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는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에 '탱크데이' 프로모션을 시작하면서 현대사의 아픔을 희화화했다. 비난이 쏟아지자, 정용진 회장은 대표이사와 담당 임원을 해임했다. 반나절 만이었다. 그러나 여론은 정용진 회장의 정치 성향에 주목했다. 오너가 계열사의 프로모션까지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 그러나 오너의 성향은 조직의 문화에 스며들 수밖에 없다. 이번 스타벅스 논란은 그런 점에서 새로운 형태의 오너리스크다.
1966년 당시 비료는 국가의 핵심 산업이었다. 삼성 계열사인 한국비료공업은 울산에 세계적 규모의 공장을 짓고 있었다. 그런데 건설자재를 수입하면서 사카린 원료를 밀반입했다. 식용 사카린을 제조해 이익을 취하려 했다는 의혹이 있었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였다. 이병철 회장은 한국비료를 국가에 헌납했고, 관련 임원인 차남과 함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로부터 1년5개월 후 경영에 복귀했고, 1969년 삼성전자를 설립했다.
2014년 대한항공의 '땅콩회항' 사건도 사회를 들끓게 했다. 조현아 당시 대한항공 부사장은 승무원의 기내 서비스가 맘에 들지 않자 이륙하려던 여객기를 강제로 되돌렸다. 이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갑질에 그치지 않았다. 총수 일가의 지배구조 문제로 번졌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직접 사과했고, 당사자도 부사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여론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다만 불매운동은 오래가지 않았다. 아무리 미워도 외국에 가려면 대한항공을 타야만 했다. 마침 해외유행 붐이 일었었다.
스타벅스의 오너리스크는 생각보다 오래갈 수 있다. 과거 삼성은 기업 헌납과 회장 퇴진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그리고 삼성전자라는 획기적 전환점을 만들었다. 스타벅스는 사과와 임원 해임 그리고 행사를 기획한 실무팀을 해산한 것밖에 없다. 정용진 회장은 이번 문제를 마케팅 실수와 검수 실패쯤으로 본 듯했다. 시간이 흐르면 해결될 거란 생각은 버려야 한다. 대한항공처럼 수요 폭발과 독과점적 시장 구조의 덕을 기대할 수 없다. 커피는 대체재가 많아 스타벅스 말고 갈 곳이 많기 때문이다.
스타벅스의 오너리스크는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 그 대신 소비자의 감정과 기억에 더 오래 남을 것이다. 오너리스크가 무서운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 관건은 스타벅스의 출구전략이다. 오히려 오너리스크를 스스로 도려내야 한다. 오너의 성향과 기업 운영을 분리하고, 조직의 문화를 바꿔야 한다. 시장과 소비자가 인정할 때까지 변화하고, 신뢰를 쌓아야 한다. 스타벅스가 존경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