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분기 반도체 부진 예상보다 커
산업계 살얼음판, 반기업법 신중히
산업계 살얼음판, 반기업법 신중히
삼성전자의 2·4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을 크게 밑돌았다. 삼성전자가 8일 공개한 잠정 집계치를 보면 매출은 74조원, 영업이익은 4조6000억원이다. 매출은 소폭 하락한 정도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반 토막(55.94%)이었다. 전체 실적의 50%가 넘는 반도체가 부진한 성적을 낸 것이 직격탄이 됐다. 증권가에선 반도체 영업이익을 1조원대 아래로 추정한 곳도 있다.
인공지능(AI) 호황기를 맞아 AI칩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삼성이 부진을 면치 못했다는 사실은 뼈아프다. 중국 견제에 총력을 쏟고 있는 미국의 AI칩 수출 제재가 발목을 잡았다. 미국은 중국 반도체 굴기를 꺾기 위해 AI칩 수출 제재 수위를 갈수록 높이고 있다. 중국 수요가 많은 삼성 파운드리는 라인 가동률을 낮출 수밖에 없다.
AI의 활용이 높아지는 시점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선점에 실기한 여파도 크다. 삼성의 HBM 사업은 아직 본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삼성은 현재 개선된 HBM3E(5세대) 12단으로 미국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를 받는 중이라고 한다. 부정적인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반기엔 미국의 AMD에 삼성의 HBM 납품이 본격화될 가능성도 높다. AMD는 앞서 자사의 차세대 AI 가속기 시리즈에 삼성의 HBM3E 제품이 채택됐다고 공식화한 바 있다. 여기에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까지 성사되면 삼성의 HBM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기술과 속도에서 한 치도 밀리지 않았던 과거 삼성의 저력을 살려 다시 글로벌 경쟁력을 되찾기 바란다.
기업들의 실적 우려는 삼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과 중국발 공급 과잉이 맞물려 한국 주력 산업은 동시다발로 위기에 직면했다. 자동차, 철강, 배터리, 정유업 역시 하나같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증권가 분석에 따르면 현대차의 2·4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10%대 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한다. 기아차의 감소 폭은 더 크다. 지난해까지 이어졌던 현대차그룹의 최대 실적 행진이 멈출 수 있다. 현대차의 실적 후퇴는 미국의 품목별 관세 영향이 절대적이다. 정부가 협상력을 발휘해 기업의 피해를 최대한 줄여줘야 할 것이다.
철강업계는 중국의 저가 공세와 미국의 50% 품목별 관세까지 겹쳐 복합위기를 맞고 있다. 업체들은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노조 파업까지 벌어져 공장 폐쇄와 무기 휴업을 불사하는 중이다. 2·4분기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며 하반기엔 더 악화될 수 있다고 한다. 배터리, 정유업계도 마찬가지 처지다.
한국 경제의 주력군들이 휘청대고 있는데 정부와 정치권이 구경만 해선 곤란하다. 규제를 풀어 실적 만회를 도와줘도 모자랄 판에 반기업적 입법을 그대로 몰아붙이는 것은 기업들을 더 힘들게 한다. 특히 노조 파업권만 강화한 노란봉투법의 일방적 처리는 기업에 극약이 될 수 있다. 상법 추가 개정도 심사숙고하기 바란다. 기업들이 살아야 어려운 경제상황도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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