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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마늘밭에 AI 드론 뜬다… 수확기마다 반복되는 농작물 절도 막는다

정용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03 11:18

수정 2026.05.03 11:18

서귀포 대정읍 5월 한달 특별방범 돌입
오후 10시~오전 4시 취약시간 순찰
열화상 드론으로 야간 이상행동 관제
감귤·마늘·브로콜리 등 절도 반복
최근 4년 농산물 절도 118건 발생
수매가 오른 마늘밭에 예방치안 집중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한 농지에 수확을 앞둔 마늘이 자라고 있다. 제주자치경찰단은 주요 농산물 수확기를 맞아 마늘·양파 재배지 등을 중심으로 야간 순찰과 농산물 절도 예방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한 농지에 수확을 앞둔 마늘이 자라고 있다. 제주자치경찰단은 주요 농산물 수확기를 맞아 마늘·양파 재배지 등을 중심으로 야간 순찰과 농산물 절도 예방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 마늘 주산지인 서귀포시 대정읍에 수확기 농산물 절도를 막기 위한 AI 치안드론이 투입된다. 마늘 수확기는 농가가 한 해 소득을 거두는 시기다. 농작물 절도는 피해 금액보다 농민에게 남기는 박탈감과 불안이 더 큰 민생 범죄다.

3일 제주특별자치도 자치경찰단에 따르면 5월 1일부터 한 달간 서귀포시 대정읍 일대에서 '서귀포AI치안안전순찰대 특별방범 활동'을 벌인다. 마늘 재배면적 감소에 따른 생산량 저하와 최근 3년간 이어진 수매가 상승세로 수확기 농산물 절도 우려가 커진 현장 상황을 반영했다.



제주 농촌의 농산물 절도는 매년 수확철마다 되풀이돼 왔다.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제주지역 농산물 절도 피해는 2021년 36건, 2022년 23건, 2023년 19건, 2024년 29건 등 모두 118건이다. 피해 품목은 귤과 만감류를 포함한 감귤류가 49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브로콜리 9건, 마늘과 양파가 각각 7건으로 나타났다.

검거율은 낮아지는 흐름이다. 최근 3년 제주지역 농산물 절도 검거율은 2022년 60.9%에서 2023년 42.1%, 2024년 34.5%로 떨어졌다. 농산물은 넓은 밭과 과수원, 건조장, 창고, 도로변 임시 보관 장소에 흩어져 있다. 밭과 과수원은 사람의 왕래가 적고 창고 주변에 CCTV가 없는 곳도 많아 범행 뒤 수사가 쉽지 않다.

■ 농민 울리는 '들걷이' '곳간 털이'

서귀포시 성산읍에 내걸린 농산물 절도 예방 현수막. 제주자치경찰단은 주요 농산물 수확기를 맞아 농가 주변 야간 순찰과 절도 예방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귀포시 성산읍에 내걸린 농산물 절도 예방 현수막. 제주자치경찰단은 주요 농산물 수확기를 맞아 농가 주변 야간 순찰과 절도 예방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농산물 절도는 주로 두 가지 방식으로 발생한다. 밭이나 과수원에서 재배 중인 농산물을 가져가는 '들걷이'와 저장고나 창고에 보관한 농산물을 훔치는 '곳간 털이'다. 농민 입장에서는 며칠 뒤 수확하거나 출하하려던 농산물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피해다.

최근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11월 제주시 봉개동에서는 50대 남성이 인부 9명을 동원해 남의 감귤밭에서 감귤 3t가량을 수확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 남성은 밭떼기 거래한 밭으로 착각했다고 진술했지만 피해 밭은 실제 거래한 밭보다 훨씬 넓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정읍·안덕면 일대는 제주 마늘 주산지다. 그래서 마늘 절도 사례도 빈번하다. 수확한 마늘을 도로변이나 밭 주변에 말리는 작업 방식 때문에 절도에 취약한 구조가 생긴다.

마늘 주산지인 대정읍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대정읍의 올해 마늘 재배면적은 605ha로 역대 최저치 수준으로 떨어졌다. 마늘 농사가 활황이던 시절 1800ha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고령화와 인력난, 인건비 상승, 기후 피해가 겹치면서 제주 마늘 생산 기반이 약해지고 있다.

가격도 절도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대정농협의 2025년산 마늘 수매가격은 ㎏당 4300원으로 2023년 3200원, 지난해 3800원보다 올랐다. 올해 가격은 2022년산 4400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수준이다. 농가에는 반가운 가격이지만 수확기 절도 유인을 키울 수 있는 조건도 된다.

■ 왜 AI 드론인가

제주도자치경찰단 AI치안드론 이미지. 제주자치경찰단이 마늘 수확기 농산물 절도 예방을 위해 열화상 카메라를 탑재한 AI 치안드론을 운용하고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자치경찰단 제공
제주도자치경찰단 AI치안드론 이미지. 제주자치경찰단이 마늘 수확기 농산물 절도 예방을 위해 열화상 카메라를 탑재한 AI 치안드론을 운용하고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자치경찰단 제공


열화상 카메라를 장착한 AI 치안드론이 야간 농지 순찰에 투입된다. 넓은 농지를 인력만으로 밤새 살피기 어렵고 농산물 절도는 주로 사람의 눈이 닿기 어려운 시간대에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치경찰단은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4시까지 대정읍 일대를 3개 구역으로 나눠 순찰한다. 고정 동선을 반복하지 않고 구역과 이동 경로를 바꾸는 가변 순환 순찰 방식이다. 순찰 패턴이 노출돼도 절도범이 쉽게 피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열화상 카메라는 빛이 적은 밤에도 온도 차이를 바탕으로 사람과 차량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다. AI 관제는 화면 속 움직임 가운데 수상한 행동을 선별하는 역할을 한다. 의심 징후가 잡히면 경고 방송과 영상 채증으로 현장에서 바로 대응한다.

CCTV 사각지대와 농산물 보관시설도 집중 점검한다. 건조장과 창고는 수확한 농산물이 한꺼번에 모이는 곳이다. 농민에게는 한 해 결실을 잠시 맡겨두는 공간이지만 절도범에게는 범행 대상이 되기 쉽다. 자치경찰단은 야간 외부 의심차량 선별 검문과 주민 요청 장소를 도는 응답순찰도 함께 운영한다.

■ 민·관·경이 함께 보는 농촌 치안

제주자치경찰단 'AI 치안안전순찰대' 발대식에서 치안드론 운영 계획이 소개되고 있다. AI 치안드론은 열화상 카메라와 순찰 노선 분석 기능을 활용해 야간 농지 순찰과 농산물 절도 예방에 투입된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자치경찰단 제공
제주자치경찰단 'AI 치안안전순찰대' 발대식에서 치안드론 운영 계획이 소개되고 있다. AI 치안드론은 열화상 카메라와 순찰 노선 분석 기능을 활용해 야간 농지 순찰과 농산물 절도 예방에 투입된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자치경찰단 제공


지역 협업도 강화한다. 자치경찰단은 대정파출소와 치안정보와 순찰 노선을 공유한다. 시니어클럽과 주민자치경찰대도 합동점검에 참여한다. 농촌 절도는 외부 순찰만으로 막기 어렵다. 어느 밭에 수확물이 쌓여 있는지 어느 길목에 낯선 차량이 오가는지 어느 창고가 취약한지는 지역 주민이 가장 잘 안다.

주민 대상 예방 홍보도 병행한다. 주요 이동로에는 'AI순찰대 순찰구역' 현수막을 내건다. 마을회관 등에서는 낯선 차량번호 촬영, 경고 팻말 설치, 창고 잠금 확인 같은 예방수칙을 안내한다. 절도범에게 "이 지역은 지켜보고 있다"는 신호를 주는 것만으로도 범죄 억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농산물 절도는 사후 검거보다 사전 차단이 중요하다. 마늘 한 포대, 감귤 몇 상자의 금액만 놓고 보면 피해가 작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농가에는 수확철 전체의 불안으로 이어진다. 농산물 가격이 오를수록 절도 유인도 커질 수 있다. 생산량 감소와 수매가 상승이 겹치는 해에는 농민이 체감하는 긴장감이 더 커진다.

자치경찰단은 이번 대정읍 마늘 수확기 특별방범 결과를 분석해 감귤과 월동채소 수확기 치안에도 활용할 방침이다. 제주 농업은 품목별 수확 시기가 이어진다.
마늘 수확기가 지나면 감귤, 브로콜리, 양배추 등 다른 농산물의 보관과 출하 관리가 이어진다. AI 드론과 주민 협업 순찰이 농촌형 민생치안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송행철 서귀포지역경찰대장은 "농민들이 한 해 동안 키운 결실을 안전하게 수확할 수 있도록 현장 중심 순찰을 강화하겠다"며 "성과를 분석해 다른 농산물 수확기에도 예방치안을 넓혀가겠다"고 말했다.

jyb@fnnews.com 정용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