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메일 하나를 클릭했다. 그 지역에 부동산 카르텔이 판치고 있다는 내용이다.
현장에 가보니 생각보다 규모가 크고, 뿌리가 깊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가까스로 정신을 잡았다. 회원권 유지 방식부터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곳이 어디인지 등에 초점을 맞췄다. 첫 부동산 중개 카르텔 기사가 이렇게 나갔다.
반응은 뜨거웠다. 국무총리가 SNS에 기사를 공유하며 조사를 직접 지시했다. 물론 추가 제보도 쏟아졌다.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후속 보도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전직 카르텔 회원 A씨를 만나고 생각이 180도 바뀌었다.
인터뷰 동안 그는 두 번 눈물을 글썽였다. 한 번은 카르텔을 없애려다 실패해 혼자가 됐을 때, 또 한 번은 회원사들의 괴롭힘을 견디지 못한 한 중개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이야기할 때였다.
그 지역 카르텔이 중개인에게 내린 죄명은 '공동 중개'였다. 회원사였던 그가 비회원사와 함께 거래했다는 것이다. 공동 중개는 공인중개사법에서 장려하는 거래방식이다. 중개사로서 적법하게 활동했음에도 사실상 '비회원과 수익을 나눴다'는 이유로 죄인이 됐다. 이 사례는 적잖이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 눈물을 보고 결심했다. 힘이 닿는 데까지 카르텔 문제를 취재해 보겠다고. 부동산 카르텔 취재에 공을 들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혹자는 말한다. 20년 넘게 이어진 부동산 담합이 고작 기사 한두 개에 무너질 리 없다고. 물론 알고 있다. "과태료 정도는 이미 모아놨다"며 "회원사끼리 나눠 내면 그만"이라는 카르텔들의 도 넘은 발언과 태도는 이미 여러 번 들어 익숙하다.
그럼에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더 이상 무고한 희생자가 나오는 일을 두고 볼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정부도 과거보다는 발 빠르게 대응하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서울 반포에서 카르텔을 적발하는 성과도 올렸다.
하지만 일선에서 느끼는 정부 대응책은 여전히 미온적이다. 중개사들이 "알면서 봐준다"고 입을 모으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어쩌면 이번이 카르텔을 잡을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정부가 가진 역량을 더욱 집중해 담합을 뿌리 뽑아야 할 때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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