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혁신 보호 위해 韓 변리사 비밀유지권 도입 필요"
지재권컨퍼런스 강연자 인터뷰
데이비드 마이오라나 변호사
K디스커버리, 상생협력법 도입
증거 접근성만 확대하면 부작용
의뢰인-변리사 소통 법적보호로
상호 보완적 균형 설계 다가가야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에 있어 변리사와 의뢰인 간의 비밀유지권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4일 미국 지식재산(IP) 소송 분야를 대표하는 글로벌 로펌 존스 데이의 데이비드 마이오라나 파트너 변호사는 17일 열리는 제16회 국제지식재산보호컨퍼런스를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의 변리사 비밀유지권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약 30년간 특허분쟁을 수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이 핵심 기술과 법률전략을 안심하고 전문가와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며 "디스커버리와 비밀유지권은 상호 보완적인 제도로 설계돼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특허청(USPTO) 심사관 출신인 마이오라나 변호사는 현재 미국 IP 분야 최상위권 로펌으로 꼽히는 존스 데이에서 특허소송과 기술분쟁을 담당하고 있다. 특허 실무와 소송 경험을 모두 갖춘 전문가로 평가받는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 미국 디스커버리 제도의 실제 운영 방식과 한국이 제도 설계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밝혔다.
■"디스커버리, 특허소송 핵심 절차"
마이오라나 변호사는 미국 특허소송에서 디스커버리가 사건의 향방을 좌우하는 핵심 절차라고 설명했다.
디스커버리는 연방민사소송규칙에 따라 진행되는 재판 전 증거개시 절차로, 당사자들이 상대방 또는 제3자로부터 사건과 관련된 문서와 정보를 확보하는 과정이다. 올 초 우리나라에서도 법원이 지정한 전문가가 직접 현장을 조사해 증거를 확보하는 '한국형 증거개시제도(K-디스커버리)' 도입을 골자로 한 '상생협력법'이 개정됐다.
마이오라나 변호사는 "디스커버리의 핵심은 제출 부담"이라며 "당사자가 스스로 관련 자료를 수집·검토해 상대방에게 제출해야 한다는 점이 미국 소송제도의 중요한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의 디스커버리 절차와 관련해 한국 기업들이 가장 유의해야 할 점으로 한국 기업들은 제출 부담이 적극적이면서도 광범위하다는 점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을 꼽았다. 적극적이라는 것은 상대방의 요청을 기다리지 않고도 당사자가 증인의 신원, 관련 문서, 손해배상 산정자료 등 일정한 정보를 스스로 선제적으로 공개해야 한다는 뜻이며 광범위하다는 것은 자기 주장에 유리한 증거뿐 아니라 불리한 증거도 함께 제출해야 한다는 의미다.
마이오라나 변호사는 "미국 소송에서는 분쟁 쟁점과 관련성이 있는 문서는 원칙적으로 디스커버리 대상이 되며, 예외는 인정된 비밀특권(privilege)이 존재하는 경우에 적용된다"고 말했다.
■"디스커버리, 비밀유지권 함께 설계돼야"
마이오라나 변호사는 한국 역시 변리사와 의뢰인 간 비밀유지권을 도입함으로써 상당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제도의 실효성을 위해서는 입법적 명확성과 디스커버리와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디스커버리 제도를 도입하거나 확대하는 국가라면 변리사와 의뢰인 간 비밀유지권의 범위를 법률로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며 "디스커버리는 증거 접근성을 확대하는 제도이고, 비밀유지권은 정당한 법률자문을 보호하는 제도인 만큼 양자가 균형을 이루도록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확대된 디스커버리는 기업으로 하여금 민감한 기술정보를 변리사와 공유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문서화하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 수 있다"며 "이는 효과적인 법률대리 뿐 아니라 혁신 자체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러한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법률자문을 얻기 위해 이루어진 의뢰인과 변리사 간 기술적·법률적 커뮤니케이션 역시 보호 범위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그는 한국의 제도 논의가 중요한 전환점에 있다고 평가했다. 마이오라나 변호사는 "특허분쟁이 점점 복잡해질수록 기업들은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에게 더욱 의존하게 될 것"이라며 "정책입안자들은 디스커버리와 비밀유지권을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 함께 설계해야 할 제도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은 공정한 증거 접근과 기업의 핵심 기술 보호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도록 제도를 처음부터 올바르게 설계할 기회를 살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