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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노란봉투법 10일 시행, 교섭 부작용 최소화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09 18:34

수정 2026.03.09 18:34

모호·독소조항 많아 현장 불안감 커
정부, 균형 잡힌 중재로 혼란 막아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4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개정 노동조합법 현장안착을 위한 노동부-노동위원회 공동워크숍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4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개정 노동조합법 현장안착을 위한 노동부-노동위원회 공동워크숍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영계가 마지막까지 우려를 표했던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이 10일부터 시행된다. 법의 골자는 원청의 사업자 책임을 강화하고, 하청업체 노조의 교섭력을 확대하는 것이다. 노조 파업에 대한 사측 손해배상 청구 제한 등 노사관계 질서를 뒤흔들 수 있는 조항이 다수 포함돼 있다. 재계는 법안에 반대하며 요구사항을 전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경영계는 시행 후 닥칠 혼란에 대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반면 법 시행을 계기로 노조권 확대를 노리는 노동계는 연일 투쟁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대론 노사 상생의 법 취지를 살리기는커녕 후유증만 키울 가능성이 다분하다. 정부가 기민하게 움직여 균형 잡힌 중재로 현장의 혼란을 막아야 할 것이다.

가장 큰 우려는 노란봉투법의 모호한 규정과 독소조항이 현장의 무제한 교섭과 파업 남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대목이다. 사용자 범위가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로 애매하게 규정돼 수많은 하청업체 등 간접고용 근로자도 원청에 교섭을 요구할 것이다. 이로 인해 원·하청 구조가 복잡한 자동차, 조선, 건설 업종에서 극심한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 수만개 부품업체, 협력사와 거래하는 자동차업계는 자칫 연중 상시교섭 체제를 가동해야 할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시간과 싸워야 하는 글로벌 무한 속도전에서 노조 무제한 교섭은 기업에 큰 리스크가 아닐 수 없다.

'근로조건의 결정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도 노동쟁의 행위 대상에 포함됐다. 인수합병, 매각, 해외 생산시설 증설 등도 파업 의제로 삼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노조가 동의하지 않으면 해외 투자도 못하게 되는 기막힌 상황이 현실화될 수 있다. 노조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기업 방어권은 충분히 보장되지 않은 상태인데 노조에 대한 파업 손배소송 청구를 제한한 것도 독소조항에 속한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법 시행 전날인 9일 "아직 발생하지 않은 갈등 상황을 지나치게 우려하지 말라"고 했지만 현장은 녹록지 않다.

노동계는 이미 대대적인 투쟁을 예고한 상태다.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공공운수노조 등에선 수십개 하청 사업장의 노동자 수만명이 원청을 상대로 교섭 요구 공고문을 발송했다. 한국노총은 10일 노란봉투법에 따른 200만 조합원 조직화 선포식을 갖는다. 하청 노조 투쟁을 지원해 현 120만명 수준인 회원 수를 200만명까지 늘리겠다는 것이다. 한국의 노사관계는 상생과 화합보다 대립과 갈등의 문화가 깊어 국가경쟁력에도 큰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수도 없이 많았다. 노란봉투법으로 노사가 공존의 길보다는 더한 대립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경각심을 모두가 가질 필요가 있다.

법에는 원·하청 노조 간 이해관계 충돌로 노노 갈등까지 부추길 요소도 있다. 하청 노조가 직접 원청과의 교섭을 통해 임금과 성과급 인상을 이끌어낼 경우 같은 재원을 공유하는 원청 노동자들과 이해 충돌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원청 노조와 여러 하청 노조 간 이견 조율이 원활히 되지 않고 교섭이 장기화되면 기업이 이중, 삼중의 교섭 부담을 떠안게 된다.
기업은 노란봉투법 분쟁 1호 기업은 되지 말자며 몸을 사리고 있다고 한다. 이런 위축된 분위기에서 기업이 성장의 주역이 되긴 힘든 일이다.
법의 보완도 필요하고 과도한 요구엔 엄정한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