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성을 전제로 한 AI
비용과 환경 고려해 설계
함께하는 동반자로 성장
비용과 환경 고려해 설계
함께하는 동반자로 성장
첫째, 실행하는 AI다.
둘째, 신뢰할 만한 AI다. AI의 능력이 커질수록 그것을 관리하는 인간의 책임도 함께 커진다. AI가 만든 텍스트·이미지·영상에는 출처를 확인할 수 있는 숨은그림(워터마크)과 전자서명이 도입되고, 반사회적이고 위험한 요청을 차단하는 안전장치가 표준으로 자리 잡는다. 의료·금융처럼 민감한 개인정보를 다루는 분야에서는 필수 데이터만 최소한으로 활용하고, 데이터를 익명화하거나 가상의 인물데이터를 합성하고 있다. 사용자는 AI가 제시한 결과물의 출처와 근거는 무엇인지, 어떤 기준으로 판단했는지를 묻고 있다. 그런 질문을 애써 무시하던 AI는 이제 적극적으로 답변하기 시작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인간은 원칙과 경계를 설계하고, AI는 그 안에서 일관된 투명성을 제공하는 파트너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셋째, 지속가능한 AI다. 학습 단계 못지않게 실행(추론) 단계의 비용과 에너지가 중요해졌다. 동일한 품질을 더 적은 전력과 더 낮은 비용으로 달성하는 기술과 운영방식이 경쟁력의 핵심이 되고 있다. 작업 특성과 난이도에 따른 모델 크기 조정, 친환경 전력 비중이 높은 데이터센터의 활용 등은 이미 AI의 필수 덕목이 되어가고 있다. AI가 로봇과 자동차와 제조업 생산라인에 장착되는 순간, 우리는 그들을 물리적 AI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이제 물리적 영역에서도 AI는 인간의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하며 위험을 줄여주고 있다. 인간은 AI가 남겨온 탄소발자국을 줄이고 AI가 제공하는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한다.
이 세 트렌드는 따로 움직이지 않는다. 실행하는 AI는 신뢰성을 전제로 하며, 그러한 AI를 활용하는 과정은 비용과 환경에의 충격을 고려해 설계된다. 인간은 문제의 정의와 가치 판단, 윤리와 우선순위를 잘 설정해야 한다. AI는 방대한 정보의 탐색을 수행하고 업무 수행의 정교한 완성도를 담당한다. 양자가 서로의 강점을 인정할 때 협업은 자연스럽고, 결과는 더 설득력을 갖게 된다.
AI는 더 이상 말을 잘하는 도구에 머물지 않는다. 계획을 함께 세우고, 일을 함께 나누는 동반자로 성장하고 있다. 언젠가 AI에 법인격이 부여된다면, 인간과 책임까지 함께 지게 될지도 모른다. 인간의 판단과 AI의 실행이 제대로 맞물릴수록, 인간의 뜨거운 감성과 AI의 차가운 이성이 서로를 챙겨줄수록, 심도 있는 목표 제시와 효율적인 일머리가 결합할수록 AI의 어두운 면은 반감기에 들어서게 된다. 이 변화의 중심에 여전히 AI보다는 인간이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그래야 섣부른 기술결정론이나 기술비관론 모두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성균관대 글로벌융합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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