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부진에 미국 관세부과 악영향
가용 대응수단을 적기에 사용해야
가용 대응수단을 적기에 사용해야
일각에선 한국의 성장잠재력이 정점에 이르렀다는 비관적 의미로 우리의 현실을 '피크 코리아'로 칭하기도 한다.
KDI가 전망치를 내린 이유를 보면 제조업 성장세마저 둔화되면서 산업 성장동력이 극도로 약화된 이유가 크다.
KDI의 이번 전망치보다 실제 성장률은 더 낮을 가능성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때리기' 충격은 아직 시작도 안 됐기 때문이다. KDI도 트럼프 리스크가 격화될 경우 실제 성장률은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예고한 대로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미국에 수입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 부과를 결정했다. 그동안 공언해 오던 관세 부과의 첫 조치이자, 국가를 가리지 않는 보편관세로 트럼프발 관세전쟁의 막이 오른 셈이다. 지난 4일 중국에 부과한 10%의 추가 관세는 비동맹국인 중국만 겨냥한 것이다. 중국은 미국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번 관세조치로 큰 타격을 받는 곳은 캐나다, 멕시코, 베트남, 한국 등 미국의 핵심 동맹국들이다.
철강관세는 예고편에 불과하다. 트럼프는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관세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철강에 부과한 이번 방식이 그대로 적용되면 우리의 주력 수출품들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 나쁜 경제상황에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내수부진도 문제지만 세계 각국을 상대로 공히 적용되는 미국의 관세에 맞설 마땅한 수단이 사실 없다.
더욱이 우리로서는 탄핵정국의 소용돌이에 빠져 국정의 중심축이 없는 설상가상의 상황이라 어느 때보다 어려운 국면이다.
대내외적으로 복합위기에 놓인 현실을 극복하려면 응급조치가 절실한 상황이다. 더 어려워지면 극약 처방에 가까운 통화·재정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수출기업들의 자금 선순환과 내수경기 진작을 위해 기준금리 조정을 활용할 수 있다. 상반기 조기 재정 집행과 더불어 추경도 기왕에 하기로 한 이상 서둘러 통과시켜야 한다. 여야는 조기 추경에 대한 합의에 상당히 접근하고 있다.
통화와 재정 정책은 타이밍과 속도가 관건이다. 정책 결정권자들이 성급하게 현안을 판단하고 밀어붙이는 것도 문제지만 지나치게 신중한 것도 시기를 놓쳐 나쁜 결과를 낳는다. 적기적소에 투입해야 재정정책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대통령 부재의 시국이지만, 트럼프 리스크에 대한 협상 드림팀을 구축해서 대응하기 바란다. 트럼프의 관세 부과는 '선(先)관세 부과·후(後)협상' 전략일 수 있다. 지난 2018년 트럼프 1기 때 한국은 미국과 협상을 통해 철강 수출물량을 제한하는 쿼터제를 수용해 일괄 관세폭탄을 피한 바 있다.
어떻게든 미국 정부에 줄을 대 협상을 통해 실리를 챙겨야 한다. 올해 성장률의 상당 부분이 여기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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