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종목▶
선수금환급보증(RG)을 발급받지 못해 2019년 파산한 SPP조선에 대한 업계 관계자의 시각이다.
지금 인기 있는 선종인 MR(중형급) 탱커 건조에 강점을 가진 SPP조선은 당시 주채권은행이 시중은행인 채권단의 RG 발급 및 보장 거부로 파산했다. 조선·해운 경기가 나빴던 당시 매각자문사였던 삼일회계법인이 영국과 그리스의 선주 및 중계인을 만나 SPP조선에 대한 발주의향을 물었을 때도 8곳 중 6곳이 "있다"고 답변했다.
RG는 조선사가 기한 내 선박을 건조하지 못하거나 파산할 경우 금융기관이 발주사(선주)에 선수금을 대납하는 '지급보증'으로, 수주를 받기 위해 필요한 금융이다.
SPP조선의 고성조선소는 2016년 하반기 가동이 중단됐고, 사천조선소는 2017년 2월 최종선박을 인도하면서 가동중단됐다.
역대급 조선 호황을 맞은 지금조차도 은행은 여전히 RG 트라우마에 갇혀 있다. 수주 대박을 맞은 중형급인 HJ중공업, 대한조선조차 원활하게 RG를 발급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은 "한도가 찼다"며 시중은행에 미루고, 시중은행은 막대한 RG 수수료 폭리를 받거나 아예 RG 발급을 거부하고 있다.
중소 조선사가 RG를 못 구하자 필리핀 선주는 "RG가 없어도 괜찮다"고 하기도 했다. 한국 조선소의 기술력과 신뢰를 믿기에 배를 인도받지 못하면 수백억원을 날릴 위험을 감수했다. 바다 건너 외국 선주가 우리 조선소를 믿는데, 같은 나라의 은행은 코앞에 있는 조선소를 믿지 못하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RG 지원 문제는 수주경쟁력과 직결되는 필수조건이다. 한미 조선협력(MASGA·마스가)에서도 중소 조선이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했지만, 은행의 직무유기에 우리 산업이 살아날 기회를 놓친다는 말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도 은행의 RG 발급에 대한 적극적인 면책·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우리 조선산업이 사이클 산업에서 벗어나 K조선의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더 이상 민간에 미룰 문제가 아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