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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아빠들, 나쁜 엄마들로부터 양육비를 제대로 지급받으려면 [부장판사 출신 김태형 변호사의 '알쏭달쏭 상속·이혼']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04 09:00

수정 2024.05.04 09:00

양육비직접지급명령
담보제공명령과 일시금지급명령
이행명령과 감치결정
김태형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변호사(전 수원가정법원 부장판사)
김태형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변호사(전 수원가정법원 부장판사)

[파이낸셜뉴스] 협의이혼이나 재판상 이혼 후에 협의로 또는 심판에서 정해진 양육비를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고 있는 양육자가 10명 중에 8명이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미성년 자녀가 건강하게 성장하려면 의식주, 교육 및 건강 등 모든 생활영역에서 최소한의 비용이 요구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양육비 지급 의무를 게을리하면서 자신은 호의호식하는 일명 ‘나쁜 아빠들(Bad fathers)’, ‘나쁜 엄마들(Bad mothers)’이 점점 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자들에 대응하기 위해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여러 차례 개정되었고, 개정 법률에 추가된 명단공개, 출국금지 및 운전면허 정지 등의 행정조치가 효과를 보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도 있다.

다만 위와 같은 행정조치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고 있는 비양육자에 대하여 먼저 가사소송법상 규정된 감치결정이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가사소송법상 감치결정도 바로 내려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양육비 지급을 확보하기 위한 여러 제도들을 먼저 거쳐야 하는바 아래에서는 이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양육비직접지급명령

우선 비양육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양육자에게 2회 이상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경우, 가정법원은 양육자의 신청에 따라 비양육자에 대하여 정기적 급여를 지급하는 고용자(소득세원천징수의무자)에게 비양육자의 급여에서 양육비를 공제하여 양육자에게 직접 지급하도록 명할 수 있다.

즉 비양육자의 직장에다가 그의 월급 중 양육비에 해당하는 만큼의 월급을 양육자에게 직접 지급하라고 명령하는 제도이다. 위 명령에 따라 비양육자의 고용주가 비양육자의 월급을 양육자에게 직접 지급하게 되므로 이 제도는 비양육자가 급여소득자(직장인)인 경우에 매우 유용하다.

이 신청은 미성년자 자녀의 주소지 관할 가정법원에 신청하면 되는데 대부분 서면 심리로 진행되므로 비교적 단기간 내에 결정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이행을 확보하기 위해 만약 비양육자의 고용자가 위 명령을 위반하는 경우 법원은 그에게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담보제공명령과 일시금지급명령

또한 비양육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양육비 지급의무 이행을 하지 않는 경우에 양육자의 신청 또는 직권으로 비양육자에게 상당한 담보를 제공하도록 명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법원이 비양육자에게 “매월 말일에 100만 원씩을 양육비로 지급하라”고 명했음에도 비양육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법원은 직권 또는 양육자의 신청에 따라 비양육자에게 1개월 이내에 양육자를 위하여 5000만원을 담보로 공탁하라고 명할 수 있다.

만약 비양육자가 담보를 제공하면 양육자는 양육비의 기한이 도래하는 만큼 그에 해당되는 액수의 공탁금을 출급할 수 있게 된다. 비양육자가 법원이 명한 돈을 공탁하지 않는다면 법원은 비양육자에게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또한 비양육자가 담보제공명령을 받고도 기간 내에 담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가정법원은 양육자의 신청에 따라 양육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일시금으로 지급하도록 명할 수도 있다.(양육비일시지급명령)
예를 들어 만 9세의 자녀에 대한 양육비가 월 150만원으로 정해져 있다면 이론적으로 법원은 비양육자에게 1억8000만원(= 150만원 × 10년 × 12월)을 양육비 일시금으로 한꺼번에 지급하라고 명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제도는 비양육자가 근로소득자가 아닌 자영업자인 경우에 유용하다. 또한 양육비직접지급명령과 달리 비양육자가 단 1회라도 양육비 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신청할 수 있다. 다만 담보제공명령과 일시금지급명령은 양육비직접지급명령과 달리 당사자를 심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김태형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변호사(전 수원가정법원 부장판사)
김태형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변호사(전 수원가정법원 부장판사)

이행명령과 감치

위와 같은 여러 제도를 활용하였음에도 비양육자가 양육비를 계속해서 지급하지 않는 경우 양육자는 비양육자를 상대로 하여 가정법원에 그 의무를 이행하라는 이행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만약 비양육자가 위 이행명령을 받고도 정당한 이유 없이 3기 이상 양육비 지급 의무를 게을리 하거나 앞서 본 양육비일시지급명령을 30일 이내에 정당한 사유 없이 이행하지 않을 경우 법원은 비양육자를 30일 이내 감치(경찰서 유치장 등에 가두는 것)할 수 있다.

실무를 하다 보면 양육비를 지급할 충분한 자력이 있음에도 양육비를 끝까지 내지 않던 비양육자들이 감치되고 나서야 그동안 밀린 양육비를 한꺼번에 지급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왜냐하면 감치의 재판을 받은 자가 그 감치의 집행 중에 의무를 이행하고 이를 증명하는 서면을 제출하면 그 자를 바로 석방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힘든 협의나 소송 과정을 거쳐 양육비 채권자가 되었다고 하더라고 양육비 채무자가 실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다면 미성년자녀를 제대로 양육할 수가 없을 것이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양육비 채무자에 대해 감치결정을 받기 위해서는 여러 절차를 미리 거쳐야 하므로, 양육비를 제대로 적시에 지급받고자 한다면 위 위 제도들을 미리 숙지하여 둘 필요가 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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