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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 하루 만에 뒤집힌 '이사비 공방'

최아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2.19 18:15

수정 2026.02.19 19:31

최아영 기자
최아영 기자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며 임대차 시장은 혼란을 겪었다. 이른바 '세 낀 집'의 매도가 어려워지자, 매도를 서두르는 집주인과 거주를 이어가려는 세입자 사이에 새로운 협상 비용이 형성됐다. 이사비와 추가 보상금을 포함한 '퇴거 위로금'이다.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는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매수자가 즉시 입주해야 허가를 받을 수 있어 세입자가 있는 매물 거래가 사실상 제한됐다. 이에 집주인은 매도를 위해 비용을 부담했고, 세입자는 거주를 포기하는 대가를 받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최근까지 시장에서는 적게는 500만원에서 많게는 5000만원까지 오갔다.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세입자 입장에서는 갑작스러운 이사에 대비해 다음 거처를 마련할 시간과 자금을 확보하는 수단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일시 유예와 실거주 요건 완화가 발표되자 상황은 뒤바뀌었다. 세입자를 내보내지 않아도 매도가 가능해지자 위로금을 지급할 유인은 빠르게 사라졌다. 위로금을 전제로 움직이던 매물들은 그대로 시장에 나왔다.

이 변화는 곧바로 주거계획에 영향을 미쳤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 중인 세입자 A씨는 오는 6월 전세 계약 만료를 앞두고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을 고민하고 있었다. 아이의 학군을 고려해 장기 거주를 염두에 둔 선택이었지만, 집주인이 매도를 추진하면서 거주 여부를 다시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정책 변화가 이사 일정과 자금 계획을 동시에 흔든 것이다.

퇴거 위로금은 바람직한 관행이라고 보기 어렵다. 해당 비용이 전셋값이나 매매 가격에 전가될 경우 시장 왜곡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 존폐가 하루 만에 뒤집히는 구조 또한 정상적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어제까지 협상의 전제였던 비용이 오늘은 사라지고, 그에 맞춰 개인의 계획도 수정된다.

특히 전세 매물이 줄고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이동해야 하는 세입자가 늘어날 경우 전세 수급 불안은 더 심화될 수 있다. 정책이 임대차 이동 수요를 자극할 경우 시장 부담은 다른 형태로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

정책은 집값을 잡겠다고 발표되지만 현장에서는 전세 계약과 이사 일정, 자금 계획까지 흔든다.
정책이 일관성을 잃을수록 시장 참여자들은 가격이 아니라 정책 리스크를 먼저 계산하게 된다. 부동산 정책은 삶의 계획을 바꾼다.
집값 외에 시장 안에서 벌어지는 이 같은 변화까지 함께 들여다보지 않는다면, 정책의 효과도 온전히 평가하기 어렵다.

act@fnnews.com 최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