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해마다 1000명 증원' 노동감독관… 전문성 우려 커진다

김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2028년까지 8000명 이상 목표
정부 '양적확대'에 포커스 맞춰
감독·수사·지도 등 중대한 역할
현장선 "교육체계 강화 시급"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뉴시스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뉴시스

노동법 위반 수사를 담당하는 노동감독관(근로감독관)을 오는 2028년까지 8000명 이상으로 늘리는 정부 정책이 추진되는 가운데 현장에서는 사건 장기화와 감독관 전문성 부족, 부적절한 민원 응대 등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근로자성 판단이나 임금체불처럼 복합적인 사건의 처리가 늦어지면서 양적 확대보다 전문성 강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건처리 속도 '복불복'

1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24년 3131명이던 노동감독관 정원을 매해 1000명씩 늘려 올해 5131명으로 증원할 계획이다. 노동부는 2028년까지 중앙·지방감독관 인력을 8000명까지 확대하는 동시에 노동법 필수 시험과목 도입, 산업안전감독관 기술직군 채용 확대, 공인전문인증제 및 수사학교 과정 신설 등 교육·인사 체계 개편도 추진하고 있다. 오는 12월 시행 예정인 '노동감독관 직무집행법'은 노동관계법령 위반 사건 수사를 중앙노동감독관이 전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권한이 빠르게 확대되는 만큼 전문성은 강화되지 않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재 노동감독관 상당수는 저연차 인력으로, 신규 임용 후 약 12주의 집체교육과 3개월가량의 현장교육만 거친 채 실무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전문성을 충분히 갖추기엔 교육 기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감독관 개인 역량에 따라 사건 처리 속도와 대응 수준 차이가 크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미소 노무법인 HRS 대표노무사는 "근로자성 판단 사건의 경우 법원이 강조하는 '실질 판단'보다 형식에 치우친 해석이 이뤄지는 경우가 현장에서 적지 않은 데다 의견서를 제출해도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유사한 임금체불 사건인데도 어떤 사건은 두 달 만에 종결되고, 어떤 사건은 1년 이상 걸리는 등 처리 편차도 크다"고 말했다.

실제 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성남지청에서 진행 중인 한 구두 제조업체 임금체불 진정 사건에서는 사건 처리 지연과 감독관 대응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해당 사건은 닥스(DAKS) 제품 생산을 맡아온 A하청업체에서 장기간 일한 노동자 2명이 노동청에 근로자성 진정을 제기한 사안이다. 진정인 측은 미지급 퇴직금과 주휴수당·근로자의 날 수당·연차수당 등을 포함해 8000만원대 체불임금이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진정인 측은 사건 처리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진정인 측 노무사는 "지난해 9월 노동청에 진정을 접수했지만 6~7개월이 지나도록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며 "그 사이 임금 소멸시효가 계속 진행돼 일부 연장근로수당과 주휴수당 등의 시효가 도과했다"고 설명했다.

근로감독관 집무규정 제42조는 일반 진정 사건의 경우 접수일부터 25일 이내에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연장이 필요한 경우 민원인에게 처리기간 연장 사실과 사유 등을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진정인 측이 공개한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해당 감독관은 사건 처리 시점을 묻는 질문에 "날짜를 딱 말씀드리긴 어렵다"고 답했으며 '지휘가 필요한 고소 건이 아닌 진정 건임에도 검사지휘를 받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제가 판단해서 필요하면 받는 거죠"라고 말했다. 또, 소멸시효 문제를 제기하며 사건 지연을 항의하자 "민사소송 거시면 되잖아요"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립 감시기구 도입론 확산

지난해 경기지방고용노동청 고양지청에서도 감독관 별 안내가 달라 민원인이 혼선을 겪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리퍼브(재정비 상품) 판매업체에서 일하던 임금체불 진정인 B씨는 국가가 체불임금을 대신 지급하는 간이대지급금 신청과 형사절차를 함께 진행하려 했지만 담당 감독관으로부터 "둘 중 하나만 가능하다"는 취지의 설명과 함께 처벌불원서 작성을 요구받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같은 회사의 다른 직원은 동일 지청에서 간이대지급금 신청 후 미지급 금액에 대해 형사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는 안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이후 노무사 상담을 통해 병행 가능하다는 설명을 재차 확인했다며 "같은 지청 안에서도 설명이 엇갈려 혼란스러웠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노동감독관 인력 증원과 함께 민원 대응 절차 정비도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노동감독관의 권한 남용이나 부적절한 업무 처리를 객관적으로 평가·감시할 수 있는 독립적인 통제 기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노동감독관 역할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공직자로서의 책무 의식을 강화하고 이에 걸맞은 교육 체계와 공직 기강을 확립하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짚었다.

[email protected]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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