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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한국형 국부펀드, 정치논리 빼고 미래만 보고 투자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12 15:47

수정 2025.12.12 15:47

기획재정부가 싱가포르 테마섹을 모델로 한 한국형 국부펀드를 내년 상반기 내 설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대통령 업무보고 모습. (유튜브 라이브 캡처)/사진=뉴시스
기획재정부가 싱가포르 테마섹을 모델로 한 한국형 국부펀드를 내년 상반기 내 설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대통령 업무보고 모습. (유튜브 라이브 캡처)/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개별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대규모 사업을 지원해 국부를 창출하는 한국형 국부펀드가 내년 상반기 설립될 전망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국부를 체계적으로 축적·증식해 미래 세대로 이전하겠다”고 밝히며 관련 계획을 공개했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전 제시했던 ‘국부펀드를 통한 한국판 엔비디아 육성’ 구상을 구체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한국투자공사(KIC)가 운용하는 국부펀드가 존재한다. 다만 KIC는 외환보유액의 수익률 제고를 위해 해외 자산에 달러로 투자하는 방식이다.

반면 새로 추진되는 한국형 국부펀드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상업적 수익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한국형 국부펀드는 싱가포르 테마섹과 호주의 퓨처펀드를 모델로 삼고 있다. 1974년 출범한 테마섹은 싱가포르텔레콤, 싱가포르항공 등 공기업 29곳을 보유한 정부 투자지주회사로 자산이 초기 4000억 원 규모에서 2023년 말 기준 745조 원으로 급성장했다. 2006년 설립된 호주 퓨처펀드는 공무원 연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조성된 특수 목적형 기금으로 독립된 투자위원회의 안정적 운용이 특징이다.

국부펀드와 관련해 당장 급한 것은 재원이다. 기재부는 상속세 물납 제도를 통해 정부가 확보한 비상장주식을 매각해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8월 기준 정부가 보유한 물납 비상장주식은 350개 종목, 6조8000억 원 규모다. 이를 단순 매각하거나 지분을 추가 매입해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매각하는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필요한 재원을 언제,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정부는 국부펀드 발표와 동시에 국민성장펀드도 공식 출범시켰다. 이미 기후에너지환경부의 미래환경산업투자펀드, 중소벤처기업부의 모태펀드 등 다양한 정책펀드가 운영 중이다. 이런 기존 펀드들도 적절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남는 출자금이 많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국부펀드까지 추가된다면 투자 중복과 자원의 비효율적 배분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

미래 세대를 위해 국유재산을 적극 활용해 국부를 극대화하겠다는 취지 자체는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이런 취지를 제대로 실현하려면 국부펀드를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철저히 분리해 전문성을 갖춘 독립적 투자위원회가 미래만 보고 운영하도록 제도적 기반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동시에 기존 정책펀드와의 중복을 방지할 통합 관리 체계를 마련해 전체 투자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