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40개국 국방장관 '비상 회의' 한국도 참석 "호르무즈 개방 '실질적 기여' 검토하나"
영·프 주도 안보 논의에 韓 참여, '정보 공유·군수 지원' 만지작
국방부 정책기획관, 정책실장 대리 화상 회의 참석 이후 입장 주목
[파이낸셜뉴스] 국제 에너지 공급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개방과 안전 확보를 위해 전 세계 40여 개국 안보 관계자들이 처음으로 자리를 함께한다. 우리 정부 역시 이번 회의에 참석해 국제적 해양 안보 공조를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과 프랑스 등 전통적 우방국들조차 자국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펼쳐지는 직접적인 작전 참여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여온 만큼, 우리 정부 역시 '현상 유지'와 '추가 지원' 사이에서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영·프 주도 회의 참석, 실제 '기여 수위'에는 신중론 우세
12일 국방부에 따르면 영국·프랑스 주도 다국적 군사 임무 관련 화상 회의에 우경석 국방부 정책기획관(육군 소장)이 참석할 예정이다
국장급인 우 정책기획관은 김홍철 국방부 정책실장을 대리해 이 회의에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현재 한미국방장관회담 등을 위해 미국 출장길에 오른 안규백 장관을 수행 중이다.
국방부는 "국제법 및 국제 해상로의 안전, 한미 동맹 및 한반도 안보 상황, 국내법 절차 등 여러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가운데 관계부처와 현실적인 기여 방안을 신중히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동 전쟁 이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영국과 프랑스는 호르무즈 해협 통항 회복을 위한 다국적군 구성 논의를 주도했다.
앞서 지난 3월에는 프랑스 주관 각국 합참의장 간 화상회의가 열렸고 이 회의에 진영승 합참의장이 참석했다. 이후에도 정상급, 고위급, 실무급 등 여러 차례 회의가 이어졌고, 한국 또한 참석한 바 있다.
■ "안보 부담 공유" vs "실익 위주 신중론" 교차
이번 회의는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 항행 보장을 위한 국제적 연대를 확인하는 자리로 각국이 처한 정치적·군사적 이해관계에 따라 구체적인 실행 방안에는 미묘한 시각 차가 존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번 회의 참석이 파병 등 고수위의 결단보다는 정보 공유나 군수 지원 등 부담이 적은 간접 지원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최근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KIDA) 현역연구위원 등 전문가들은 글로벌 해양 안보 체계에서 한국의 위상에 걸맞은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중동의 안보 공백이 미 전략 자산의 분산을 초래하고, 이것이 한반도 억제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안보 연계론'이 그 근거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에너지 생명선을 지켜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실제 작전 투입 시 발생할 수 있는 외교적 마찰과 리스크를 고려할 때 정부가 급격한 정책 변화를 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우방국들 사이에서도 직접적인 액션보다는 선언적 의미의 공조에 머무는 상황이어서, 정부의 후속 조치가 기존 작전 범위를 크게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회의 이후 나올 후속 입장은 우리 정부가 국제 안보 질서 속에서 '책임'과 '실리'라는 상충하는 가치를 어떻게 조율할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email protected] 이종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