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시황·전망

'AI 거품론' 빌미로 외인 매도폭탄… 당분간 변동성 불가피 [숨고르는 증시]

최두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06 18:07

수정 2025.11.06 18:13

'급등株' 반도체·조선·방산 집중
4거래일 동안 7조2천억 쏟아내
환율상승·금리 불확실성 있지만
전문가, 추가 상승여력 유효 전망
6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2.03p(0.55%) 오른 4026.45, 코스닥지수는 3.72p(0.41%) 하락한 898.17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지수와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2.03p(0.55%) 오른 4026.45, 코스닥지수는 3.72p(0.41%) 하락한 898.17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지수와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AI 거품론' 빌미로 외인 매도폭탄… 당분간 변동성 불가피 [숨고르는 증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물폭탄 집중 투하가 이어지면서 코스피 4000 수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고점 경계감과 차익실현 욕구가 커지는 상황에서 환율상승,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 등이 더해져 상승랠리 수급 주체였던 외국인이 이탈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그동안 주도업종으로 꼽히던 반도체, 조선, 방산을 중심으로 매도공세가 지속돼 당분간 변동성 확대에 무게가 실린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6706억원어치를 팔았다. 지난 3일 8869억원, 4일 2조4998억원, 5일 2조1619억원 등 순매도 행진을 감안하면 이날까지 4거래일 연속 7조2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물량을 쏟아냈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장 초반 저가매수세 유입으로 소폭 반등했지만, 외국인의 선·현물 동반 매도세로 반등 폭이 크게 줄었다. 외국인 매도 배경으로는 가장 먼저 단기급등에 따른 차익실현이 꼽힌다. 또 달러 강세에 따른 원·달러 환율 상승, 연준의 금리 불확실성 등으로 비중 축소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특히 최근 반도체, 조선, 방산, 원전 등 상승랠리를 이끈 업종에서 외국인 매물 출회가 집중되고 있다.

대신증권 정해창 연구원은 "외국인은 코스피 3500선 돌파 이후 선물 매도에 나섰고, 3800선 돌파 이후 현물에서도 매도 우위로 전환했다"며 "전일에는 현·선물 합산 4조원 이상 매도하는 등 차익실현이 정점 구간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30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6.2원 오른 1448원에 마감했다. 글로벌 달러 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외국인 주식 매도자금이 외화로 전환되며 환율 상승을 자극한 영향이 컸다. .

IBK투자증권 변준호 연구원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일부 합의가 있었지만 환율이 내려오지 않고 있어 외국인의 매도 압력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달러인덱스가 상호관세 당시 고점을 웃돌 경우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되며 외국인 매도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며 "이는 코스피의 단기 하락 압력으로 이어지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미국 금융권 인사들이 잇따라 10~20%대 조정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인공지능(AI) 중심의 강세장에 대한 고평가 우려를 제기하는 것도 투자심리를 압박하고 있다.

NH투자증권 나정환 연구원은 "마이클 버리(영화 '빅쇼트' 실제 인물로 알려진 헤지펀드 매니저)가 엔비디아·팔란티어 하락에 베팅했다는 소식까지 더해지며 밸류 부담 심리가 커진 상황"이라며 "10월 한 달간 코스피가 19.9% 상승한 만큼 차익실현 매물이 예상보다 크게 출회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시장의 중장기 상승 기조가 훼손됐다고 보긴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연준의 완화 기조 자체는 유지되고 있고, 양적긴축 중단 예정으로 유동성 여건은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며 "단기 변동성은 불가피하지만 구조적 상승 랠리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선물 정희찬 연구원도 "올해 11~12월은 자사주 매입이 계절적으로 가장 활발한 시기"라며 "콜옵션 매수, 변동성 매도 포지션 재진입 등을 감안하면 버블 위험은 완화됐고 추가 상승 여력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dschoi@fnnews.com 최두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