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기초연구 R&D 지원 방침 중 두드러지는 특징은 청년 연구자에 대한 다양한 지원, 우수 연구자에 대한 장기적 안정적 지원, 개인 연구를 넘어선 기관 차원의 연구생태계 강화, 그리고 지역 R&D의 활성화 등이다. 과학연구 성과의 대국민 홍보에도 힘을 써서 기초연구의 중요성을 체감하게 하겠다는 방향성도 바람직하다고 본다. 다만 준비 없이 진행된 지난 정부의 글로벌 R&D 사업에 대한 반작용으로 해외관련 연구지원을 지나치게 축소하지는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 인재가 해외 지식의 큰 바다에서도 헤엄칠 수 있도록 단단히 지원하는 일도 병행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지난 정부에서 벌어진 기초연구진흥협의회 회의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당시 기초연구예산을 대폭 삭감하고는 기초연구의 방향 자체도 수월성 위주의 연구로만 집중하겠다는 정책 기조가 제시되었던 때였다. 기초연구는 도전적 연구를 다양하게 수행할 수 있어야 탁월한 성과가 나온다. 다양성은 배제하고 수월성만 추구하겠다면 그건 기초연구 진흥과는 거리가 먼 철학이라는 점이 너무나 명확했다. 당시 회의에서 일부 위원이 사퇴하는 등 위기가 고조되었지만 결국 기초연구의 방향을 '다양성 위의 수월성' 으로 재정립하자는 절충안으로 기초연구진흥협의회의 회의 파행을 막을 수 있었다. 그런데, 바로 '다양성 기반의 수월성' 기조가 새 정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모든 기초연구 진흥사업의 실질적인 기반이 되어 있어서 참으로 다행이다.
아무런 협의나 공감대 없이 하루 아침에 정부 R&D가 무너질 수 있다는 충격적 경험은 학문후속세대로 하여금 기초연구에 몰입해서 얻을 수 있는 보람의 크기보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의 크기가 훨씬 크게 느껴 지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다행히 지난 1년간 현장 목소리에 과기정통부와 교육부가 귀를 기울였다. 그 덕에 젊은 연구자 지원이 두터워 졌고 기회의 폭도 넓어졌다. R&D 예산 대폭 삭감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국가 예산의 10%를 기초연구에 투자토록 하는 '기초연구진흥법의 개정안'이 국회에 올라가 있으니 통과를 희망해 본다. 없던 길을 새롭게 찾아 가는 것이 선진국 대한민국의 기초연구가 가야 할 길이다. 가다 보면 길이 된다.
이준호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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