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우 DNA로 우수 암소 먼저 가린다… 어릴 때 육질·성장성 예측
저능력우 조기 선별해 개량 속도 높인다
도내 75농가 800두 대상 정밀 평가
한우 경쟁력·농가 소득 함께 끌어올린다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 한우 농가가 이제 소를 다 키운 뒤 결과를 확인하는 방식에서 벗어나게 됐다. DNA 분석으로 어린 암소 단계에서 성장 잠재력과 육질을 미리 예측해 우수 개체를 먼저 골라내는 사업이 본격화한다.
제주특별자치도 축산생명연구원은 도내 한우 농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한우암소 유전체 분석 사업'을 추진한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사업에는 국비 5000만원이 투입된다. 대상은 가임 암소 25두 이상을 키우는 도내 농가다. 모두 75농가, 한우 암소 800두를 상대로 정밀 유전능력 평가가 이뤄진다.
사업은 축산생명연구원을 중심으로 국립축산과학원과 지역 축협이 함께 추진한다. 생산 현장과 연구기관, 지역 축협이 협업 체계를 갖춰 한우 개량 데이터를 농가에 직접 연결하는 구조다.
이번 사업의 핵심은 유전체 분석이다. 소의 털뿌리나 혈액에서 DNA를 추출해 성장성과 육질 같은 형질을 사전에 예측하는 기술이다. 다시 말해 소를 오래 키워 출하한 뒤에야 알 수 있었던 능력을 어린 시기에 미리 확인하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우수 개체인지 아닌지 판단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렸다. 사육 기간이 길고 비용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유전체 분석을 활용하면 우수 형질을 가진 암소를 일찍 선발할 수 있고 능력이 낮은 개체도 조기에 가려낼 수 있다. 그만큼 개량 속도는 빨라지고 사육 부담은 줄어든다.
한우 산업에서 암소 개량은 특히 중요하다. 좋은 형질의 암소를 얼마나 빨리 확보하느냐에 따라 송아지 품질과 농가 수익 구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번 사업이 주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 지원사업이 아니라 제주 한우의 품질 경쟁력을 끌어올릴 기초 작업에 가깝다.
연구원은 지난 2월 사업 대상 농가 선정을 마쳤다. 5월부터 8월까지 현장에서 한우 모근을 채취해 유전체 분석을 진행하고 올해 말 각 농가에 유전능력 평가 결과를 개별 제공할 예정이다. 농가는 이 결과를 바탕으로 번식과 사양 관리, 선발과 도태 계획을 더 정밀하게 세울 수 있다.
축산 현장에서는 사료값과 인건비 상승으로 생산성 향상이 더 중요해진 상황이다. 같은 마릿수를 키워도 어떤 개체를 남기고 어떤 개체를 정리하느냐에 따라 수익 차이가 커질 수밖에 없다. 제주도가 과학적 데이터 기반 축산을 강조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양원종 제주도 축산생명연구원장은 "유전체 분석으로 암소 개량을 앞당겨 고품질 한우 생산과 농가 소득 향상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