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미국과 이란이 이틀째 공격을 주고받으면서도 협상의 문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전장은 격화되고 있지만, 물밑에서는 대화 재개의 신호가 감지되는 '이중 트랙' 국면이다. 다만 미군이 사망하면서 전쟁은 격화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이란 측이 협상 재개 의사를 전달해왔다고 밝혔다. 주요 외신들도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이 워싱턴과의 대화 복원을 타진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 시사잡지 '디애틀랜틱'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전쟁의 출구 전략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그들이 대화를 원하고 있고, 나는 대화에 동의했다. 그래서 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들은 더 일찍 했어야 했다"며 "쉽고 실용적인 제안을 너무 늦게 받아들이려 한다"고 압박했다.
그는 또 과거 미국과 협상에 참여했던 일부 이란 고위 인사들이 이번 공습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는 협상 채널이 재편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기존 협상 라인이 붕괴되면서 향후 대화가 새로운 권력 구도 속에서 진행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이란이 먼저 움직였다는 보도도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아랍 및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알리 라리자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이 오만을 중재 채널로 활용해 미국 측에 핵 협상 재개 의사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감행한 직후다.
라리자니는 현재 이스라엘·미국과의 군사 충돌 속에서 안보·군사 대응을 총괄하는 동시에, 전쟁 출구를 모색하는 외교 라인을 주도하는 인물로 부상하고 있다. 다만 그는 하메네이 사망 이후 구성된 3인 지도체제에는 포함돼 있지 않다. 최고지도자 사망 이후 권력 공백이 발생한 상황에서, 협상 창구 역시 재정비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전면전 확산을 막기 위한 긴급 외교 신호"라는 해석과 함께, "군사적 압박 속 전술적 시간 벌기"라는 분석을 동시에 내놓고 있다. 장기전을 감당하기 어려운 이란이 외교적 출구를 탐색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전황은 오히려 격화되고 있다. 이날 이란의 반격으로 쿠웨이트에 주둔한 미군 기지가 공격을 받아 미군 3명이 사망하고 5명이 부상했다.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이스라엘에서도 최소 9명, 인근 중동 국가들에서도 4명이 숨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공개한 6분 분량의 영상 성명에서 이번 군사작전으로 미군 3명이 전사한 데 대해 애도를 표하며 "안타깝게도 이 일이 끝나기 전에 더 많은 희생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더 많은 희생이 있을 수 있지만, 그런 일이 없도록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란이 이스라엘뿐 아니라 페르시아만 국가들까지 공격하면서, 역설적으로 이들 국가가 중재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쿠웨이트·카타르·오만 등은 미군 기지를 보유한 동시에 이란과도 외교 채널을 유지하고 있어 확전을 원치 않는 이해당사자들이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 역시 전쟁 장기화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안고 있다. 군사적 압박을 지속하면서도 협상의 문을 열어두는 전략은 국내외 리스크를 동시에 관리하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