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서민 배려 않는 금융당국

이주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28 18:12

수정 2026.04.28 18:54

이주미 금융부 기자
이주미 금융부 기자
"전세를 알아보고 있는데 정말 씨가 말랐다. 일단 부모님 댁에서 시작해야 하나 싶다."

내년 결혼을 앞둔 한 지인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단연 '신혼집'이다. 전방위적 대출규제로 부동산 시장의 불안이 커지면서 매매보다는 전세를 통한 관망을 택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은 탓이다. 서울에 살던 부모님은 은퇴 후 지방에서 귀농생활을 하고 있다.

전세를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울며 겨자 먹기'로 부모님 집에서 얹혀 살까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비거주 1주택자' 규제가 시행되면 이 선택도 까다로워질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이 규제 의지를 밝히며 금융당국은 비거주 1주택자의 대출을 규제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대외적으로 보유주택 대신 전셋집에 살면서 시세차익을 노리는 이른바 '투기적 1주택자'만 대상으로 하겠다고 밝혔지만 투기 여부를 어떤 기준으로 가려낼지가 관건이다. 자녀교육, 부모봉양 등 비거주 1주택자를 무조건 투기라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연일 다주택자를 때리는 것도 모자라 1주택자까지 겨냥하면서 '무주택자'의 불안도 덩달아 커지는 상황이다. 부모님 찬스를 활용할 수 있는 지인은 그나마 양반에 속한다. 지방 출신으로 대학 시절 상경해 10년 가까이 전월세를 전전하는 기자는 더욱 막막하다. 대출규제로 전월세 시장이 흔들리자 오는 8월 전세계약 만료를 앞둔 세입자로서 하루하루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영끌'을 통해 서울 외곽에라도 집을 사 안정을 찾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실수요자들의 불안감은 수치에서도 드러난다. KB부동산이 발표한 4월 전국 주택가격 동향(13일 기준)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아파트값은 두 달 연속 하락한 반면 동대문구(1.99%), 강서구(1.88%), 강북구(1.75%), 성북구(1.69%) 등 서울 외곽지역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영끌 매수가 주도하는 '15억원 키 맞추기' 현상이 서울 외곽은 물론 인접 수도권 지역까지 빠르게 확산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금융위는 지난 1일 올해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하며 금융과 부동산 시장의 절연을 선포했다. 부동산으로 향하는 자금을 비생산적이라고 규정, 기업과 투자 등으로 돌리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금융과 부동산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점이다. 억지로 분리하려 시도하면 되레 실수요자의 주거안정과 내집 마련의 꿈을 해칠 수 있다.
금융당국의 다짐이 오히려 금융과 서민 사이의 거리를 멀어지게 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때다.

zoom@fnnews.com 이주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