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벨로주 망원서 열린 '한국 팝의 고고학 북토크 Vol. 4' 현장
들국화 올해 40주년…최성원 팀의 기둥이자 베이시스트·작곡가
올해 40주년 맞은 컴필 음반 '우리노래전시회' 프로듀서이기도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벨로주 망원에서 열린 '한국 팝의 고고학 북토크 Vol. 4' 자리. 올해 데뷔 40주년을 맞은 전설적인 록그룹 '들국화' 최성원(71)은 자신이 작사·작곡한 '그것만이 내 세상'에 대해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것만이 내 세상'은 '행진'과 함께 들국화가 1985년 발매한 1집을 대표하는 노래다. 곡의 막판 전인권(71)이 포효하는 코러스는 관객들의 '절대적인 떼창'을 부른다.
탁월한 베이시스트 겸 작사·작곡가인 최성원은 "'그것만이 내 세상'은 어디 가서도 창피하지 않아요. 어느 무대에 가서 불러도, '퀸'이라 '비틀스'랑 같이 해도 전혀 쪽팔리지가 않을 노래"라고 자신했다.
'한국 록의 정전'으로 통하는 들국화는 1985년 1집 '행진'과 1986년 2집 '너랑 나랑'을 통해 전성기를 과시했다. 1987년 전인권이 대마초 파동에 휘말리면서 사실상 활동을 접었고 1989년 고별 콘서트'를 끝으로 공식 해체했다.
1995년 3집 '우리'를 발매했으나 전인권만 참여, 팬들은 이 앨범을 들국화의 온전한 앨범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1997년 캐나다에서 선교 활동을 하던 원년 멤버 허성욱(1962~1977)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을 계기로 1998년 재결성 공연을 열었지만, 새 앨범 발표는 불발됐다.
2012년 5월 드러머 주찬권(1955~2013)이 제안해 재결합이 성사됐고 이듬해 초 앨범 '들국화'을 냈다. 하지만 그 해 10월 급작스레 주찬권이 세상을 떠나면서 팀 활동이 흐지부지됐다.
최성원은 그런데 "모든 포크송은 록으로 바꿀 수 있다"고 했다. "크게, 강하게 연주하면 록이 되는 거예요. 록의 근본 정신은 포크인 거 같습니다. 다른 패션의 옷을 입은 것일 뿐 포크, 록 본질은 똑같다는 생각입니다."
들국화는 데뷔 음반 발매 전 이촌동, 신촌 등 클럽들을 전전하며 다수의 라이브 공연을 선보였다.
최성원은 "우리가 녹음하려고 했던 모든 곡들이 '공연윤리위원회'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음반으로 만들어도 팔지 못했어요. 그래서 당시엔 대신 밤무대 전용 밴드로 '진짜 인기 있는 밴드'가 되고자 생각했죠. 조금씩 조금씩 큰 업소로 가는 게 꿈이었고, 계획이었다"고 기억했다. 밤무대는 그런데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있는 들국화 멤버들에겐 생업 그 자체였다. "당시엔 사실 판 내는 게 그렇게 대단한 일이 아니었어요. 매일 일당을 받는 게 중요했지요."
최성원은 그러면서 클럽 음악 없이 록, 포크를 얘기하는 건 '정말 코미디'라고 꼬집었다. "조그만 클럽에서 '잘한다'고 소문난 사람들이 올라가서 스타가 돼야죠. 지금 K-팝 아이돌은 위에서 만들어 아래로 내려주는 형태인 거 같아요. K-컬처를 이야기하면서 '라이브 클럽이 없는 나라'가 말이 됩니까?"
들국화야말로 공연을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발탁된 팀이다. 그런데 레이블 동아기획과 1집, 2집 음반 발매 계약을 맺게 된 건 우연의 연속이 겹쳐진 결과물이었다.
동아기획 김영 대표는 광화문 인근에서 포크가수이기도 한 아내 이름을 내건 음반점 '박지영레코드'를 운영했다. 그런데 음반점을 찾은 학생들이 '들국화 앨범'이 있냐고 자주 물었다. 들국화는 클럽 중심으로 공연하며 젊은 층에 이름을 알리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이 팀을 알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박지영레코드 카운터에 앉아 있는데 허리까지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청년들이 음반점에 들어왔다. 감이 좋았던 김 대표는 그들이 '들국화'라고 직감했다. 들국화가 맞냐고 물었고 맞다고 답한 그들과 커피를 마시며 음반 계약 얘기를 했다. 들국화는 멤버들은 사실 그 때 음반 계약을 위해 지구레코드로 향하던 중이었다. 버스가 오지 않자, 지루함을 덜기 위해 버스 정류장 근처에 있던 박지영레코드에 들렀다가 김 대표와 계약을 맺게 됐다.
최성원은 전인권과 자주 싸웠다고 웃으며 털어놨다. "일단 음악적으로 다 고집이 있잖아요. 자기 색깔이 있죠. 근데 그걸 얘기를 안 하잖아요? 그럼 그럼 팀은 망하는 거예요. 계속 부딪히더라도 서로 갈등이 있어야지 거기서 해결책이 나온다고요. 저희는 큰 걸로 싸울 일은 없고 아주 작은 작은 결로 싸웠어요. '오늘 뭐 먹을래?'였죠. 예를 들어서 '함경도 가재미 식해가 맛있다'고 얘기 들었는데 '무슨 소리냐 강화 간장 게장 먹어봐냐' 이런 식인 거죠."
최성원은 이날 또한 사실 자신은 록 음악을 많이 좋아하지는 않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걔(전인권) 때문에 록이라는 걸 많이 듣게 됐죠. 그러면서 '아 이런 매력이 있구나'를 느꼈습니다. 그리고 걔는 또 아마 포크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해봤을 거예요. 완전히 다른 애들끼리 모여서 그런 과정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때는 서로 얘기하던 과정이 있었는데 나이 들어서 얘기를 안 하니까…"
최성원을 얘기하면서 또 빼놓을 수 없는 건 컴필레이션 앨범 '우리노래전시회'다. 이 음반 역시 올해 발표 40주년이다. 한국 언더그라운드 음악의 신호탄으로 평가 받는다. 최성원은 다수의 뮤지션들이 참여한 이 명반들에 실린 주요 곡들의 창작자이자 프로듀서였다. 해당 컴필레이션 음반은 1991년 4집 '우리노래전시회4' 이후로 나오지 않았다. 이 앨범 시리즈엔 어떤날, 시인과촌장, 조동익, 김창기, 낯선사람들, 김형석 등 내로라하는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했다.
최성원은 "참여한 뮤지션들의 기준은 어떤 정해진 룰이 있었던 게 아니었어요. 제가 좋아하거나 주변에 뮤지션이 있으면 같이 했죠. 곡 역시 제가 진짜 좋아하던 곡을 담았습니다. 이렇게라도 발표를 안 하면 절대 세상에 나오지 못할 것 같아 그런 마음으로 시작한 앨범이에요"라고 말했다.
최성원은 최근 포크 듀오 '여유와 설빈' 등 젊은 후배 아티스트들과 '우리노래전시회 리부트(Reboot)' 앨범을 제작했다. LP는 이미 제작했고, 음원은 내년 1월5일 음원 플랫폼에 공개된다. '우리노래전시회' 진짜 마지막 앨범이다.
이날 자리는 음악 동인 '한국 팝의 고고학'(한팝고)가 만들었다. '한팝고'는 17년 만에 완간된 한국 대중음악 저서의 기념비인 '한국 팝의 고고학'(을유문화사)의 저자들인 대중음악 평론가인 신현준 성공회대 교수, 최지은 대중음악 평론가, 김학선 대중음악 평론가(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그리고 류형규 씨가 뭉친 동인이다. 여유와 설빈 , 밴드 '9와 숫자들'의 9이자 밴드 '스위머스' 멤버 겸 프로듀서인 송재경은 각각 축하무대를 꾸몄다. '동아기획 이야기' 저자인 이소진 씨가 사회를 봤다. 싱어송라이터 겸 작사가 조동희 등이 객석에서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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