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6·3 선택] 서귀포 보궐, 누가 국회에서 현안 풀까… 입법·예산 즉시 성과 관건
보궐 당선자 잔여임기 약 2년
김성범, 물류·의료·미래산업 설계
고기철, 제2공항·4·3 보상 돌파
감귤·수산·관광·의료 현안 산적
상임위·국비 확보 능력이 표심 기준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서귀포시의 국회 대표 공백을 메울 보궐선거가 6월 3일 치러진다. 이번 선거의 핵심은 누가 서귀포 현안을 법과 예산으로 끌어올릴 수 있느냐다. 감귤과 수산업, 관광, 의료, 교통, 제2공항, 4·3 후속 과제를 국회 의제로 만들 후보가 누구인지가 막판 표심의 기준으로 떠올랐다.
서귀포시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더불어민주당 김성범 후보와 국민의힘 고기철 후보의 맞대결로 치러지고 있다. 이번 선거는 위성곤 전 국회의원이 제주도지사 선거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내려놓으면서 실시됐다. 당선자는 4년 전체 임기가 아니라 전임자의 잔여임기를 수행한다. 제22대 국회 임기가 2028년 5월 29일까지인 만큼 이번 당선자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2년가량이다.
짧은 임기는 이번 선거의 중요한 맥락이다. 당선자는 국회 적응에 시간을 오래 쓸 수 없다. 어느 상임위원회에서 서귀포 현안을 다룰지, 정부 예산 편성 과정에 어떻게 개입할지, 제주도정과 서귀포시, 도의원, 지역 단체와 어떤 협력 구조를 만들지가 곧바로 시험대에 오른다. 보궐선거의 기준은 즉시 전력에 가깝다.
국회의원은 법안을 만들고 예산을 확보하며 중앙정부를 견제하고 지역 현안을 국가 의제로 연결하는 자리다. 서귀포 유권자가 따져야 할 기준도 다르다. 행정 약속보다 입법 전략, 국비 확보 능력, 상임위 선택, 중앙부처 설득력이 중요하다.
서귀포는 구조적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감귤과 월동채소, 수산업은 생산비와 인건비, 물류비, 기후위기 부담을 겪고 있다. 관광산업은 회복세에도 체류형 소비와 원도심 상권 연결이 충분하지 않다. 서귀포의료원과 응급·분만·소아 진료 체계는 정주 여건과 직결된다. 청년 유출, 읍면지역 고령화, 교통 접근성, 혁신도시 활성화도 국회의 지원이 필요한 현안이다.
김성범 후보는 중앙부처 행정 경험을 앞세운다. 해양수산부 차관을 지낸 이력을 바탕으로 서귀포의 물류와 의료, 미래산업을 국가 정책과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핵심 공약은 물류 혁신, 공공의료 강화, 지속 가능한 미래산업 육성이다. 서귀포 현안을 설계하고 정부 정책망 안으로 넣겠다는 전략에 가깝다.
고기철 후보는 현안 돌파와 지역경제 회복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제주경찰청장과 국민의힘 제주도당 위원장을 지낸 이력을 바탕으로 제2공항 조속 추진과 4·3 재산피해 보상, 1차산업 지원을 강조한다. 제2공항 특별법과 동부권 성장 전략을 통해 멈춰선 서귀포를 다시 뛰게 하겠다는 메시지를 부각하고 있다.
두 후보의 차이는 서귀포 문제를 푸는 방식에서 갈린다. 김 후보는 중앙 행정과 정책 설계를 통한 '국가 정책 연결형'에 가깝다. 고 후보는 제2공항과 4·3 보상, 1차산업 지원을 앞세운 '현안 돌파형'에 무게를 둔다. 유권자의 선택은 서귀포에 지금 필요한 국회 역할이 정교한 설계인지, 강한 추진력인지에 모아진다.
농수산물 물류비는 두 후보 모두 외면하기 어려운 쟁점이다. 김 후보는 서귀포항을 농수산물 특화 물류 전담 항만으로 활용하고 공공 팔레트 공유 시스템과 콜드체인 구축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물류 체계를 바꿔 산지 유통 비용을 낮추겠다는 접근이다. 고 후보는 유통·물류비 국가책임제와 농어업인 월급제, 농업재해보험 보장 확대를 내세운다. 농어가 소득을 직접 보완하고 국가 책임을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비교 지점은 분명하다. 김 후보의 물류 공약은 항만과 유통 인프라를 바꾸는 구조 개편형이다. 고 후보의 농어업 공약은 농어민 소득과 비용 부담을 줄이는 직접 지원형이다. 서귀포 농어촌 입장에서는 물류 구조 개선과 소득 안정 장치가 모두 필요하다. 관건은 어느 후보가 관련 법률과 국비, 부처 협의를 더 빠르게 끌어낼 수 있느냐다.
공공의료는 김 후보가 상대적으로 더 전면에 배치한 분야다. 김 후보는 서귀포의료원의 필수·응급의료 기능 강화와 소아과, 산부인과, 심야약국 확충을 제시했다. 상급병원 헬기 이송 체계와 읍면지역 응급의료망, 공공요양병원과 공공 산후조리원 지원도 공약에 포함했다. 서귀포 의료 문제를 지역 민원이 아니라 국가 공공의료 체계 안에서 풀겠다는 접근이다.
고 후보는 공공의료보다 제2공항과 지역경제 회복, 1차산업 지원을 더 강하게 부각해 왔다. 다만 서귀포 의료 공백은 누가 당선되더라도 피할 수 없는 생활 현안이다. 응급과 분만, 소아 진료가 약한 지역은 청년과 신혼부부의 정착에도 불리하다. 국회의원은 보건복지부 예산, 공공의료 인력 제도, 의료 취약지 지원 체계를 함께 움직여야 한다.
제2공항은 두 후보의 차이가 가장 선명한 쟁점이다. 고 후보는 제2공항을 서귀포 미래 인프라로 보고 조속 추진과 특별법 제정을 강조한다. 항공정비와 드론, 항공IT 산업을 연계해 동부권 성장축을 만들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김 후보는 물류와 의료, 미래산업을 중심에 놓고 있으며, 토론회에서는 제2공항 추진 의지를 둘러싼 공방이 벌어졌다.
4·3 후속 과제도 서귀포 국회의원이 외면할 수 없는 의제다. 고 후보는 4·3 재산피해 보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소개작전 등으로 발생한 실질적 재산 피해와 과거 공익사업 명목으로 수용된 토지 문제를 국가 보상 의제로 끌어올리겠다는 입장이다. 김 후보의 핵심 3대 공약은 물류와 의료, 미래산업에 집중돼 있다. 다만 4·3 후속 과제는 제주 전체의 국가 책임 문제인 만큼 어느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입법과 예산으로 다뤄야 할 과제다.
관광산업은 방문객 체류와 소비 구조가 중요하다. 서귀포는 자연자원과 원도심, 항만, 혁신도시, 헬스케어타운, 예래휴양단지 등 여러 자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사업 정상화와 지역 상권 연결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김 후보는 생태·치유관광과 마이스 산업, 미래산업 연계를 강조한다. 고 후보는 제2공항과 말산업, 관광·스포츠·치유 산업을 묶은 지역경제 재편에 무게를 둔다.
미래산업에서도 접근 방식은 다르다. 김 후보는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AI, 바이오, 해양산업을 1차산업과 관광에 결합하는 구상을 내세운다. 고 후보는 제2공항을 중심으로 항공정비와 드론, 항공IT 산업을 키우는 동부권 발전 전략을 강조한다. 김 후보가 기존 산업의 고도화와 정책 연계를 말한다면, 고 후보는 대형 인프라를 통한 성장축 전환을 앞세우는 흐름이다.
서귀포의 문제는 어느 한 공약으로 풀리지 않는다. 농수산물 물류비는 항만과 유통, 도로와 선박, 국비 지원이 함께 움직여야 낮아진다. 의료 공백은 병원 시설만이 아니라 의사 인력과 응급 이송 체계, 공공의료 재정이 맞물려야 한다. 관광 회복은 숙박과 음식점 매출을 넘어 원도심과 읍면 상권까지 이어져야 한다. 제2공항은 속도뿐 아니라 환경성과 주민 수용성을 함께 확보해야 한다.
서귀포시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지역 대표 공백을 메우는 절차다. 동시에 서귀포의 목소리를 국회와 중앙정부에 다시 연결하는 선택이다. 남은 임기는 길지 않다. 법안 발의와 예산 확보, 상임위 활동과 부처 협의에서 곧바로 성과를 내야 한다. 서귀포 몫을 찾아올 입법·예산형 대표성이 막판 표심을 가를 전망이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