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 vs 수치심"... 6년 전 진천선수촌, 비극의 방아쇠 당겨졌다
대법원 "무죄" 판결에도... 쫓기듯 중국行 임효준
"배신자" 낙인 속 절치부심... 린샤오쥔, 오성홍기 달고 '한국 조준'
피할 수 없는 외나무다리... 황대헌과 펼칠 '잔인한 레이스'
대법원 "무죄" 판결에도... 쫓기듯 중국行 임효준
"배신자" 낙인 속 절치부심... 린샤오쥔, 오성홍기 달고 '한국 조준'
피할 수 없는 외나무다리... 황대헌과 펼칠 '잔인한 레이스'
[파이낸셜뉴스] 6년 전 진천선수촌, 한순간의 '장난'이 두 천재의 운명을 영원히 갈라놓았다. 바지를 내린 선배는 국적을 바꿨고, 수치심을 느꼈다던 후배는 한국의 에이스가 됐다.
한국 쇼트트랙 역사상 가장 잔혹하고 기구한 악연의 주인공, 린샤오쥔(29·한국명 임효준)과 황대헌(26·강원도청)이 마침내 올림픽이라는 외나무다리에서 다시 만난다.
중국 국가체육총국은 23일(한국시간)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선수단 명단을 발표하며 린샤오쥔의 승선을 공식화했다. 이로써 2019년 '그 사건' 이후 멈춰있던 두 사람의 시계바늘이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엇갈린 진실 두 사람의 비극은 2019년 6월 17일 시작됐다. 진천선수촌 웨이트트레이닝 센터에서 훈련 도중 임효준이 황대헌의 바지를 잡아당겨 하반신 일부가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임효준 측은 "친근함의 표시였을 뿐, 추행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황대헌 측의 입장은 단호했다. "여자 선수들도 있는 자리에서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었던 일은 법적 공방으로 번졌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임효준에게 선수 자격정지 1년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평창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날개가 꺾인 순간이었다.
이후 2년여간 이어진 법정 다툼은 반전의 연속이었다. 1심은 임효준의 강제추행 혐의를 인정해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과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동료 선수들 사이의 장난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무죄를 확정했다.
법적으로는 억울함을 벗었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재판 과정에서 올림픽 출전이 불투명해지자 임효준은 2020년 6월 중국 귀화를 선택했다. "스케이트를 계속 타고 싶다"는 것이 이유였지만, 여론은 "병역 기피와 징계 회피를 위한 꼼수"라며 싸늘하게 등을 돌렸다. 그렇게 그는 '임효준'이라는 이름을 지우고 중국인 '린샤오쥔'이 됐다.
운명은 얄궂게도 두 사람을 계속해서 엇갈리게 했다. 린샤오쥔이 국적 변경 규정(기존 국적 출전 후 3년 경과)에 묶여 2022 베이징 올림픽을 관중석에서 지켜볼 때, 황대헌은 그 대회 1500m 금메달을 목에 걸며 환호했다.
그리고 2026년 2월. 이제는 피할 곳도, 숨을 곳도 없다. 중국의 오성홍기를 가슴에 단 린샤오쥔과, 태극마크를 지켜낸 황대헌.
과거 법정에서 '성적 수치심'과 '고의성'을 두고 다퉜던 두 남자는 이제 밀라노의 빙판 위에서 오직 속도로 승부를 가린다.
"한국이 나를 버렸다"고 생각하는 선배와 "그날의 상처는 지워지지 않는다"는 후배.
6년 전 그날의 진실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전 세계의 이목이 두 사람의 '잔인한 재회'가 펼쳐질 출발선으로 쏠리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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