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여당의 압도적 승리 예상
여야 오만함에 여론 연일 출렁
민심의 민감함과 무서움 실감
박빙의 승부처 많아 막판 혼전
내가 던지는 한표가 당락좌우
투표로 민심의 준엄함 알려야
민심은 변화무쌍하다. 민심은 조석변(朝夕變)이라는 말처럼, 아침과 저녁이 다른 게 민심이다. 변덕이 심하다는 말이지만 그만큼 예민하다는 의미도 있다. 민심은 또한 무섭다. 백성은 물이요 임금은 배니,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기도 한다.
6·3지방선거가 코앞에 다가왔다. 사전선거는 29일 금요일 시작이다. 이번 지방선거 과정이야말로 민심의 민감함, 민심의 무서움을 실감할 수 있는 교과서라 생각된다. 본격적인 선거 국면이 시작되기 전, 더불어민주당 승리는 떼어 놓은 당상으로 보였다. 국민의힘을 향한 민심은 싸늘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탄핵, 대선 패배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국민의힘은 이른바 윤어게인 세력과 계엄에 대한 사과·반성을 통해 거듭나야 한다는 세력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했다. 강성 지지층을 등에 업은 장동혁 지도부는 대여공세 대신 내부숙청에 열을 올렸다. 한동훈 전 대표 제명, 친한계에 대한 징계 등 합리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행보에 몰두했다. 선거를 앞두고 저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자중지란을 부르며 국민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는 국민의힘 지도부에 민심이 등을 돌린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보수 진영에서조차 당대표 사퇴 요구가 나올 정도였다.
달이 차면 기운다고 했던가. 여당의 지나친 자신감 혹은 자만심은 여론의 반전을 불러왔다. 15대 1.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경북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민주당 승리를 예상하는 승전고가 너무 빨리 울렸다. 실망한 보수우파 세력이 투표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고, 그럴수록 진보좌파 진영의 승리를 예측하는 의견이 많아졌다. 여당의 폭주도 그 때문일 것이다. 야당에 대한 시선과 똑같이 선거를 앞두고 저럴 수 있을까 할 정도로 의아한 행보가 계속되었다.
민심 역행의 시작은 공소취소를 위한 의원모임부터였다고 본다. 나는 당시 역풍이 불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이 지리멸렬하고 지지율로 나타나는 지표가 좋다고 해도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있다. 가라앉아 있는 흙탕물을 휘저을 필요가 없는 건 상식 아닌가. 공소취소 빌드업을 위한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거치며 조작기소 주장에 부합하는 증거가 드러나지 않았는데도 여당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국민 다수는 공소취소 뜻도 모를 것이라는 국민무시 발언도 나왔다.
민주당은 지난 4월 30일 특검에 공소취소 권한을 부여한 '윤석열 정권 조작기소 특검법'을 발의했다. 법정에서 공방을 거쳐 '조작기소'를 무죄로 바로잡는 사법시스템을 무력화하는 일이다. 이재명 대통령 사건의 공소취소를 결정할 특검을 스스로 임명하게 돼 이해충돌 논란까지 불거진다. 민심은 우호적이지 않다. 한국갤럽이 지난 5월 15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특검에 공소취소권을 부여한 조처에 '반대'(44%)가 '찬성'(27%)을 크게 웃돌았다.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김부겸 후보가 지난 3일 "쉽게 던지는 말 한마디와 법안 하나가 현장에서 고생하는 동지들을 다 버리는 결과가 될 수 있다"며 신중한 언행과 정제된 메시지를 강조한 이유가 있었다. 대구야말로 민심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민감하게 느낄 수 있는 지역이다. 지난 4일 청와대가 특검법 추진에 신중한 검토를 주문하며 속도조절에 나선 것도 민심을 의식한 조처였다. 지난해 11월 '재판중지법' 추진을 중단시킨 것과 다른 점은, 특검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선거 후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연임할 경우 공소취소 법안을 통과시키기 어려워진다는 전망 때문에 서둘렀다는 평이 나온다. 지방선거에서 상당한 쟁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어쨌든 상당 지역에서 여야 후보가 박빙의 각축을 벌이는 것으로 관측된다. 일방적인 선거가 아닐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한 표가 결과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 정도로 의미 있고 중요해진 것이다. 승패가 정해졌다는 핑계로 투표장에 나가지 않으려는 유권자가 있다면 생각을 바꿔야 한다. 일반적으로 대선, 총선에 비해 지방선거 투표율이 낮지만 이번에는 내가 행사하는 한 표의 효능감이 큰 선거일 수 있다.
지방선거는 해당 지역의 유능한 일꾼을 뽑는 행사이다. 하지만 진정한 지도자, 정치인을 기르는 통로이기도 하다. 지역에서부터 복잡한 현안을 조율하고 미래의 주춧돌을 놓는 기초체력을 기르는 것이다. 지역의 현안과 국가의 장기적 비전을 연결하는 능력을 연마하는 장이기도 하다. 격려나 견제를 위해서도, 응원이나 응징을 위해서도 투표장에 가야 한다. 민심은 예민하고 무섭다는 말이 진부한 것이 아님을 정치인들이 알게 해야 한다. "나쁜 정치인은 투표하지 않는 좋은 시민들에 의해 선출된다."
dinoh7869@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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