 기술과 사람을 키우는 밑거름이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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