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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일 칼럼] 지방선거의 교훈은 '정쟁'이 아닌 '민생'

노동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6.04 18:37

수정 2026.06.04 18:37

'정치과잉'이 휩쓸고 간 지선
여당 승리, 야당 패배로 귀결
부실 선거관리로 갈등 증폭
공소취소 특검도 국정 뇌관
여야 당내 재편 내홍 가능성
민심의 주문은 '내 삶의 변화'

노동일 주필
노동일 주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지역 일꾼을 뽑는다는 지방선거의 본질은 중앙 정치권의 개입으로 퇴색한 지 오래다. 특히 이번에는 전현직 대통령까지 참전하는 '정치과잉'이 두드러진 선거였다. 오세훈 서울시장, 추경호 대구시장 당선으로 야당이 전패는 면했지만 전체적으로 여당 승리, 야당 패배로 귀결되었다. 선거가 끝난 지금 대한민국에 시급한 것은 선거 과정에서 분출된 정치과잉의 에너지를 가라앉히는 일이다.

여야 모두 국민의 삶을 먼저 돌보는 '안정된 국정운영'의 정상 궤도로 속히 복귀해야 한다. 문제는 선거 과정의 격랑이 계속되거나 오히려 증폭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이다.

선거 당일 서울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사상 초유의 오점을 남겼다. 준비된 용지가 소진되면서, 많은 유권자가 발길을 돌리거나 밤늦게까지 대기해야 했다. 국민의 가장 신성한 권리마저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는 부실한 선거 관리는 그 자체로 정치권 갈등의 기폭제가 되었다. 선거소송 등으로 후유증이 얼마나 오래갈지도 가늠하기 어렵다. 투표 못한 유권자 숫자, 동일한 시점에서 유권자의 의사가 집약되어야 한다는 원칙의 훼손, 출구조사 결과를 접한 유권자 표심의 왜곡 등 따져야 할 일이 많다. 오 시장 당선 여부나, 선거법을 들먹이며 일축할 사건이 아니다.

선거 이후 정국의 뜨거운 감자는 단연 이재명 대통령의 공소취소 문제를 둘러싼 정치권의 대립이다. 법치주의 원칙과 정치적 거래의 정면충돌 양상은 사법적 영역마저 진영 논리의 전장으로 끌어들일 것이다. 공소취소를 위한 특검 논란은 향후 국정 현안을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될 공산이 크다. 고스란히 국정운영 동력의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공소취소 특검법안이 선거정국의 분수령이 되었고, 국정운영의 성공이 미래 안전을 보장한다는 사실을 돌아보아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의 권력지형 변화 역시 격랑을 예고한다. 선거 결과에 따른 책임론 및 정국 주도권 향배와 맞물려 당 내부에서는 정청래 대표 교체 여부를 둘러싼 파열음이 이미 들려오고 있다. 여권의 권력지형 재편은 단순한 지도부 교체를 넘어서는 일이다. 차기 총선과 대선까지 염두에 둔 주도권 다툼이기에 친명·비명, 친청·반청 양측은 정치생명을 걸고 사력을 다할 수밖에 없다. 여당 전체를 극단적 내홍으로 몰고 갈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일이라 우려스럽다.

국민의힘도 폭풍 전야다. 한동훈 당선인의 등장은 야권 정계 개편의 도화선이 될 것이다. 그는 국민의힘에서 제명된 후 무소속으로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극적으로 생환한 서사를 지닌 인물이 되었다. '한동훈 의원'의 정치적 파급력은 당의 권력 주도권을 둘러싼 친윤과 비윤의 정면충돌을 불가피하게 만들고 있다. 선거 패배의 후폭풍 속에서 촉발될 당내 갈등은 국민의힘을 쇄신 혹은 분열의 갈림길로 내몰 가능성이 크다.

선거가 끝났지만 대한민국 정치는 또다시 극단적 대결주의에 빠질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선거가 남긴 상흔과 갈등을 치유하기도 전에 각 정당이 눈앞의 당권과 정쟁에만 몰두한다면, 정치는 국민의 삶으로부터 철저히 고립될 것이다. 우리가 지금의 정치 과열을 걱정하는 이유는 민생의 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기 때문이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서민 경제의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생존전략을 찾아야 하는 산업계의 냉혹한 현실은 정치권의 한가한 정쟁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

선거 기간에 보여준 진영 간의 '정치과잉'은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는 유용했을지 몰라도 산적한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고 경제를 살리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야 정치권은 이제 선거 승패라는 룰렛게임에서 벗어나 이성을 되찾아야 한다. 여권은 선거 결과에 자만해 입법권을 무기로 독주하거나 내부 권력투쟁에 골몰해서는 안 된다. 야당 역시 책임을 남 탓으로 돌리며 당내 분열로 가서는 안 될 것이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해답은 오직 '국정의 안정'에 있다. 행정부와 입법부, 그리고 이번에 새로이 선출된 지방정부가 함께 민생안정과 경제회복이라는 공동 목표를 향해 전력을 다해야 할 때다. 정치가 국민의 삶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정국을 걱정해야 하는 정치과잉의 시간은 이제 종식되어야 한다.


전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선거 결과가 드러나면서 희비는 교차했고, 대한민국 정치는 또 한 번의 분수령을 맞이했다. 6·3 지방선거를 통해 드러난 진짜 민심은 정치 경쟁의 승자가 누구인지를 묻는 것이 아니다.
누가 더 안정적으로 나라를 이끌고 내 삶을 편안하게 만들어 줄 것인가에 방점이 찍혀 있음을 정치권은 깨달아야 한다.

dinoh7869@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