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3.1절, 숭고한 정신 사라진 박물관

유선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10 18:28

수정 2026.03.10 19:02

유선준 문화스포츠부 기자
유선준 문화스포츠부 기자
"정부가 바뀌었는데, 오히려 3·1절 관련 전시가 없네요."(3·1절 기념행사 관계자)

최근 107년을 기념한 3·1절 공휴일이 지났다. 국권 회복을 위해 민족 자존의 기치를 드높였던 선열들의 위업을 기리는 위대한 날인 만큼, 공휴일 가운데 단연 최고의 의미를 지닌 날이었다. 즉 3·1절은 기념 주년을 따질 수 없는, 자체만으로도 숭고한 날인 셈이다.

그러나 올해는 순국선열의 숭고한 정신을 보고 느끼게 하는 전시가 없다시피 해서 아쉬움이 짙게 남는 날로도 기억됐다.

해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는 3·1절 관련 전시가 열렸지만, 올해는 이상하리만큼 없었다.

특히 국립박물관들은 물론 소관 부처에서조차 관련 전시가 기획되지 않았다.

건국절 논쟁이 아직도 한창 불붙고 있는 상황에서 3·1절 전시가 뒷전이 되는 건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건국일로 보는 현 정부의 기조와 맞지 않는 행태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대한민국의 건국 시점을 3·1운동이 갓 지난 상하이 임시정부 수립일인 1919년 4월 13일로 봐야 한다는 진보 진영의 입장과 이승만 정부가 출범한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일로 봐야 한다는 보수 진영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진보 진영은 지금까지 우리 헌법이 상하이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있기 때문에 이때가 대한민국 건국일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보수 진영은 국가의 3요소인 국민과 영토, 주권을 모두 갖춘 현대 국가의 모습인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정부 수립을 건국으로 보고 있다.

이런 와중에 전자 기조인 현 정부의 미흡한 이번 행보로 관련 건국일 주장에 찬물을 끼얹은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 정부 관계자는 "작년에 비해 올해 전시 등 3·1절 행사가 미흡한 건 사실"이라며 "작년 광복 80주년 행사를 대대적으로 해서 그런지 올해는 힘이 좀 빠진 모양새"라고 귀띔했다.

3·1절은 기념 주년의 숫자로 성대하게 하고, 안 하고를 가려 행하는 날이 아니라 자체만으로도 대한민국 근간이 세워진 숭고한 날이다.
현 정부가 3·1운동을 기점으로 일어난 임시정부 수립일을 건국일로 정하려면 그에 걸맞은 정책 행보를 보여야 하지 않을까. 여전히 '쉬는 날'로만 인식되는 경향이 짙은 대한민국의 현주소에서 말이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