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제주 해수욕장 개장 전부터 물놀이 사고… 스노클링 안전 비상

정용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구좌 해변서 30대 관광객 숨져 삼양해수욕장 10대는 민간인이 구조 중문색달 인근 외국인 관광객도 구조 지정 해수욕장 24일부터 공식 개장 비지정 해안·포구 안전관리 사각 구명조끼·기상 확인·혼자 입수 금물

제주시 한경면 판포포구를 찾은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 제주에서는 공식 해수욕장 개장을 앞두고 스노클링과 수영 중 사고가 잇따르면서 개장 전 해안 안전관리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주시 한경면 판포포구를 찾은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 제주에서는 공식 해수욕장 개장을 앞두고 스노클링과 수영 중 사고가 잇따르면서 개장 전 해안 안전관리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 해수욕장 공식 개장을 앞두고 관광객 물놀이 사고가 잇따르면서 개장 전 해안 안전관리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성수기 전이라도 스노클링과 수영, 다이빙을 즐기는 관광객이 이미 바다로 들어가고 있는 만큼 지정 해수욕장 밖 안전 사각지대를 촘촘히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제주도소방안전본부와 해경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3시 32분께 제주시 구좌읍 한 해변에서 스노클링을 하던 30대 관광객이 물에 빠졌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행인은 바다에서 구조 요청 소리를 듣고 신고했고, 주변 다이버들이 관광객을 구조했다. 119구급대가 심폐소생술을 하며 병원으로 옮겼지만 숨졌다.

같은 날 오후 6시 26분께는 서귀포시 색달동 중문색달해수욕장 인근 해상에서 수영하던 칠레 국적 20대 남성이 파도에 떠내려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남성은 주변 서핑객들에게 구조됐고, 119구급대 확인 결과 건강에 큰 이상이 없어 귀가했다.

앞서 지난 5월 31일 오후 4시 22분께에는 제주시 삼양해수욕장에서 물놀이하던 10대가 물에 빠지는 사고도 있었다. 인근 해상에서 카약을 타던 민간인이 구조했고, 구조된 10대는 저체온증 증상으로 병원에 옮겨졌다.

세 사고는 여름 해수욕장 정식 개장 전 발생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제주지역 지정 해수욕장 12곳은 오는 24일부터 9월 6일까지 75일간 운영된다. 운영 시간은 기본적으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 7월 15일부터 8월 15일까지는 일부 해수욕장의 운영 시간이 연장된다.

개장 전 해변은 관광객 눈에는 바다를 즐길 수 있는 공간처럼 보이지만 안전관리 체계는 성수기와 다르다. 해수욕장 공식 운영 기간에는 안전요원 배치, 수영 가능 구역 표시, 기상 상황에 따른 입수 통제, 구조 장비 운영이 체계적으로 이뤄진다. 반면 개장 전이나 비지정 해안, 포구, 갯바위에서는 관리가 제한적이다.

스노클링은 특히 위험도가 높다. 장비가 간단하고 접근하기 쉬워 보이지만 조류와 파도, 수심, 체력 소모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물속을 오래 들여다보다가 해류에 밀리거나 체력이 떨어질 수 있다. 바람과 파도가 강한 날에는 얕아 보이는 해안에서도 순식간에 몸이 떠밀린다.

지난해 제주 물놀이 사고 통계도 같은 경고를 보여준다.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 제주 해수욕장 등 해안에서 물놀이 사망사고 6건이 발생했고, 이 가운데 3건이 스노클링 중 발생했다. 사고 장소도 곽지해수욕장과 김녕리 세기알 포구, 성산일출봉 해안가 등으로 넓었다. 제주도는 당시 조류와 파도, 깊은 수심, 체력 소모를 위험 요인으로 보고 구명조끼 착용과 안전구역 유영을 당부했다.

제주 해안 안전 문제는 올해 불거진 사안이 아니다. 해경 집계 기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제주지역 항구·포구에서 다이빙 사고 24건이 발생했고, 6명이 숨졌다. SNS에서 다이빙과 스노클링 명소로 알려진 포구와 비지정 해안에 관광객이 몰리면서 지정 해수욕장 중심의 안전관리만으로는 사고를 막기 어려워졌다.

관광 방식도 바뀌었다. 과거에는 지정 해수욕장 중심의 물놀이가 많았다. 최근에는 SNS와 여행 콘텐츠를 통해 포구, 숨은 해변, 스노클링 명소, 다이빙 포인트가 빠르게 알려지고 있다. 관광객이 찾는 장소는 넓어졌지만 안전요원과 구조 장비가 상시 배치되는 구역은 제한적이다.

개장 전 물놀이 사고는 제주 관광 안전의 사각지대를 보여준다. 공식 해수욕장 운영 기간 밖에도 관광객은 바다로 들어간다. 6월 초 제주 바다는 낮 기온이 오르면서 입수 욕구가 커지지만 수온, 조류, 바람은 몸으로 느끼는 것보다 위험할 수 있다. 해수욕장 개장 전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관광객도 적지 않다.

관광객 스스로의 안전수칙도 중요하다.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스노클링과 혼자 하는 입수는 위험하다. 기상특보와 풍랑, 파도 높이, 이안류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 술을 마신 뒤 입수하거나 낯선 해안에서 깊이를 확인하지 않고 들어가는 행동도 피해야 한다. 수영 실력과 스노클링 경험을 과신하는 것도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동행자와의 안전 확인도 필요하다. 스노클링은 얼굴이 물속에 있어 주변에서 이상 징후를 늦게 알아차릴 수 있다. 물에 들어가기 전 입수 시간과 이동 범위를 정하고, 서로 위치를 확인해야 한다. 어린이와 초보자는 보호자와 함께 안전구역 안에서만 물놀이해야 한다.

행정의 과제도 분명하다. 제주도와 해경, 소방은 해수욕장 개장 전부터 관광객이 몰리는 해안과 포구를 중심으로 순찰과 안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물놀이 금지·위험 안내문을 더 잘 보이는 곳에 세우고, 다국어 안내와 QR 기반 기상·안전 정보 제공도 검토할 수 있다. 렌터카, 숙박업소, 스노클링 장비 대여점과 연계한 사전 안내도 효과적이다.

제주 관광의 경쟁력은 아름다운 바다에만 있지 않다.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환경을 갖췄는지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물놀이 사고가 반복되면 관광객 개인의 비극을 넘어 제주 관광 신뢰에도 영향을 준다. 개장 전과 폐장 후, 비지정 해안까지 포함한 안전관리 체계를 촘촘히 짜야 하는 이유다.

올여름 제주 바다는 6월 24일 공식 개장을 시작으로 75일간 피서객을 맞는다. 그러나 사고는 이미 개장 전부터 시작됐다. 관광객에게는 바다를 즐기기 전 안전을 먼저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행정에는 성수기 중심 안전관리에서 사전 예방 중심 관리로 전환하는 대응이 요구된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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