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안보 이슈 전망
美 비핵화 후순위로 대화… 정책 성과 집중
고율 관세 등 지정학적 갈등에 자원 무기화
러·우 종전은 조건 타협 여부 따라 시기 결정
美 비핵화 후순위로 대화… 정책 성과 집중
고율 관세 등 지정학적 갈등에 자원 무기화
러·우 종전은 조건 타협 여부 따라 시기 결정
2025년 지구촌 안보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유무인 복합전투체계가 전면에 부상하며 전쟁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변화한 한 해였다. 우크라이나와 중동의 전선은 소모전 속에서도 첨단 무기체계의 실험장으로 변모했다. 미·중 간의 기술 패권 경쟁은 군사 동맹의 블록화를 더욱 심화시켰다. 특히 자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각국의 군비 경쟁은 냉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며 국제 질서의 불안정성을 가중시켰다. 다가오는 2026년은 이러한 갈등이 구조적 고착화 단계에 접어드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 2025년, '미국 주도의 힘의 질서' 재편
28일 군과 외교가에 따르면 올해 안보 질서에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안보의 상수는 장기화된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지난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이 전쟁은 현재 만 3년 10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조기 종전 압박 속에 전선은 고착화됐으며, 이는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 가속화와 세계 안보 불안의 근본 원인이 되고 있다.
중동에서는 지난해 12월 8일 시리아 아사드 정권의 붕괴가 질서 재편의 기폭제가 되었다. 5월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통제권을 상당부분 확보하며 하마스의 조직적 저항을 약화시켰다. 특히 지난 6월,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습 당시 미군의 초대형 벙커버스터인 'GBU-57(MOP)' 폭격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당시 "이란 포르두 지하 시설의 견고한 암반층을 관통해 핵심 설비를 파괴했다"며, 이는 미국의 전략적 승인이 뒷받침된 결과라고 보도했다. 이로써 이란의 핵 재발 추동력은 상당기간 지연 또는 약화됐다. 이 같이 상반기 중동에선 이란을 중심으로한 반미·반서방 세력으로 대변되는 '저항의 축'은 급격히 와해됐다.
하반기에는 동아시아의 긴장이 정점으로 치달았다. 지난 10월 중국은 미국의 관세 압박에 맞서 희토류 수출 통제라는 자원 무기화 카드를 꺼냈다. 이어 지난 11월 7일,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일본 총리는 "대만 유사시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한 존립 위기 사태"라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군사적 행동까지 암시하며 강력 반발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중국 지도부가 정치적 경제적 위기 등 내부 불만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의도적 강경책을 쓰고 있다"는 분석을 제기했다,
지난 5일 미 백악관은 '2025 국가안보전략(NSS)'을 공식 발표했다. 이 문서는 우주 기반 미사일 방어망인 '골든 돔' 구축과 해군력 확충을 핵심으로 미국 우선주의를 명문화했다. 연말에는 미국의 직접 군사 행동이 이어졌다. 12월 중순 미국은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 축출을 강하게 압박하고, 지난 25일 성탄절에는 나이지리아 내 테러 거점을 전격 공습했다. 12월 말 현재 태국-캄보디아의 물리적 군사적 충돌과 AI 기반 사이버 교전이 중첩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는 AI로 생성된 전투 이미지나, 상대국 지도자의 목소리를 모방한 조작된 오디오 등이 동원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25년 군사 동향은 △기술 기반의 군비 경쟁 심화와 △지정학적 다중 위기 △미국의 강한 영향력이 재확인된 해로 요약된다.
■ 2026년, 북핵 동결 타협안 부상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IFANS)는 2026년 글로벌 안보 이슈에 대해 우선 러·우 전쟁은 EU 및 미국이 제시하는 평화협상의 조건과 당사자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제시하거나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 간 타협 여부에 따라 종전 여부 및 시기가 결정될 것이라고 짚었다.
우리 정부는 '선 북미대화, 후 남북대화'의 입장에서 북미대화를 위한 환경 조성에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했다. 북한은 북러 동맹 강화, 북중 관계 복원, 북중러 연대 확대를 추구할 것으로 전망했다. 북미 간에는 △회담 개최 희망 △평화공존 △비핵화 의제 후순위 등의 공통분모가 있어서 정상회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IFANS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적극적인 정치적 행보는 집권 2년차에도 지속될 것이며,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러·우 전쟁 종전, △대중국 견제 정책 조절 △북미 정상회담 개최 등 대외정책 분야 성과를 내기 위해 집중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첨단기술 및 전략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제조업 부흥을 위한 성과 축적과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 주력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은 핵심 이익 등 현안에 한층 강경한 모습을 보이며, 러시아와 북한 등 동맹을 중시하는 한편, 2026년 11월 중국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주변국과 셔틀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등 외교 관계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중은 경쟁이 격화되겠지만 양측은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제한된 관계 개선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은 국회에서 소수 여당 상황이 지속되면 연립정권 및 정당 간 합종연횡을 상시화하는 등 정치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으며, 총선과 정계 재편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중동 정세는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연립정부는 상황을 다시 전시로 이끌어갈 수 있다. 따라서 미국·사우디아라비아·튀르키예·이란 등 역내 주요국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무역은 트럼프 행정부가 도입한 고율 관세 효과가 가시화되고 지정학적 갈등의 심화에 따른 무역 분절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위축될 것으로 IFANS는 전망했다.
손대권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내년 국제정세는 미국의 전략적 축소(Retrenchment)와 이에 수반되는 동맹 부담 전가 및 거래적 외교 기조가 지속되면서,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근간이 동요하는 양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중국은 미국의 역량을 분산시키고, 글로벌 사우스에 대한 전략적 접근을 더 확대할 것"으로 관측했다. 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수차례에 걸쳐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언급한 바 있다"며 "중국 역시 북한 비핵화에 대한 명시적 지지를 유보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북한 비핵화는 더욱 요원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는 "내년 주된 이슈는 태평양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미중 양국 간의 포석전'이 될 것이며, 이의 시발점은 우리의 바다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주 교수는 "중국 해군은 단계별로 우리의 서해뿐 아니라 남해, 동해까지 진출하려 할 것"이라며 "특히 북극항로가 개척되면 중국은 우리 삼면의 바다에서 '항행의 자유' 확대를 위한 시동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해양 방어 강화를 위한 해군력 증강뿐 아니라 주변국과의 해상훈련을 적극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2026년은 미 외교협회(CFR)가 경고한 한반도 무력 대치 위기(1등급) 전망 속에서 북한의 핵동결을 매개로 한 현실적 타협안이 부상하며,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과 AI 기반의 새로운 안보 위협이 국가 생존을 좌우하는 대전환의 시기가 될 전망이다.
wangjyle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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