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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세법·상법 시장불안, 가볍게 봤다간 역풍 감당못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8.03 19:11

수정 2025.08.03 19:11

대주주 기준 與 내부서도 비판
상법개정 성장구조도 왜곡 우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뉴스1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뉴스1

정부의 대미 관세협상이 큰 고비를 넘기긴 했으나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세부 내용에서 양국이 이견을 보이고 있고 대미투자 펀드 전망에 대해서도 불투명한 대목이 적지 않다.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정부의 막무가내 증세와 상법 추가 개정 움직임은 시장 불안감을 부추기는 요인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일 국내 주식시장이 4% 가까이 급락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 지도부가 현장의 우려를 안일하게 여긴다면 더 큰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가 밀어붙이는 증세방안에 대해 여당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을 주목한다. 정부가 앞서 발표한 올해 세제개편안은 여러 면에서 시대 역행적이다. 정부안은 전 정부에서 내렸던 법인세를 다시 올리고,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은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당초 기대에 못 미치고 선거 전 약속했던 상속세 완화는 중장기 과제로 넘겼다.

기업 입장에선 트럼프 관세에 설상가상 정부 증세까지 겹친 기막힌 상황이다. 국내 증시 재평가를 기대했던 개미 투자자들의 실망감도 말할 수 없다. 대주주 양도세 기준 강화는 개인투자자에게 직접 적용되는 사안은 아니다. 하지만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강화하면 연말마다 과세를 피하려는 대주주들이 주식 대거 매도에 나서 시장 변동성을 키운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울 아파트 평균가격이 14억원을 넘는 상황에서 서울 아파트 한 채 가격도 안 되는 주식 10억원어치를 가졌다고 대주주가 내는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 과연 상식적이냐고 반문했다. 타당하고 합리적인 지적이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증시가 급락세로 바뀌자 대주주 10억원 기준을 재검토할 것이라며 다시 조정 가능성을 언급했다. 지금이라도 현실에 맞게 세제개편안을 손질하는 것이 맞는 일이다.

법인세 인상도 마찬가지다. 법인세를 낮춰 기업을 유치하는 세계 흐름과 동떨어진 행보로 우리 경제에 무슨 득이 되겠나. 세수 부족 타개가 절실한 상황이지만 이는 불필요한 지출 구조조정으로 답을 찾아야 한다. 이런데도 "대주주 기준을 강화한다고 주식시장이 무너지지 않는다(진성준 정책위의장)"는 식의 안일한 판단은 사태만 더 악화시킬 뿐이다.

상법 추가 개정에도 우려가 쏟아진다. 최근 국회 상법 개정 공청회에서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상법 추가 개정 시 이사 7명 중 최대주주 몫은 2~3명에 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2대 주주 이하가 이사 최대 5명을 확보해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이럴 경우 경영권 침해는 물론 기업의 성장 구조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 교수는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에 적용되는 상법 규제를 피하기 위해 기업들이 성장을 기피할 가능성도 크다고 전망했다.
성장을 원치 않는 기업이 많아진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가와 국민에게 돌아간다. 대한상의가 최근 300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상법 추가 개정안에 포함된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가 동시에 반영되면 경영권 위협 가능성이 있다고 답한 기업이 74%에 달한다.
경영불안에 기업이 벌벌 떠는 나라에서 무슨 미래 경쟁력을 말할 수 있나. 이재명 정부는 시장과 기업 중심의 실용주의 원칙을 다시 돌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