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노동정책 속도 조절을

김준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26 18:10

수정 2026.04.26 18:54

김준혁 경제부 기자
김준혁 경제부 기자
헌법엔 '근로'라는 단어가 13번 언급된다. 국가가 보장해야 할 근로의 의무와 권리를 비롯해 마땅히 보호돼야 할 근로의 범위, 고용과 임금의 대원칙을 헌법 제32조와 33조는 제시하고 있다. 노동3권으로 일컫는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역시 여기서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근로 또는 노동이라는 개념은 기본권에 가깝다. 우리 사회를 지탱·지속하기 위해 빼놓을 수 없는 개념이다.

노동 없는 경제·사회는 생각할 수 없다.

이런 관점에서 이재명 정부의 '노동 동반 성장' '노동 존중 사회'라는 기치에는 공감이 간다.

동시에 노동은 이해상충적인 성격도 띤다. 노동자 개인·집단·단체별로 그 성격과 환경이 천차만별이며, 노동을 필요로 하는 사용자와 노동을 제공하는 노동자가 공존해야 한다는 점에서 일방적이기 힘들다. 노동정책이 국민적 관심을 받고, 많은 국민들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이런 점에서 노동정책과 입법은 충분한 숙의 기반의 사회적 합의와 속도조절이 필수적이다. 위에서 언급했듯 노동의 가치는 모두에게 보편적이면서도 그 성격과 형태는 일률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지금까지 이재명 정부의 노동정책은 이미 고용된 노동자, 어떤 형태로든 노무를 공급하는 노무제공자의 고용과 임금을 보장·보호하는 데 초점을 뒀다. 반대로 보면, 아직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취업희망자들, 이미 거친 경쟁을 뚫고 입사한 정규직들, 자본 여력이 마땅치 않은 소상공인 입장에선 섭섭할 만한 일들일 것이다. 이미 시행된 노란봉투법을 비롯해 정부의 기간제근로 보호 방식, 포괄임금 규제,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근로자추정제를 보는 시각이 노동자 개인.집단 주체마다 제각각인 이유다.

아울러 매번 그렇듯 모든 정책과 법이 의도대로 흘러가기 힘들다. 경제.사회.문화에 모두 영향을 받는 노동은 변화엔 더욱 숙고가 필요한 이유다.

비정규직, 산업재해 등 노동 의제를 바라보는 이재명 대통령의 생각과 철학은 충분히 알겠다. 이제 과정이 중요하다. 설득과 타협 등 유연한 자세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끝으로, '고용'도 '노동'만큼 각광받길 바란다.
고용 분야에서도 청년고용, 지역고용, 고용보험 개편 등 중요한 의제들이 많다. 고용 없는 노동은 없다.
고용과 노동 사이 적절한 균형이 이 대통령이 언급한 바 있는 실용주의 아닐까. 헌법엔 '고용 증진'도 분명히 명시돼 있다.

jhyuk@fnnews.com 김준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