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사설] 확산되는 성과급 갈등, 깨어나는 경제의 새 복병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14 18:36

수정 2026.05.14 18:36

반도체 이어 차·조선 노조로 번져
파업할 때는 긴급조정권 발동해야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13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조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 2차 심문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사진=뉴스1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13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조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 2차 심문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사진=뉴스1
대기업 노조의 성과급 요구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영입이익의 N%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는 움직임이 반도체뿐 아니라 조선, 자동차, 바이오, 통신 등 산업계 전반으로 퍼지고 있는 것이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최근 '영업이익의 최소 30%' 성과급 배분이 포함된 올해 임단협 안건을 확정했다.

국내 조선사들은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수주절벽으로 참담한 시간을 보냈다. 친환경 규제로 인한 고부가가치 선박 수요가 살아나면서 최근에서야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오랜 불황을 딛고 비로소 도약 채비를 하는 중이었다. 고난도 기술에 강한 한국 조선사는 최근의 수주 환경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지만 중국의 매서운 추격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시동 걸린 '마스가(미국 조선업을 위대하게) 프로젝트'는 한국 조선업 부흥의 발판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익은 이를 위한 투자금으로 쓰이는 것이 바람직하겠으나, 노조는 최소 30% 성과급 배분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업은 호황과 불황의 변동성이 큰 대표적인 경기순환 산업이다. 불황에 대비할 재원을 성과급에 쏟으면 다음 불황에 대비할 방파제를 쌓을 수가 없다.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고정하자는 요구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선 카카오 노조가 영업이익의 15% 수준을 성과급으로 요구하며 단체행동을 예고한 상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LG유플러스가 각각 영업이익의 20%,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순이익의 30% 성과급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10조원대 순익을 감안하면 성과급 요구액은 3조원대로 계산된다. 현대차의 올해 1·4분기 영업이익(2조3145억원)보다 큰 규모다. 현대차는 높아진 보호무역 장벽과 고관세 압박으로 올 들어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다. 더 세진 노조 압박이 생산과 수출, 투자 리스크가 될 수 있다.

한국 경제 성장 전망은 반도체 호황 덕분에 상향 조정되고 있지만 그렇게 해서 올라간 수치가 겨우 2%대이다. 주요국에 비해 여전히 낮은 저성장 터널에 갇혀 있는 것이다. 반도체 의존도를 낮추고 전 산업에 온기가 골고루 퍼지는 것이 과제이지만 여러 이유로 현장은 기를 펴지 못한다. 노조의 무리한 요구와 정부의 애매한 태도도 여기에 큰 책임이 있다.

노란봉투법(개정 노조법) 시행 이후 산업계는 벌써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엔 현대모비스의 자회사 노조가 본사 사업부 매각에 반발해 파업을 결의했다. 회사의 경영상 결정도 쟁의행위 대상이 된 탓이다. 자회사 노조는 금속노조와 공동으로 원청 현대모비스가 직접 교섭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기업 노조는 정부의 친노동 기류에 편승해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다. 해외서도 유례가 없는 '영업이익의 N% 성과급 제도화' 요구는 이 연장선이다. 지난 12일 사후조정에서도 타협을 거부한 삼성전자 노조에 정부는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와 사측의 추가 대화 제안도 거부한 채 영업이익 15% 성과급과 연봉의 50%인 성과급 상한 폐지 제도화 요구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21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것이다. 첨단 공정이 멈춰서면 수십조원대 손실뿐 아니라 회사와 국가의 미래에 치명타다.
파업이 현실화되면 정부는 긴급조정권을 발동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