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中알리·테무 맞서 생존 절실"…쿠팡, 와우 멤버십비 조정 전략 '결단'

뉴시스

입력 2024.04.12 14:52

수정 2024.04.12 14:52

쿠팡, 와우 멤버십 월 요금 4990원→7890원으로 인상 무료 로켓배송·새벽배송·반품·쿠팡플레이 등 혜택 다양 "쿠팡 수익성↓…中 이커머스 대응 투자 확대 불가피"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서울 쿠팡 본사 건물 모습.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서울 쿠팡 본사 건물 모습.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쿠팡이 와우 멤버십 월 요금을 종전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전격 조정한 배경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극초저가 제품을 무기로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는 중국 알리 익스프레스와 테무의 공세에 맞춰 멤버십 요금을 올리는 '승부수'를 띄웠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에선 10년간 누적적자 6조원 이상을 내며 소비자 혜택을 끊임없이 확대해온 쿠팡의 '불가피한 선택'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쿠팡이 지난해 첫 흑자 전환을 했지만 영업이익률이 1.9%에 불과할 정도로 수익성이 과제로 뽑히는데다, 한해 4조원 이상을 와우 회원의 무료 배송과 상품할인 등에 투자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알리·테무에 맞서 투자 확대를 위한 여력 확보 차원이라는 것이다.

◆새로운 월 요금 7890원…쿠팡 "매년 4조원 이상 와우 고객에 돌려주겠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이날 와우 멤버십 요금을 종전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올린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2021년 말 멤버십 요금을 4990원으로 올린 지 약 2년4개월 만이다.


월 요금 7890원은 오는 13일부터 멤버십에 신규 가입하는 회원에 적용되며, 기존에 월 요금 4990원을 내던 회원들은 오는 8월부터 새로운 요금으로 바뀌게 된다.

와우 멤버십은 무료 로켓배송과 당일배송, 신선식품 새벽배송(1만5000원 이상 구매), 무료 배달·직구·반품은 물론 쿠팡플레이 시청이 모두 가능한 서비스로,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혜택이 10가지 이상이다.

쿠팡이 가격을 올린 이유에 대해 업계에선 요금에 비해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크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쿠팡은 지난해만 무료 로켓배송과 상품 할인, 쿠팡플레이 무료시청 등에만 4조원의 절약 혜택을 제공했고, 앞으로도 그 이상의 절약혜택을 매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와우 멤버십 회원(1400만명) 월 요금(4990원)으로 본 연간 구독료 총합은 8383억원 수준으로, 앞으로 7890원으로 오른 연 구독료 총합 추정치는 1조3255억원 정도다. 멤버십 회원에 대한 연간 투자(4조원 이상) 규모의 33% 수준에 불과하다.

◆'현금 100조' 중국 알리와 비교해 쿠팡 수익성 낮지만…"고객과 물류 투자 강화로 대응"
(사진=쿠팡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쿠팡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업계에서는 이번 인상과 관련, 쿠팡의 수익성이 낮은 상황에서 중국 이커머스에 대응해 투자는 늘려야 하는 절박함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최근 중국 알리 익스프레스의 국내 1조5000억원 투자에 맞서 쿠팡은 앞으로 3년간 3조원 이상 투자해 전국 5000만 인구에게 무료 로켓배송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에도 업계에선 '쿠팡의 절박감이 표출됐다'는 반응이 나왔다.

실제 지난해 와우 회원에 대한 연간 투자규모가 4조원에 이른 상황에서 쿠팡의 수익성은 현재 업계에서 꼴찌 수준이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은 1.9%로, 신세계·이마트(10%), 현대백화점(7.2%), 롯데쇼핑(3.5%), GS25(3.5%) 등 지난해 주요 업체들을 영업이익률을 크게 하회한다.

쿠팡이 지난 10년간 6조원 이상의 누적 적자를 내다 지난해 처음으로 흑자전환했지만 수익성이 낮다는 것이다.

문제는 국내 출혈경쟁이 심한 상황에서 중국 알리 익스프레스와 테무의 진격이 거세지고 있다는 점이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알리 익스프레스의 지난 3월 국내 이용자 수는 887만명으로 2022년 3월 218만명 대비 4배 이상 늘었고, 테무의 이용자 수도 829만명으로 전월보다 42.8% 확대됐다.

2개 업체 합산 이용자수만 1716만명으로, 1위 쿠팡(3087만명)의 절반 이상으로 치솟았다.

여기에 중장기적으로 중국 업체들의 투자여력은 쿠팡보다 우위에 있다.

시가총액이 500조원에 달하는 알리의 모회사인 알리바바그룹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70조원과 23조3000억원에 달한다.

테무의 모회사 중국 핀둬둬(PDD)홀딩스의 시가총액도 200조가 넘고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도 각각 46조원, 11조원을 기록했다.

이번 와우 멤버십 요금 변경으로 쿠팡은 고객 투자 확대와 함께 ‘2027년까지 전국민 5000만명 로켓배송 추진’ 목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국 182개 시군구(전체 260곳)에 로켓배송을 시행하는 쿠팡은 오는 2027년엔 고령화와 저출산 여파가 큰 인구감소지역을 포함한 230여개 시군구로 무료배송 혜택을 확대할 계획이다.

쿠팡이 쿠세권(쿠팡+역세권)을 전국으로 확대할수록 인근에 마트가 없더라도 무제한 무료배송을 받고, 각종 배달과 상품 할인 혜택을 이용할 수 있는 인구도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쿠팡의 와우 멤버십 가격 변경은 영업이익률이 1%대 정도로 수익성이 낮은 상황에서 차이나 커머스에 대응해 물류, 서비스 투자를 확대하고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며 "당초 와우 멤버십이 출시 당시 무료 배송과 무료 반품 정도에서 지난 몇 년간 새벽배송과 쿠팡플레이와 회원 전용 할인, 최근 쿠팡이츠 무료배달까지 혜택 수준이 크게 높아졌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march11@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