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양덕순 제주대 총장 "AI·글로벌 전환으로 지역대학 위기 넘겠다"

정용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학령인구 감소·지역소멸·AI 대전환 3대 위기로 진단 재정 5500억원 목표… 정부지원·제주도 협력 확대 AI 교양교육 강화해 전공 장벽 낮춘다 청년정착장학금으로 지역 인재 선순환 글로벌 섬 네트워크로 국제교류 확대

양덕순 제주대학교 총장이 집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양 총장은 “제주대가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소멸, AI 대전환의 파고를 넘어 제주에서 세계로 가는 대학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제주대학교 제공
양덕순 제주대학교 총장이 집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양 총장은 “제주대가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소멸, AI 대전환의 파고를 넘어 제주에서 세계로 가는 대학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제주대학교 제공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양덕순 제주대학교 제12대 총장이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소멸, 인공지능(AI) 대전환을 대학 혁신의 출발점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지난 3월 30일 4년 임기를 시작한 양 총장은 지역 거점국립대학의 역할을 교육과 연구에 가두지 않고 청년 정착, 지역산업, 글로벌 교류를 잇는 지역 혁신 플랫폼으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양덕순 제주대학교 총장은 최근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수족관 속 물고기는 결코 상어가 될 수 없다"며 "제주대가 익숙한 틀에 머물지 않고 거친 파도를 뚫고 나가는 도전정신으로 미래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양 총장이 내세운 대학 운영의 핵심 가치는 '다함께, 제대로, 새롭게'다. '다함께'는 교수와 직원, 학생이 대학 운영의 주체로 참여하는 협치 거버넌스다. '제대로'는 행정의 투명성과 신뢰를 회복하고 교육과 연구라는 대학 본연의 기능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새롭게'는 규정과 관행을 넘어 AI 전환, 이른바 AX 시대를 선도하는 대학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다.

양 총장은 "제주대가 마주한 위기는 단일한 위기가 아니다"며 "학령인구 급감과 지역소멸, AI 대전환이 동시에 밀려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면 대학 내부의 신뢰 회복과 지역사회와의 연결, 세계와의 교류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총장 한 명이 끌고 가는 대학은 미래 없다"

양덕순 제주대학교 총장이 26일 제주대 아라뮤즈홀에서 열린 개교 74주년 기념식 및 비전선포식에서 ‘다함께 준비하는 JNU 100년, 제주로·미래로’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제주대는 교육·연구·재정·글로벌 네트워크 혁신을 통해 거점국립대학의 역할을 강화할 계획이다. /사진=제주대학교 제공
양덕순 제주대학교 총장이 26일 제주대 아라뮤즈홀에서 열린 개교 74주년 기념식 및 비전선포식에서 ‘다함께 준비하는 JNU 100년, 제주로·미래로’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제주대는 교육·연구·재정·글로벌 네트워크 혁신을 통해 거점국립대학의 역할을 강화할 계획이다. /사진=제주대학교 제공

양 총장이 가장 먼저 꺼낸 화두는 학내 신뢰 회복이다. 그는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서 구성원 의견을 충분히 듣고 토론하는 숙의형 공론화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총장 소환제 역시 문책을 위한 장치가 아니라 총장이 구성원과 약속을 지키고 책임을 공유하겠다는 신뢰의 제도라고 설명했다.

양 총장은 "예전처럼 총장 한 명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일방적으로 끌고 가는 방식으로는 대학의 미래를 설계할 수 없다"며 "교수, 직원, 조교, 학생이 진정한 파트너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대가 구상하는 변화는 재정 확충으로도 이어진다. 양 총장은 임기 내 대학 재정 규모를 현재 4000억원대에서 5500억원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재정 5500억원은 지역 거점국립대학으로서 교육과 연구, 산학협력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생존 기반이라는 판단이다.

재원 확보의 핵심 경로로는 정부 재정지원 사업과 지자체 협력을 꼽았다. '서울대 10개 만들기'와 같은 대형 국책사업, 글로컬대학 30,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사업을 연계해 안정적인 국고를 확보하고 제주특별자치도와의 협력도 제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민간 기부와 동문 네트워크도 재정 전략의 한 축이다. 양 총장은 발전기금 500억원 유치를 목표로 소액 기부 문화를 확산하고, 동문 기업과 대학이 함께 성장하는 지역기업인연합회 구상도 밝혔다. 대학의 연구 인프라와 기술을 동문 기업에 제공하고, 성장한 기업이 다시 대학에 환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 제주에서 배우고 일하는 인재 순환 구조

양덕순 제주대학교 총장이 26일 개교 74주년 기념식 및 비전선포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대학 비전을 공개하고 있다. 제주대는 ‘다함께, 제대로, 새롭게’를 실천 가치로 내걸고 학내 협치와 지역사회 협력을 확대한다. /사진=제주대학교 제공
양덕순 제주대학교 총장이 26일 개교 74주년 기념식 및 비전선포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대학 비전을 공개하고 있다. 제주대는 ‘다함께, 제대로, 새롭게’를 실천 가치로 내걸고 학내 협치와 지역사회 협력을 확대한다. /사진=제주대학교 제공

지역 거점대학의 성패는 결국 학생이 지역에 남아 성장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양 총장은 제주 청년정착장학금을 '진학-정착-취업'을 잇는 제주형 인재 선순환 전략으로 설명했다.

제주대는 올해부터 일반대학원 전일제 석·박사 입학생을 대상으로 1인당 100만원씩 두 학기 동안 지원하는 대학원 진학 장학금 사업을 시작했다. 전체 규모는 250명, 5억원이다. 경제적 부담 때문에 대학원 진학을 망설이는 우수 인재를 제주대 연구 인력으로 키우겠다는 취지다.

다음 단계는 정착 주거비 지원이다. 단순 생활비 보조가 아니라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제주에 머물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마지막 단계는 지역 취업 시 인센티브 장학 지원이다. 지자체와 협업해 지역 전략산업과 공공기관 수요를 연결하고, 고교 단계부터 대학원 진학과 취업까지 이어지는 인재 트랙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양 총장은 "제주에서 배우고, 제주에서 연구하며, 제주에서 일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제주에서 성장한 인재가 다시 제주 발전의 주체가 되는 모델을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 AI는 공대만의 기술이 아니다

한라산을 배경으로 한 제주대학교 전경. 제주대는 글로벌 섬 네트워크와 런케이션 기반 국제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제주의 입지와 자연환경을 고등교육 경쟁력으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사진=제주대학교 제공
한라산을 배경으로 한 제주대학교 전경. 제주대는 글로벌 섬 네트워크와 런케이션 기반 국제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제주의 입지와 자연환경을 고등교육 경쟁력으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사진=제주대학교 제공

양 총장이 강조하는 또 하나의 축은 AI 교육의 전면화다. 제주대는 AI 첨단산업 인재양성 부트캠프, AI 특화 시범 캠퍼스, AX 융합대학원 신설 구상을 통해 AI 교육을 공학계열 전문교육에 가두지 않겠다는 방향을 세웠다.

양 총장은 변화의 출발점으로 교양교육을 꼽았다. 모든 신입생이 전공과 관계없이 AI 리터러시를 갖추도록 교육과정을 재설계하겠다는 구상이다. 코딩 교육을 넘어 AI 작동 원리, 데이터 이해, 윤리 쟁점, 전공별 활용법까지 다루는 방식이다.

제주 산업 구조와도 맞물린다. 관광, 청정 농수축산업, 청정바이오, 그린수소, 미래 모빌리티, 민간우주항공 등 제주 미래산업을 키우려면 AI 교육이 공학계열 울타리를 넘어야 한다.

양 총장은 "모든 전공 학생이 AI를 자기 분야의 언어로 이해하고 활용해야 한다"며 "교양에서 AI를 배우고 전공에서 융합한 뒤 현장실습으로 지역기업 문제를 해결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AI 교육 확대는 인문·평화·인권 교육 강화와 함께 추진된다. 제주대는 탐라문화연구원 4·3연구센터를 총장 직속 4·3연구소로 확대하는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

양 총장은 "AI는 인간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잠재력을 확장하는 도구"라며 "AI로 인간의 공공적 책임을 키우는 대학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 "연구로 존중받는 대학 만들겠다"

제주대학교 학생들이 캠퍼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제주대는 청년정착장학금과 산학협력벨트를 통해 제주에서 배우고 연구하며 일하는 지역 인재 선순환 구조를 만들 계획이다. /사진=제주대학교 제공
제주대학교 학생들이 캠퍼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제주대는 청년정착장학금과 산학협력벨트를 통해 제주에서 배우고 연구하며 일하는 지역 인재 선순환 구조를 만들 계획이다. /사진=제주대학교 제공

연구 지원 체계도 바뀐다. 양 총장은 PRIME 연구지원 강화 체계를 통해 사람, 자원, 인프라, 자금, 장비를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연구 행정 서비스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연구자가 연구 외 행정 부담에 묶이지 않고 논문, 기술이전, 지식재산권, 창업으로 성과를 확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제주대는 논문 최초 1편에 대한 게재 장려금 지급, 연구발전기금 조성, 학내 기자재 통합정보시스템 구축, 연구자 중심 행정체계 개편을 추진할 계획이다. 연구 공백이 발생할 경우 연구비를 우선 차용해 쓸 수 있는 제도도 구상하고 있다.

보상체계도 손본다. 연구업적 우수교수상 제도 부활, 산학협력 우수교수 포상 강화, 업적평가 반영 비율 조정, 기술이전과 지식재산권, 창업에 따른 인센티브 확대가 검토된다. 양 총장은 "신임, 중견, 시니어 등 교수 재직 단계별로 맞춤형 연구환경을 조성하고 연구로 존중받는 대학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 제주의 바다를 캠퍼스로, 세계의 섬을 강의실로

제주대학교 학생들이 교내 학습공간에서 공부하고 있다. 제주대는 전공과 관계없이 모든 학생이 인공지능(AI)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교양교육과 전공교육을 연계한 AI 융합교육 체계를 강화한다. /사진=제주대학교 제공
제주대학교 학생들이 교내 학습공간에서 공부하고 있다. 제주대는 전공과 관계없이 모든 학생이 인공지능(AI)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교양교육과 전공교육을 연계한 AI 융합교육 체계를 강화한다. /사진=제주대학교 제공

제주대의 글로벌 전략은 '섬'에서 출발한다. 양 총장은 섬을 한계가 아니라 자산으로 재해석해 제주대를 글로벌 섬 네트워크의 허브로 만들겠다고 했다. 제주대는 세계 최초의 섬 도시·대학 연합협의체 출범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미 104개 협력 대학을 확보했다.

이 구상은 학생들의 실질적 경험 확대로 이어진다. 학생들은 해외 섬 대학에서 강의를 수강하고 국제 공동연구에 참여하며 복수·공동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제주대는 학습과 휴양을 결합한 런케이션 기반 글로벌 체험교류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영어강의 기반 글로벌노마드대학 설립도 추진한다. 글로벌노마드대학에는 학생이 스스로 학기와 학점을 설계하는 플렉스 학기제, 자율 학점제, 교과목 교차 수강 체계를 도입해 국경 없는 캠퍼스 모델을 구현한다는 구상이다.

양 총장은 "제주의 바다를 캠퍼스로, 세계의 섬을 강의실로 삼겠다"며 "제주에서 출발해 세계로 흐르는 대학이 제주대의 좌표"라고 강조했다.

제주대는 74년 전 전란의 폐허 속에서 도민들이 십시일반 정성을 모아 세운 도민의 대학이다. 양 총장은 개교 100주년을 향한 제주대의 미래 역시 도민과 학생, 동문이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양 총장은 대학의 역할을 지역발전의 동반자로 넓히겠다고 했다. 그는 "대학은 지식을 전달하고 인재를 양성하는 기관에 머물 수 없다"며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고 지역발전을 이끄는 핵심 동반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대는 지역 산업과 연계한 협력체계를 강화하고 대학의 연구 역량을 지역 현안 해결에 투입할 계획이다. 지자체, 산업계, 대학이 함께 움직이는 지·산·학 협력을 대학 운영의 중심축으로 삼겠다는 뜻이다.

양 총장은 "구성원 모두가 자부심을 느끼는 제주대학교를 만들겠다"며 "지역발전을 선도하는 명문 제주대로 도민 앞에 서겠다"고 강조했다.

제주대학교 캠퍼스에 조성된 사슴상. 사슴은 제주대학교의 상징동물로, 제주대는 개교 100주년을 앞두고 교육·연구·재정·지역협력 혁신을 통해 거점국립대학의 역할을 강화한다. /사진=제주대학교 제공
제주대학교 캠퍼스에 조성된 사슴상. 사슴은 제주대학교의 상징동물로, 제주대는 개교 100주년을 앞두고 교육·연구·재정·지역협력 혁신을 통해 거점국립대학의 역할을 강화한다. /사진=제주대학교 제공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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