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한 정치에 대해 사과"
"표결의 기록은 오래 남아"
진영 넘은 美 정가의 반성
내란몰이 편가르기 대신
긍정적인 통합의 정치로
李, 담화에 반영하길 기대
"표결의 기록은 오래 남아"
진영 넘은 美 정가의 반성
내란몰이 편가르기 대신
긍정적인 통합의 정치로
李, 담화에 반영하길 기대
"표결의 기록은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보다 오래 남는다." 토머스 매시 공화당 하원의원이 지난달 16일 앱스타인 파일 공개 법안 표결을 앞두고 동료의원들의 찬성을 독려한 발언이다. 미성년자 성착취범으로 수감 중 사망한 제프리 앱스타인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련 의혹이 다시 쟁점이 된 시점에 불거진 움직임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눈치를 보느라 숨죽이던 집권 공화당 의원들이 깨어난 것이다. 공화당원의 73%가 파일 공개에 찬성하는 유고브 여론조사 결과 등이 영향을 미쳤다. 그에 앞서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필리버스터 폐지 요구를 공개적으로 거부했다. 의회 제도는 트럼프 대통령 3년 임기 후에도 존속되어야 한다는 데 동의한 것이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 승리를 거둔 11월 선거 1주년을 기념해야 할 즈음에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 공교롭다.
내일이면 이른바 12·3 비상계엄 후 1년이 된다. 우리나라야말로 그동안 유독한 정치가 계속되어 온 느낌이다. 정치판은 물론 국민들 사이에도 독극물을 퍼뜨리는 정치인들의 말은 하루도 쉰 적이 없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다시 생각해도 어처구니없다. 더불어민주당의 줄탄핵과 국정 발목잡기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계엄령 요건인 전시·사변이라 말할 수는 없다. '연성계엄' 운운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탄핵을 자초하고 이재명 대통령을 만들어준 데 더해 본인과 가족은 사법처리 대상이 되었다. 이른바 보수세력을 몰락한 폐족 신세로 만들었다. 비상계엄령이 대한민국에 입힌 상처는 너무나 크고 깊다.
이를 전제로 묻지 않을 수 없다. 보수 진영의 몰락 이후를 책임진 대통령과 정치세력은 그 소임을 다하고 있는가. 현 집권세력은 국민의 상처를 봉합해서 덧나지 않게 새살을 돋게 해야 할 책임이 있다. 계속 상처를 헤집고 덧나게 한다면 의사 자격이 없다. 계엄 후 1년, 집권 후 6개월이 지났다. 무소불위의 힘으로 국정을 잘 운영해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그 실적으로 평가받으면 된다. 압도적 의석은 물론 행정부를 장악하고 검찰과 사법부까지 꼬리를 내린 마당이다. 한미 관세협상 결과가 전 정부에서 나왔다면 어땠을까. 매국노 운운하는 민노총 주도의 시위가 전국을 뒤덮었을 것이다. 다행히(?) 조용하다. 환율은 치솟고, 부동산 값은 고공행진 중이다. 걱정하는 국민과 달리 집권층은 여전히 내란몰이에 진심이다.
물샐 틈 없던 공화당 진영이 무너진 것은 역설적으로 트럼프 대통령 때문이다. 앱스타인과의 깊은(?) 인연을 극구 부인하지만 파일 공개로 치명적인 내용이 나올 개연성이 높아졌다. 도덕성이 무너지면서 레임덕 얘기가 나올 정도로 급격히 힘이 빠지고 있다. 도덕성이 밥 먹여 주나, 능력만 있으면 된다. 미국이나 한국에서 한때 나오던 얘기들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지도자의 도덕성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모두가 새삼스럽게 깨닫는 중이다. 트럼프의 도덕성 문제가 미국 민주당에 결코 유리하게 작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도 관심 있게 볼 지점이다. 정부·여당의 실점에도 국민의힘에 반사이익이 돌아가지 못하는 우리 실정이 보인다. 윤어게인? 내가 황교안? 어이없는 자책골을 계속 넣는 야당이 승리할 수는 없다. 강성 지지층을 설득해서 합리적 방향으로 견인하는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여전히 진흙탕 속에서 헤매고 있다. 비상계엄 정국 1년. 여든 야든 유독한 정치에 참여해 온 것을 사과하는 정치인들은 없는가. 충성심은 개인에 대한 게 아니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 표결의 기록은 의원이나 대통령의 임기보다 오래 남는다. 1년이면 각성에 필요한 충분한 시간이다.
그런 각성을 바탕으로 이제는 편가르기 대신 국민통합을 목표로 내걸 때가 되었다. 상대의 악마화로 반사이익을 추구하는 대신 긍정적 방향으로 국정운영 태세를 전환할 시점이 되었다. 내일 발표할 이 대통령의 담화는 이런 내용으로 채워지길 기대한다.
dinoh7869@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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