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기고

[기고] 새 정부 1년, 기초연구의 새로운 길 열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6.07 18:08

수정 2026.06.07 18:08

이준호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이준호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새 정부 출범 1년이 지났다. 과거에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찬바람이 기초연구 생태계를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그 복원을 위한 힘찬 여정의 시간도 1년이 벌써 지난 것이다. 지난 1년간 예산의 복원을 넘어 기존의 예산보다 확대되는 등, 기초연구 생태계는 이제 회복의 과정 중에 있다. 기초연구에 대한 지원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의 확보가 국가 경쟁력의 출발점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새 정부의 기초연구 R&D 지원 방침 중 두드러지는 특징은 청년 연구자에 대한 다양한 지원, 우수 연구자에 대한 장기적 안정적 지원, 개인 연구를 넘어선 기관 차원의 연구생태계 강화, 그리고 지역 R&D의 활성화 등이다. 과학연구 성과의 대국민 홍보에도 힘을 써서 기초연구의 중요성을 체감하게 하겠다는 방향성도 바람직하다고 본다. 다만 준비 없이 진행된 지난 정부의 글로벌 R&D 사업에 대한 반작용으로 해외관련 연구지원을 지나치게 축소하지는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 인재가 해외 지식의 큰 바다에서도 헤엄칠 수 있도록 단단히 지원하는 일도 병행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지난 정부에서 벌어진 기초연구진흥협의회 회의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당시 기초연구예산을 대폭 삭감하고는 기초연구의 방향 자체도 수월성 위주의 연구로만 집중하겠다는 정책 기조가 제시되었던 때였다. 기초연구는 도전적 연구를 다양하게 수행할 수 있어야 탁월한 성과가 나온다. 다양성은 배제하고 수월성만 추구하겠다면 그건 기초연구 진흥과는 거리가 먼 철학이라는 점이 너무나 명확했다. 당시 회의에서 일부 위원이 사퇴하는 등 위기가 고조되었지만 결국 기초연구의 방향을 '다양성 위의 수월성' 으로 재정립하자는 절충안으로 기초연구진흥협의회의 회의 파행을 막을 수 있었다. 그런데, 바로 '다양성 기반의 수월성' 기조가 새 정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모든 기초연구 진흥사업의 실질적인 기반이 되어 있어서 참으로 다행이다.

아무런 협의나 공감대 없이 하루 아침에 정부 R&D가 무너질 수 있다는 충격적 경험은 학문후속세대로 하여금 기초연구에 몰입해서 얻을 수 있는 보람의 크기보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의 크기가 훨씬 크게 느껴 지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다행히 지난 1년간 현장 목소리에 과기정통부와 교육부가 귀를 기울였다. 그 덕에 젊은 연구자 지원이 두터워 졌고 기회의 폭도 넓어졌다.
R&D 예산 대폭 삭감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국가 예산의 10%를 기초연구에 투자토록 하는 '기초연구진흥법의 개정안'이 국회에 올라가 있으니 통과를 희망해 본다. 없던 길을 새롭게 찾아 가는 것이 선진국 대한민국의 기초연구가 가야 할 길이다.
가다 보면 길이 된다.

이준호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