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HD현대, 순이익 4조6840억 재계 4위…'성장·내실' 두 마리 토끼

강구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03 09:00

수정 2026.05.03 09:00

조선·전력기기 쌍끌이에 시총 200조 시대 개막
AI 조선소·MASGA·SMR로 미래 성장축 확보
HD현대 정기선 회장이 전남 영암군에 위치한 HD현대삼호 조선소를 찾아 작업 현장을 살피고, 안전 시설물과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HD현대 제공
HD현대 정기선 회장이 전남 영암군에 위치한 HD현대삼호 조선소를 찾아 작업 현장을 살피고, 안전 시설물과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HD현대 제공

[파이낸셜뉴스] HD현대가 당기순이익 4조6840억원을 달성하며 10대 그룹 가운데 수익성 4위에 올라섰다. 조선과 전력기기를 양 축으로 실적이 급성장한 가운데 시가총액도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을 돌파, 시장의 기대까지 확인했다.

25개국에서 온 30명의 주한 무관단 일행이 HD현대중공업을 방문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제공
25개국에서 온 30명의 주한 무관단 일행이 HD현대중공업을 방문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제공

조선·전력기기·마린솔루션, 전 사업부 고른 성장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6년 공시대상기업집단' 경영성과에서 HD현대의 당기순이익은 4조684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2조7490억원) 대비 70.4% 급증했다.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 102개의 전체 당기순이익 증가율이 38.8%에 그치는 것을 고려하면 HD현대의 이익 증가 폭은 평균을 크게 웃돈다.



당기순이익은 매출에서 원가·판관비·금융비용·법인세 등을 모두 제한 뒤 최종적으로 남는 이익이다. 자산이나 매출이 기업의 외형을 보여주는 지표라면, 당기순이익은 실질적인 수익 창출력을 나타낸다. HD현대가 순이익 기준 재계 4위에 오른 것은 매출 확대가 최종 이익으로 고스란히 이어졌음을 의미한다.

순이익 순위 상승의 일등공신은 조선이다.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9조9332억원, 영업이익 3조9045억원, 당기순이익 2조928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 17.2%, 영업이익 172.3%, 당기순이익 101.3% 증가했다.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과 친환경 연료 추진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인도가 확대되고, 공정 효율이 개선되면서 그룹 전체 순이익 증가를 견인했다.

조선업은 수주 이후 건조 진행률에 따라 매출과 이익이 반영되고, 실제 현금은 선박 인도 시점에 상대적으로 크게 유입되는 구조다. 최근 실적 개선은 과거 높은 선가에 수주한 물량이 본격적으로 매출에 반영된 데다 생산성 향상과 공정 안정화가 맞물린 결과다.

HD현대일렉트릭도 실적 확대의 또 다른 축이다. 지난해 매출 4조795억원, 영업이익 9953억원, 당기순이익 731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22.8%, 48.8%, 46.8% 성장했다. 2021년 이후 5년 연속 매출과 이익이 모두 늘었다. AI(인공지능) 산업 확대와 데이터센터 투자 증가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초고압 변압기 등 전력기기 수주 환경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는 노후 전력망 교체, 재생에너지 연계, 데이터센터 증설이 동시에 진행되며 구조적 성장이 이어지는 국면이다.

선박 사후서비스(애프터마켓) 사업을 담당하는 HD현대마린솔루션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2695억원을 올렸다. 부품·서비스 중심의 애프터마켓 사업이 확대되고, 친환경 개조와 디지털 서비스 수요가 맞물린 결과다. 정유 부문에서는 HD현대오일뱅크가 당기순이익 531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정제마진 개선과 원가 관리가 주효했다.

HD현대로보틱스가 참가한 독일 뮌헨에서 개최되는 글로벌 최대 규모의 로봇 산업 박람회인 '오토매티카(AUTOMATICA) 2025' 전경 HD현대로보틱스 제공
HD현대로보틱스가 참가한 독일 뮌헨에서 개최되는 글로벌 최대 규모의 로봇 산업 박람회인 '오토매티카(AUTOMATICA) 2025' 전경 HD현대로보틱스 제공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2026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 포럼)' 연차총회에서 정기선 HD현대 회장(오른쪽)과 빌 게이츠 테라파워 회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HD현대 제공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2026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 포럼)' 연차총회에서 정기선 HD현대 회장(오른쪽)과 빌 게이츠 테라파워 회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HD현대 제공

지난 2025년 3월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 사무실에서 정기선 HD현대 회장과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공동 창업자 겸 CEO가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HD현대 제공
지난 2025년 3월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 사무실에서 정기선 HD현대 회장과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공동 창업자 겸 CEO가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HD현대 제공

시총 200조 돌파…합병 시너지·AI 조선소·SMR로 미래 가치 재평가

시장도 HD현대의 변화에 화답하고 있다. HD현대는 지난달 27일 종가 기준 상장 계열사 합산 시가총액 202조3555억원을 기록하며 그룹 역사상 처음으로 시총 200조원을 넘어섰다. 2002년 현대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이후 24년 만이다. 공정위 순이익 4위가 현재의 이익 창출력을 보여주는 지표라면, 시총 200조 돌파는 시장이 미래 성장성까지 반영한 결과로 해석된다.

시총 확대의 배경에는 정기선 HD현대 회장 체제에서 추진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이 자리 잡고 있다. 조선과 전력기기를 중심으로 수익 구조를 강화하는 한편 로보틱스, 자율운항, 전기추진, 연료전지,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미래 사업을 키우고 있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독보적 기술'과 '두려움 없는 도전'을 경영 화두로 제시한 바 있다.

통합 HD현대중공업은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의 합병으로 탄생했다. 대형 상선과 특수선, 중형선 건조 역량을 한 회사에 묶어 생산 효율성과 시장 대응력을 높였다. 특히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를 겨냥한 포석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HD현대는 지난해 서버러스 캐피탈, 한국산업은행과 '한미 조선산업 공동 투자 프로그램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MASGA 1호 협약을 이끌어냈다.

건설기계 부문은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가 합병한 'HD건설기계'로 출범했다. 통합 법인 첫 분기인 올 1분기 매출 2조3049억원, 영업이익 190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88.3% 급증, 합병 시너지를 증명했다.

HD현대는 2030년 완성을 목표로 미래 첨단 조선소 프로젝트 'FOS(Future of Shipyard)'도 추진 중이다. 디지털 트윈, AI, 빅데이터를 조선소 전반에 적용해 설계·생산·공정 운영을 최적화하는 구상이다. FOS가 완성되면 생산성 30% 향상, 선박 건조 기간 30% 단축이 기대된다.

차세대 에너지 분야에서는 SMR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HD현대는 차세대 원자로 혁신기업 테라파워에 투자한 데 이어 소듐냉각고속로용 원자로 용기 제작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해상 원자력 에너지 협의기구 설립에도 참여하며 글로벌 표준 수립에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과 전력기기를 중심으로 한 실적 개선이 가시화한 가운데 AI 조선소와 MASGA, SMR 등 미래 성장 축까지 더해지면서 HD현대의 성장 가능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