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둔 정치권, 논쟁 불붙여
"4.5일제 도입 현실성 없다" 중론
근로시간 줄며 임금 삭감 불가피
전문가 "자율적 결정 유도해야"
유연한 연차제도 고민해 볼만
"4.5일제 도입 현실성 없다" 중론
근로시간 줄며 임금 삭감 불가피
전문가 "자율적 결정 유도해야"
유연한 연차제도 고민해 볼만
그러나 단순히 제도 변화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성과와 업무 효율성을 중시하는 기업문화와 근로자들의 인식 변화가 함께 이뤄져야 비로소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제는 '노동 유연성' 고민할 때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주 4.5일제'뿐만 아니라 반도체특별법에 주 52시간 근로 예외 조항을 반영해야 한다는 '주 52시간제' 완화 논란까지 더해지며, '노동 유연성'에 대한 시대적 요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자율적인 근로시간 운영에 제약이 있는 한계로 '주 4.5일제' 도입은 어렵다는 것이 대부분의 견해다.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박지순 교수는 "언제까지 국가가 획일적이고 강제적으로 근로시간을 줄여 나갈 것인지 의문"이라며 "법률로 근로시간을 더 단축할 경우 경쟁력이 극도로 악화될 기업도 나올 수 있고, 줄어드는 시간에 비례한 임금 삭감 문제로 노사 간 갈등이 유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법률은 법정 근로시간이 주 40시간이라는 기준만 제시하고, 실제 근로시간은 기업의 여건, 근로자의 업무 내용 등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유도하면 된다"고 말했다.
특히 제조업 생산직 근로자와 기획 업무 및 연구개발 업무 종사자가 근로시간에 대해 동일한 니즈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도 강조했다. 효율성과 창의성을 필요로 하는 기획·연구개발 업무에 대해서는 근로시간 규제를 과감히 풀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성과 중심·업무 효율성 높이기 중요
무엇보다 기업문화와 근로자들의 인식 개선이 없다면 제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앞서 '주 4.5일제'나 '주 4일제'를 도입한 기업들은 업무 효율성을 중시하는 문화와 성과 중심의 평가체계 등이 정착돼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친환경 차세대 필터 소재를 개발·제조하는 스타트업 '뉴라이즌'은 2019년 창업과 동시에 '주 4일제'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모든 임직원이 주 4일만 근무하며, 월요일과 화요일은 모두 출근하고 수요일부터 금요일 사이에 각자 일정에 따라 이틀을 선택해 일한다. 또 2023년부터는 자율근무제도를 시행해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사이를 제외하고는 원하는 시간에 출퇴근이 가능하다. 이러한 유연한 근무 환경은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과 만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으며, 연매출은 3년 전보다 80% 증가했다.
뉴라이즌 이승욱 대표는 "도입 초반에는 다소 우려도 있었지만, 시간이 아닌 결과 중심의 문화가 정착되며 자율성과 몰입도가 함께 높아졌다는 피드백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자칫 유연근무제가 '성과 압박'이나 '장시간 노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생산직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사무직, 기획업무, 판매·영업업무, 연구개발업무는 지금도 성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면서 "성과에 대한 보상을 명확히 하고, 보이지 않는 장시간 노동을 방지할 수 있도록 '근로시간 저축계좌'를 만들어 관리·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전제로 한다면 충분히 작동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연차 제도의 유연한 활용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조준모 교수는 "예를 들어 1년에 6개월 등 바쁘지 않은 일부 기간에는 연차를 별다른 허가 없이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풀어줘야 한다"면서 "근로시간과 휴식 조건을 근로자에게 완전히 보장해주고, 연차를 많이 쓰는 대신 급여를 낮출 수도 있게 설계해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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