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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복지원 손배소, 부산시 단독책임 첫 인정

뉴시스

입력 2025.04.14 11:19

수정 2025.04.14 11:19

시 "지자체법 폐지로 국가 하부기관 불과" 재판부 "부랑인 단속 국가보다 시가 먼저 추진"
[부산=뉴시스] 허상천 기자 = 부산 주례동에 위치한 옛 형제복지원 전경. 2020.07.01. (사진 = 형제복지원 운영자료집) photo@newsis.com
[부산=뉴시스] 허상천 기자 = 부산 주례동에 위치한 옛 형제복지원 전경. 2020.07.01. (사진 = 형제복지원 운영자료집) photo@newsis.com

[부산=뉴시스]권태완 기자 = 부산 형제복지원 관련 손해배상소송이 전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부산시의 단독 책임이 인정된 첫 판결이 나왔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민사11부(부장판사 이호철)는 형제복지원 피해자 유족 강모씨가 부산시로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시가 강씨에게 63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강씨의 아버지는 1985년 형제복지원에 끌려가 2년간 수용됐다. 당시 그는 강제노동에 동원되거나 약물을 투여 당했고, 퇴소 후 정신질환을 앓았다.

강씨는 지난해 2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로 아버지의 피해 사실을 인정받았고, 같은 해 5월 제소했다.



시는 당시 형식상의 지자체로 사실상 국가의 하부기관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시는 1961년 '지방자치에 관한 임시조치법' 시행으로 지방자치제가 중단돼 자체적인 의사결정이 불가능했고, 피해자들이 문제 삼는 행위는 국가사무를 위임받아 처리한 위임사무에 불과해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시가 국가에 앞서 주도적으로 불법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시는 1962년부터 자체적으로 재생원을 운영하다가 그 업무를 민간에 위탁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조례를 만들었다. 당시 형제복지원도 이 조례에 근거해 보조금을 받았다.

시는 또 1973년에 자체적으로 걸인, 부랑아를 각 구청, 경찰서가 단속해 보호시설에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지침까지 마련했다.


반면 국가 공식 부랑인 단속 정책의 근거인 '내무부 훈령 제410호'는 1975년 12월에야 생겨났다.

재판부는 "피고(부산시)는 부랑인 단속과 그 수용시설에 관한 정책을 국가가 공식적으로 시행하기 전부터 선행해 추진했다"며 "피고는 당시 법률에 따라 법인으로서 독자적인 권리·의무의 주체가 됐으므로, 지방자치제도가 중단됐다는 사정만으로 국가의 하부기관에 불과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형제복지원의 인가 및 수용자들의 단속·수용, 관리·감독 등 관련된 제반 행위를 모두 피고에서 했으며, 피고는 국가배상책임이 아니더라도 그 소속 공무원들의 불법행위에 대해 민법상 사용자 책임 또는 불법행위 책임을 진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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