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투자에 판도 바뀐 日 증시
SBG, 22년 만에 도요타 시총 추월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소프트뱅크그룹(SBG)의 시가총액이 1일 한 때 도요타자동차를 넘어서며 일본 상장기업 중 1위에 올랐다. 도요타는 약 22년간 지켜온 국내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내줬다. 시장에서는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경제 전환에 투자 자금이 먼저 움직이며 소프트뱅크 주가를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
이날 도쿄증시에서 소프트뱅크 주가는 한때 전 거래일 대비 9% 급등했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은 약 46조엔(약 436조9264억)까지 확대되며 도요타를 웃돌았다.
도요타는 지난 2003년 12월 당시 일본 최대 기업이었던 NTT도코모의 시가총액을 넘어선 뒤 줄곧 국내 1위 자리를 유지해왔다. 올해 2월 시가총액이 60조엔(약 569조9040억원)을 넘기도 했지만 최근 주가는 상대적으로 정체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면 소프트뱅크는 인공지능(AI) 확산의 대표 수혜주로 평가돼 투자 자금이 집중되고 있다. 실제 소프트뱅크 주가는 최근 1년 새 4배 급등했다.
과거 양사의 시가총액 격차가 최대 약 50조엔(약 474조8400억원)에 달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역전은 시장의 인식 변화가 얼마나 빠르게 진행됐는지를 보여준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일본 증시의 시가총액 1위 기업은 시대 변화를 상징해왔다. 2000년대 초반에는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 '아이모드'를 앞세운 NTT도코모가 정상에 있었고 이후 글로벌 제조 경쟁력을 기반으로 도요타가 일본 경제의 상징 역할을 해왔다.
이번 소프트뱅크의 역전은 시장이 AI 시대의 본격 개막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데이터센터 확산과 함께 AI 인프라 수요가 커지면서 관련 산업 전반의 가치도 빠르게 재평가되고 있다.
실제로 AI 인프라 수요 확대는 일본 산업 구조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키옥시아홀딩스는 실적 개선 기대 속에 시가총액이 급증했고 도쿄일렉트론도 시가총액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확대의 수혜가 예상되는 히타치제작소 역시 주목받고 있다.
소프트뱅크의 경우 특히 대규모 투자를 이어온 미국 오픈AI와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암(ARM)이 주가 상승에 일조하고 있다.
오픈AI는 최근 기업공개(IPO) 가능성이 거론되며 기업가치 상승 기대를 키우고 있다. 시장에서는 오픈AI의 기업가치가 1조달러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소프트뱅크는 오픈AI의 글로벌 주간 활성 이용자 수가 전세계 인터넷 이용자의 약 15%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ARM 역시 AI 수요 확대의 수혜를 받고 있다. AI 추론 기능과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트형 AI 확산으로 ARM이 설계한 중앙처리장치(CPU) 수요가 커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다만 일본 기업들이 AI 흐름 속에서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도 나온다. AI 반도체 핵심 기업인 미국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약 5조1000억달러에 달한다. 대만의 TSMC, 한국의 삼성전자 등 아시아 경쟁 기업들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결국 일본 기업들이 글로벌 AI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뿐 아니라 적극적인 투자와 산업 생태계 확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닛케이는 덧붙였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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