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약'정책, '얼마나'보다 '어떻게'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19 19:02

수정 2026.03.19 19:02

강중모 중기벤처부
강중모 중기벤처부
최근 제약·의료계를 둘러싼 정책 논쟁의 중심에는 '약'이 있다. 성분명 처방, 대체조제 활성화, 제네릭 약가 인하까지 서로 다른 정책처럼 보이지만 결국 하나의 방향을 가리킨다. 약값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성분명 처방은 의사가 특정 제품명이 아닌 '성분'만 처방하고, 약사가 동일 성분 의약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조제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대체조제까지 활성화되면 처방 이후 약국 단계에서 더 저렴한 의약품으로 전환이 가능해진다.

초고령사회 진입과 함께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재정절감과 환자 부담 완화라는 정책적 명분은 분명하다.

문제는 현장의 온도차다. 의료계는 치료의 연속성과 책임 소재를 우려한다. 같은 성분이라 하더라도 제형·흡수율·환자의 반응이 다를 수 있고, 특히 만성질환자나 고령층에서는 작은 차이가 임상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약업계는 제네릭 중심 구조에서 과도한 가격경쟁이 벌어질 경우 품질관리 여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제네릭 약가 인하 정책까지 더해지며 갈등은 한층 격화되고 있다. 오리지널 대비 일정 비율로 가격을 낮추는 구조가 강화되면서 업계의 반발도 커지는 양상이다. 제약업계는 잇따른 문제 제기를 통해 급격한 약가 인하가 장기적으로 공급불안이나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물론 반론도 존재한다. 국내 의약품 시장이 '같은 성분, 다른 가격' 구조로 지나치게 복잡해졌고,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비용이 누적돼 왔다는 지적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동일한 효과의 약을 더 비싸게 사용해야 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결국 핵심은 균형이다. 약가정책의 목표가 단순히 '저렴함'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환자의 치료 안전성, 의사의 처방 권한, 약사의 조제 전문성, 제약사의 지속 가능성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어느 한 축이라도 흔들리면 그 부담은 결국 환자에게 돌아간다.

속도의 문제도 있다. 약가를 둘러싼 정책 논의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 흐름은 다소 조급해 보인다. 재정절감이라는 명확한 목표에 비해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에 대한 검토는 충분한지 되묻게 된다.

약은 공산품이 아니다.
단순한 가격경쟁 논리로만 접근하기에는 그 영향이 너무 넓고 깊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줄일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줄이면서도 무너지지 않게 할 것인가'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정교한 설계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중기벤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