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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재판의 현실[부장판사 출신 김태형 변호사의 '알쏭달쏭 소년심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5.17 09:00

수정 2025.05.17 09:00

김태형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변호사(전 수원가정법원 부장판사)
김태형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변호사(전 수원가정법원 부장판사)

[파이낸셜뉴스] 필자는 2016년 수원지방법원의 소년부 판사로 그리고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수원가정법원의 소년부 판사로 근무하면서 수많은 소년재판 사건을 접했다. 그래서 그런지 변호사로 나와 활동하고 있는 지금도 많은 소년재판 사건과 학교 폭력에 관련된 사건을 수임하여 처리하고 있다. 필자는 수원지방법원 소년부와 수원가정법원에서만 근무했기 때문에 다른 가정법원의 법정은 변호사가 되어서야 비로소 들어갈 수 있었다. 물론 법원에 근무할 당시 학회나 세미나 등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가정법원, 대전가정법원 및 광주가정법원 등을 다녀온 적은 있었지만 법정에는 들어가 보지는 못했다. 변호사로 소년재판 사건을 수임하여 보조인으로 활동하면서 전국 각지의 가정법원 법정을 드나들게 되었고 그제야 각 가정법원마다 법정의 크기나 구조가 모두 다를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분위기 역시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소년재판에 대해서는 헌법상 재판 공개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기에(소년법 제24조 제2항) 외부인의 법정 방청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보호소년에 대한 판결이라고 볼 수 있는 처분도 외부에 절대 공개되지 않는다. 소년재판이 진행되는 법정에는 소년부 판사와 법원 직원, 보호소년과 보호자 그리고 필자와 같은 보조인만 입정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다. 피해자 측이 심리 방청을 요청한다 해도 소년부 판사는 피해자 측으로 하여금 보호소년에 대한 심리 전에 잠깐 들어와 재판부에 의견을 진술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할 뿐이다.

소년재판의 경우 소년부 판사가 결정 고지 기일을 따로 정하지 않고 심리를 마친 후 보호소년과 보호자 그리고 보조인이 입정해 있는 상태에서 바로 처분을 고지한다. 보호처분은 1호부터 10호까지 10종류의 처분이 있는데 대체로 높은 번호일수록 중한 처분으로 인식된다. 1호 처분은 비행소년을 보호자나 보호자를 대신하여 소년을 보호하는 위탁보호위원에게 소년의 지도·감독을 맡기는 처분이다. 기간은 6개월인데 6개월 동안 보호자나 위탁보호위원이 소년의 생활을 감독하고 그 경과를 법원에 보고하게 된다. 위탁보호위원은 보호자가 따로 있어서 한 달에 2번 정도 소년과 만나 소년의 생활을 체크하는 신병불인수 위탁보호위원과 보호자가 따로 없거나 보호자의 감호에 두기에 부적당한 소년을 인수하여 소년과 함께 생활하면서 소년의 생활을 체크하는(주로 그룹홈 등에서 같이 생활) 신병인수 위탁보호위원으로 나눈다. 2호 처분은 수강명령이다. 비행소년으로 하여금 보호관찰소나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수십 시간의 상담을 받게 하는 처분이다. 3호 처분은 사회봉사명령이다. 비행소년으로 하여금 장애인복지센터나 노인복지센터 등과 같은 봉사기관에서 80시간(10일) 또는 160시간(20일) 등 일정 시간 동안 봉사하게 한다. 4호와 5호 처분은 보호관찰처분인데 4호는 1년, 5호는 2년으로 그 기간에 차이가 있다. 보호관찰처분을 하면서 “오토바이 운전을 하지 말 것, 야간 외출을 하지 말 것, 금연프로그램에 등록할 것” 등 특별준수사항을 부가하기도 한다. 6호 처분은 비행소년을 아동복지시설에 6개월간 위탁하는 처분이다. 소년원과 마찬가지로 시설 내 처우이기 때문에 6개월간 비행소년의 신체적 자유는 제한된다. 다만 6호 시설은 소년원과 달리 민간단체가 운영하는 시설이고, 시설 내의 생활은 기숙사 학교와 유사한 형태이다. 7호부터 10호는 모두 소년원 처분이다. 7호 처분은 의학적인 치료나 요양이 필요한 소년을 6개월 동안 소년의료보호시설에 위탁하는 처분이다. 8호 내지 10호 처분은 모두 소년원 처분인데 그 기간만 서로 다를 뿐이다(8호 1개월, 9호 6개월, 10호 2년).

그런데 소년부 판사는 법정에서 “비행소년을 00호 처분에 처한다”라고 하면서 해당 처분을 하게 된 경위에 대해 간략히 설명할 뿐 해당 처분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처분이고, 그 집행기관은 어디에 있고 어떠한 역할을 하며, 처분 후 보호소년이 어디에서 무슨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해 주지 않는다. 사실 각 가정법원의 소년재판 사건 수를 고려한다면 소년부 판사가 이러한 절차적인 부분을 법정에서 모두 설명해 주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설령 소년부 판사가 매 사건마다 보호소년이나 보호자에게 그 절차의 의미를 간략하게나마 설명해 주는 열정을 보이더라도 소년재판이 처음인 보호소년과 보호자가 긴장할 수밖에 없는 장소인 법정에서 짧은 시간에 그 내용을 다 이해하는 것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이러한 사정은 소년재판이 익숙하지 않은 변호사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필자 역시 가정법원으로 전보되어 소년부 판사로 몇 개월 근무하면서 여러 사건을 처리하고 나서야 비로소 각 처분의 의미와 그 처분의 실질적 효과 및 각 집행기관의 구체적인 역할을 알게 되었다. 소년재판 과정이 매주의 루틴으로 익숙해진 소년부 판사와 그 과정이 처음이어서 낯선 보호소년 측이 겪는 소통의 비효율성을 해결하기 위해 보통 소년재판 법정 바깥에 마련된 보호소년 대기실에는 해당 처분과 그 처분을 집행하는 기관에 대하여 비교적 천천히 설명해 주는 법원 직원이 따로 있다. 보통 두 명의 경위 실무관들이 역할을 나누어서 하는데 한 명은 법정 안에서 소년부 판사의 처분을 미리 준비한 서식(각 처분뿐만 및 자주 내려지는 특별준수사항까지 미리 부동문자로 인쇄되어 있어 체크만 하면 됨)에 체크한 뒤 법정 밖 보호소년 대기실에 있는 다른 실무관에게 그 메모를 전달하고, 그 메모를 전달받은 다른 경위 실무관이 처분을 받고 나온 보호소년과 보호자에게 보호소년이 몇 호 처분을 받았고 그 처분의 집행을 위해서는 어느 기관에 연락해야 하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리고 얼마 동안 집행을 받는지 등에 관하여 설명해 준다.

김태형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변호사(전 수원가정법원 부장판사)
김태형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변호사(전 수원가정법원 부장판사)


필자가 소년부 판사로 처음 근무할 당시에는 법원 내 인력이 모자라 법원 직원이 아닌 민간 자원봉사자가 위와 같은 집행 절차에 대한 설명을 한 적이 있었으나 지금은 여러 문제점(과도한 훈계, 사적인 감정 개입 및 부적절한 연락 등)으로 인하여 모든 절차에 법원 직원들이 직접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아주 예전에는 보호소년 대기실에 소년재판 절차에 익숙한 일부 변호사들이 상주하면서 처분을 받고 나온 보호소년 보호자들에게 위와 같은 집행 절차에 대한 설명을 친절하게 해주면서 자신의 명함을 돌리는 방식으로 영업을 하거나 사건을 수임하곤 했다는 얘기도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설명 과정에서 비행소년에 대한 처분이 노출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법정과 달리 보호소년 대기실에는 다른 사건으로 온 비행소년들과 보호자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법원 직원의 개별 보호소년에 대한 처분에 관한 설명이 대기실 내 다른 사람들에게 다 들릴 수밖에 없다. 사실 소년재판을 받으러 온 보호소년과 보호자들은 다른 소년이 누구이고 그 소년이 어떤 처분을 받았는지 크게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더구나 자신의 재판을 앞두고 있어 다른 소년에 대한 처분이나 그에 관한 설명이 귀에 들어오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대기실에서 만난 다른 보호소년이 같은 중학교 또는 같은 고등학교 동창이거나 예전에 알고 있었던 친구였던 경우에는 해당 보호소년의 처분은 다른 소년에게 확실히 인지될 수밖에 없다. 나아가 소년분류심사원에 위탁되어 심리기일이 속행된 소년들의 경우에는 3주 내지 4주 동안 소년분류심사원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서로의 인적사항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다. 소년재판의 속행기일이 진행될 때 소년분류심사원에 위탁된 소년들은 별도로 마련된 대기실에 함께 기다리게 되는데 이때 먼저 처분을 받은 다른 보호소년이 대기실에 들어와서 자신의 처분을 말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시정되었는지 모르겠지만 한때는 법무부 호송 직원이 처분을 받은 보호소년을 대기실로 인도하면서 “이 친구는 00호!”라고 크게 소리쳐 사실상 보호소년에 대한 처분 내용이 대기실에 있는 다른 아이들에게 알려지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소년부 판사로 오래 근무했던 필자는 소년재판 사건의 보조인으로 여러 가정법원에 입정하면서 수원가정법원 이외에 다른 가정법원은 현재 어떻게 절차를 운용하고 있는지 위와 같은 상황은 이전보다 개선되었는지 자세히 살펴보게 되는데 어떤 가정법원은 보호소년에 대한 처분 내용이 외부로 공개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는 반면 일부 가정법원은 아직도 심리나 처분의 비공개 보다 절차의 편의를 더 중시하고 있는 듯하다.

각 가정법원마다 법정의 구조와 분위기가 다르듯 각 교육지원청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이하 ‘학폭위’라 한다) 역시 위원장, 간사, 위원의 역량 및 심의 분위기가 모두 다르다. 필자는 많은 학교폭력 사건을 담당하면서 전국 방방곡곡의 학폭위 심의에 참석한 바 있는데 법정과 유사한 수준의 품위있고 절도 있는 절차 진행을 하는 위원장, 긴장한 학생들로 하여금 솔직하고 편안하게 자신의 속마음을 터놓을 수 있도록 유도하며 온화하면서도 합리적인 질문을 하는 위원들도 많지만 법리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무리한 주장을 일방적으로 관철하려 하며 일부러 학생을 꾸짖거나 감정적으로 압박하는 수사관 같은 위원들도 더러 있다. 여러 가정법원을 다니면서 어떤 재판부가 합리적이고 열린 마음으로 사안을 입체적으로 보는지 어떤 재판부가 선입견을 가지고 사건을 단편적으로만 본 채 형식적인 재판 진행을 하는지 많은 데이터가 쌓이게 되었다. 그래서 합리적이고 기품 있는 재판장의 재판에 참석할 경우 재판의 결과를 떠나 언제나 편안한 마음으로 입정하지만 기록을 제대로 보지 않은 채 편협한 사고방식을 지닌 재판부를 상대해야 할 때는 늘 마음이 무겁다.
마찬가지로 학생과 보호자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고 사안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한 후 학생에게 꼭 필요한 적절한 처분을 내리기 위해 노력하는 학폭위에 출석할 때는 역시 사건의 결과를 떠나 편안한 마음이 든다. 마침 지난주에 진행한 학폭위에서 사건을 떼는 것이 아닌 사건의 실체를 입체적으로 정확히 파악한 뒤 학생의 성행 개선을 위해 가장 적절한 처분을 찾기 위해 진심으로 노력하시는 분들을 만나게 된 듯하다.
앞으로 변호사 생활을 하는 동안 가정법원 법정과 학폭위에서 그런 분들을 더 많이 만나길 기대하며 이 글을 마친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