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10·16 보궐선거에서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당선되면서 10년간 이어온 '혁신교육'이 최소 1년 8개월 더 이어지게 됐다. 정 교육감의 득표율은 2012년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이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과반을 기록했다.
실상을 들여다보면 진보·보수 진영 간 표 차이가 0.5% 포인트(p)에 불과하다. 혁신교육을 계승하겠다며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 정 교육감이지만, 정책 추진에 힘을 받을 수 있을지 물음표가 나온다.
2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정 교육감의 최종 득표율은 50.24%다. 보수 단일화 후보인 조전혁 후보의 득표율(45.93%)보다 4.31%p 높다.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당선자의 득표율이 절반을 넘긴 건 2012년 12월 19일 대선과 함께 치러졌을 때 당선된 문용린 전 교육감(54.17%) 이후 12년 만이다.
착시 효과가 있다. 이번 보궐선거의 투표율은 23.5%. 역대 최저 수준이다. 전체 유권자 중 23.5%가 투표해 50.24%가 정 교육감을 지지했다. 서울시 전체 유권자 수로 보면 11.58%의 지지로 당선됐다. 서울 시민 10명 중 1명의 지지로 당선된 셈이다.
보수·진보 진영으로 나눠 보면 득표율 차이는 미미한 수준이다. 보수 성향으로 분류하는 조전혁·윤호상 후보의 득표율을 합하면 49.74%로, 정 교육감과 0.5%p 차이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10명 중 2명이 투표장에 나오고 결국 1명 정도의 의견이 반영돼 당선됐다면 그런 교육감에게 얼마만큼 힘이 실릴 것이냐는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 교육감이 처한 현실은 윤석열 정부와 비슷하다. 윤 대통령은 2022년 대선에서 0.73%p 차이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누르고 당선됐다. 국회는 '거대 야당'이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실과 민주당이 사사건건 충돌하는 상황이 되풀이된다.
정 교육감의 카운터 파트너인 서울시의회는 정반대다. 국민의힘이 3분의 2를 차지한다. 정책은 결국 법(시 조례)과 예산으로 뒷받침된다. '예산 없는 정책은 없다'는 말이 있듯 아무리 좋은 정책도 시의회에서 틀어버리면 뜻대로 추진할 수 없다.
게다가 정 교육감의 임기는 조 전 교육감의 잔여 임기인 2026년 6월까지다. 공식 임기는 1년 8개월이 조금 넘지만 2026년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 일정을 고려하면 1년 6개월도 되지 않는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정근식 후보든 조전혁 후보든 유권자가 알아서 찍은 게 아니다"며 "특정 조직의 지원을 받았다고 해서 너무 선명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가게 되면 진보의 몰락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중립적이고 전문성을 가진, 그리고 반대쪽 사람들의 의견까지 포함해 추천받아 위원회를 구성해 미래 지향적 정책을 도출한다면 시의회도 계속 어깃장을 놓을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교육감은 17일 당선증을 받고 첫 출근길에 "함께 경쟁한 두 후보에게 위로를 드린다"며 "민주, 보수 교육감으로 그치지 않고 전체 서울 시민의 교육감으로 성심껏 열심히 일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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