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뉴스] 한미 양국이 관세 폐지와 산업 협력을 포괄하는 '7월 패키지 합의'를 추진하기로 했다. 상호관세 90일 유예가 끝나는 7월 초까지 합의안을 완성하겠다는 것으로 최종 타결은 새 정부에서 하게 된다. 최상목 경제 부총리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USTR)는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70여 분간 2+2 통상 협의를 갖고 이 같은 포괄적 합의를 했다.
우리 측은 조선·에너지 등 협력 방안, 자동차 25% 관세로 인한 미국 산업계의 부정적 영향 등을 중점 설명하며 관세 면제를 요청했다. 방위비 분담금 인상,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은 언급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번 협의에서 합의된 대략 내용은 두 가지다. 상호관세 유예 종료시점(7월 8일) 이전까지 관세를 폐지하는 쪽으로 '7월 패키지'(July Package)를 마련한다는 것과 관세·비관세조치, 경제안보, 투자협력, 통화(환율)정책 등 4개 분야에서 실무 논의를 지속한다는 것이다.
이로써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와의 관세 협상이 첫 발을 뗐다. 협상 자체에 대한 불확실성이 조금 걷혔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겠다. 한미 간 온도차가 있지만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고 한다. 베선트 장관은 "한국과 매우 성공적인 양자 회의를 가졌다"며 "한국인들은 자기들의 최선의 제안(A game)을 가져왔다"고 했다.
'최선의 제안'이 무엇인지 공개되지 않았으나 조선 협력,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등의 협력안이 유력하다. 알래스카 LNG 개발 투자에 대한 우리 측의 긍정적 입장도 포함됐을 것이다. 안 장관은 "(조선산업 협력 제안에 대해) 미국 반응이 상당히 좋았다"고 했다.
한미 양측은 서로의 요구 사항과 카드를 어느 정도 확인했다. 두어 달 동안 밀고 당기는 치열한 협상전을 벌일 것이다. 우리가 유리하지도, 전적으로 불리하지도 않다. 미국은 물가 인상, 채권가격 급락, 반정부 시위 확산 등 관세폭탄의 역풍으로 정책 수정의 필요성이 생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정부는 하루라도 빨리 협상 성과를 과시하고 싶어 한다. 우리 정부는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미국 측이 이르면 내주쯤 한미간 양해각서 수준의 대략적 합의까지 시사한 것을 보면 그렇다. '관세 효과'를 빨리 보고 싶어 조급해 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최 부총리가 밝힌 대로 "차분하고 질서있는 협의" 전략 기조를 견지해야 한다. 동시에 진행되는 미일 간 협상 내용을 잘 파악해 참고하면서 신중하게 협상에 임해야 한다.
차기 정부와 최종 담판 과정에서 안보와 연결 지어 원스톱 합의를 요구할 가능성도 크다. 과도정부의 협상단은 돌발 변수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적게 주고 많이 받을 수 있는 전략을 치밀하게 짜 나가야 할 것이다. 국회도 당리당략을 떠나 국익을 최우선시하는 협상이 되도록 힘을 보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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