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유통업계의 AI 혁명

이정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26 18:42

수정 2026.03.26 19:18

이정화 생활경제부
이정화 생활경제부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럽게 말을 건네고 옷을 소개하는 쇼호스트, 제품을 착용한 모델, 쇼핑정보 검색을 돕는 인공지능(AI) 챗봇. 최근 홈쇼핑 화면 속 풍경은 더 이상 사람의 몫만은 아니다. AI가 그 자리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라이브커머스에서는 AI가 실시간 댓글을 분석해 상품을 추천하고, 온라인몰에서는 고객 취향을 반영한 맞춤형 상품 노출이 자동으로 이뤄진다. 물류 현장에서는 주문량을 예측해 재고를 배치하고 배송 동선을 짜는 데까지 AI가 활용되고 있다.

유통업계 전반에 AI 도입이 확산되면서 현장의 모습도 달라지고 있다.

홈쇼핑에서는 AI 쇼호스트와 가상모델이 방송을 이끌고, 대본 작성과 영상 제작까지 자동화되고 있다. 이커머스에서는 수요예측과 재고 관리, 고객 응대까지 AI 활용이 확대되고 있으며 오프라인 매장도 무인계산대와 키오스크 도입으로 인력 의존도가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이 같은 변화는 고용창출 효과가 그 어느 업계보다 큰 유통업계 고용구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점포 효율화와 온라인 전환, 무인화가 맞물리며 인력 중심이던 산업구조는 점차 기술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대형마트를 비롯한 유통업계 고용 규모는 10년 전과 비교해 감소 흐름이 뚜렷하다. 온라인 전환 등 구조적 변화도 영향을 미쳤지만, 최근 AI 도입은 변화를 한층 앞당기고 있다.

기업 단위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확인된다. 롯데쇼핑의 2024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성과평가 대상 임직원 수는 백화점 3701명, 마트 4161명, 슈퍼 1078명, 이커머스 674명으로 집계됐다. 이커머스는 2022년 1000명에서 2024년 674명으로 326명 줄었고, 백화점과 슈퍼도 감소했다. 과거 오프라인 유통을 중심으로 인력을 대거 확충하던 흐름과는 대비되는 변화다.

한때 유통업은 대규모 인력을 흡수하며 고용창출 효과가 큰 산업으로 꼽혔지만, 이제는 그 역할이 약화되고 있다. 기업들은 이를 생산성 향상과 효율 개선이라는 '혁신'으로 설명하지만, 변화의 부담은 현장에 집중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반복업무뿐 아니라 기획·운영 등 중간영역까지 자동화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일자리의 범위 자체가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AI 도입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다만 그 변화를 혁신이라는 이름으로만 설명하기에는, 그 이면의 변화가 결코 가볍지 않다.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 산업의 기반인 고용구조까지 바꾸고 있다면 그 영향에 대한 논의 역시 함께 이뤄져야 한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