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고유가에 K-패스까지… 제주 도민 발길 다시 버스로 향한다

정용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대중교통 이용객·K-패스 가입자 동반 증가
4월 버스 수송 인원 503만명 기록
하루 평균 이용객 17만명으로 상승
정액제 확대로 교통비 부담 완화
공공기관 2부제 속 이동 습관 변화 주목

제주시 이도2동 법원 승차장을 버스가 지나가고 있다. 제주지역 버스 이용객과 K-패스 가입자가 함께 늘면서 대중교통이 교통비 부담을 줄이는 생활 이동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주시 이도2동 법원 승차장을 버스가 지나가고 있다. 제주지역 버스 이용객과 K-패스 가입자가 함께 늘면서 대중교통이 교통비 부담을 줄이는 생활 이동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고유가와 교통비 부담 속에 제주 도민의 이동 방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자가용 의존도가 높은 제주에서 버스 이용객과 K-패스 가입자가 동시에 늘면서 대중교통이 생활비를 줄이는 현실적 선택지로 부상하고 있다.

19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지난 4월 제주지역 버스 총 수송 인원은 503만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5.0% 늘어난 규모다. 하루 평균 이용객도 17만명으로 전월 16만6000명보다 2.4% 증가했다.

제주에서 대중교통 이용 증가는 단순한 수송 통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제주 생활권은 자가용 의존도가 높고 관광·서비스업 특성상 출퇴근 시간과 이동 동선도 다양하다. 그동안 버스는 학생과 고령층, 일부 통근자의 교통수단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유류비와 주차 부담이 커지면서 비용 절감 수단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최근 흐름에는 고유가와 공공기관 차량 2부제, 공영주차장 5부제 시행이 함께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자가용을 운행할 때 드는 기름값과 주차 부담이 커지는 반면 버스는 정액제와 환급 혜택이 결합되면서 체감 비용이 낮아졌다. 차를 몰고 나가는 것보다 버스를 타는 편이 경제적이라고 느끼는 도민이 늘어날 수 있는 구조다.

K-패스 가입자 증가도 같은 방향을 보여준다. 제주도는 2024년 5월부터 K-패스 대중교통비 환급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도내 K-패스 가입자는 4월 말 기준 2만5627명이다. 올해 1월부터는 월평균 1800여명씩 늘었고, 3월부터는 신규 가입자가 매달 2000명을 넘어섰다.

K-패스는 대중교통비 일부를 돌려주는 제도다. 전용카드로 월 15회 이상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이용금액의 20~53.3%를 환급받는 정률제, 또는 일정 금액 이상 이용하면 초과액을 돌려받는 정액제 가운데 가입자에게 더 유리한 방식이 자동 적용된다.

올해 1월 도입된 정액제는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는 도민에게 체감 효과가 크다. 특히 4월부터 9월까지는 고유가 부담 완화를 위해 정액제 기준 금액이 종전보다 50% 낮아졌다. 이용 횟수가 많은 도민일수록 버스비 부담이 줄어드는 구조다.

시내버스 기준으로 일반 이용자는 월 2만7000원 이상 이용하면 초과액을 돌려받는다. 청년·어르신·2자녀 가구는 2만3000원, 3자녀 가구와 저소득층은 2만원이 기준이다. 급행·리무진 버스는 일반 4만7000원, 청년·어르신·2자녀 4만2000원, 3자녀 및 저소득층 3만7000원 이상 이용 시 초과액 환급 혜택이 적용된다.

이 같은 구조는 버스를 한두 번 타는 도민보다 꾸준히 이용하는 도민에게 더 유리하다. 출퇴근과 통학, 병원 방문, 장보기 등 일상 이동을 버스로 바꾸면 매달 교통비 절감 효과가 커진다. 제주도가 K-패스 가입 증가를 대중교통 이용 패턴 변화의 신호로 보는 이유다.

제주시 이도1동 탐라장애인복지관 승차장에 버스가 정차해 있다. 제주지역 4월 버스 총 수송 인원은 503만명, 하루 평균 이용객은 17만명으로 집계됐다. 제주도는 노선별 수송 실적을 분석해 이용객 중심의 대중교통 서비스를 개선할 계획이다. /사진=뉴스1
제주시 이도1동 탐라장애인복지관 승차장에 버스가 정차해 있다. 제주지역 4월 버스 총 수송 인원은 503만명, 하루 평균 이용객은 17만명으로 집계됐다. 제주도는 노선별 수송 실적을 분석해 이용객 중심의 대중교통 서비스를 개선할 계획이다. /사진=뉴스1

대중교통 정책의 관건은 일시적 증가가 아니라 지속성이다. 유류비가 오르거나 차량부제가 시행될 때 일시적으로 버스 이용이 늘 수는 있다. 하지만 도민이 계속 버스를 선택하려면 배차 간격, 환승 편의, 정류장 접근성, 야간 이동, 읍면지역 노선 연결성이 함께 개선돼야 한다.

제주도는 앞으로 노선별 수송 실적을 지속적으로 분석해 이용 수요가 몰리는 노선과 시간대를 파악할 방침이다. 이용객이 늘어나는 구간에는 배차 조정과 혼잡 관리가 필요하고, 수요가 적은 구간은 생활 이동권을 고려한 효율적 노선 설계가 필요하다.

특히 K-패스 데이터는 대중교통 정책을 더 정밀하게 짜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어떤 연령층이 어떤 시간대에 버스를 많이 타는지, 정액제 혜택을 받는 이용자가 어떤 노선을 주로 이용하는지 분석하면 단순 노선 개편을 넘어 맞춤형 교통복지 설계가 가능하다.

제주 교통정책은 그동안 자가용 중심 구조와 버스 준공영제 재정 부담이라는 두 과제를 함께 안고 있었다. 버스 이용객이 늘고 K-패스 가입자가 증가하면 대중교통의 공공성뿐 아니라 운영 효율성도 다시 점검할 수 있다. 도민이 실제로 타는 노선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개선하면 재정 투입의 설득력도 높아진다.

다만 대중교통 전환이 모든 도민에게 같은 속도로 나타나기는 어렵다. 읍면지역은 노선 간격과 이동 시간이 여전히 부담이다. 관광·서비스업 종사자처럼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 이동이 필요한 직군도 있다. K-패스 혜택이 실질적 이동 전환으로 이어지려면 교통비 환급과 함께 생활 시간대에 맞는 노선 서비스가 뒤따라야 한다.

제주도는 대중교통 수송 실적과 K-패스 이용 패턴을 함께 분석해 제도 개선에 반영할 계획이다. 고유가 대응 차원에서 버스가 도민의 생활비 부담을 덜고 자가용 이용을 일부 흡수하는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지가 다음 과제다.

김삼용 제주도 교통항공국장은 "유류비 부담 속 대중교통 이용량 증가는 대중교통이 도민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핵심 수단임을 보여준다"며 "수송 실적과 K-패스 이용 패턴을 면밀히 분석해 노선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대중교통 서비스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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