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시황·전망

코스피 덮친 금리·환율·AI 공포…엇갈린 증권가 진단

배한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6.08 16:16

수정 2026.06.08 16:16


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시스
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금리와 환율, 인공지능(AI)을 둘러싼 우려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면서 코스피가 '검은 월요일'을 맞았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급락을 금리·환율 재평가에 따른 일시적 조정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만, AI 투자 사이클의 지속 가능성을 점검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가에서는 이날 증시 급락의 배경으로 금리 인상 우려, 엔비디아 '베라 루빈' 메모리 탑재량 축소 논란, 원·달러 환율 급등 등을 꼽는다. 브로드컴 실적과 빅테크 자금조달 부담까지 겹치며 AI 투자 사이클 논쟁도 커지고 있다.

미국 고용지표는 증시 부담을 키운 직접적인 계기로 봤다.

미국 5월 비농업 신규 고용자 수가 17만2000명 증가하며 시장 예상치인 8만5000명 수준을 크게 웃돌자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하고 금리 인상 가능성이 다시 부각됐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이번 고용 호조가 월드컵 관련 서비스업과 지방정부 채용 확대 영향이 큰 만큼 금리 인상 우려를 과도하게 반영할 필요는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레저·접객 부문 고용이 7만명, 지방정부 고용이 5만5000명 증가해 전체 신규 고용의 73%를 차지했다"며 "월드컵 관련 서비스 수요와 지방정부 고용에 집중된 만큼 연준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낮추는 완화적 동결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업종에서는 엔비디아 차세대 플랫폼을 둘러싼 논란도 투자심리를 흔들었다. 시장에서는 베라 루빈에 들어가는 저전력D램(LPDDR) 탑재량이 기존 예상보다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확산됐다. 투자자들이 이를 메모리 수요 둔화 신호로 받아들이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메모리 업체에 대한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LPDDR 탑재량 축소 가능성에 대해 수요가 줄었다기보다 공급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사양 조정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부터 내년까지 엔비디아가 LPDDR의 최대 구매자가 될 것"이라며 "LPDDR의 탑재량은 줄인다면 AI 수요 둔화가 아닌 베라 루빈의 출하를 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공급 제약 대응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분석했다.

환율 불안도 부담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550~1560원대까지 치솟으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수급 불안이 커졌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주가 매력보다 환차손 리스크가 먼저 부각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반대로 환율 상승이 수출기업 실적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김준영 iM증권 연구원은 "오히려 고환율 기조가 반도체 외에 다른 수출 산업들의 가격 경쟁력을 지탱해 주는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며 "고환율이 시장 전체의 밸류에이션에는 부담일지라도 수출 대기업들의 실적에는 오히려 긍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정을 단순 차익실현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제기한다.
일부 증권사에서는 단기 조정 국면에서 코스피 지지선이 7000선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브로드컴 실적 발표 이후 AI 투자 확대 기대가 다소 약화된 데다 알파벳의 대규모 유상증자와 메타의 유상증자 검토설 등으로 빅테크의 자금조달 부담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는 지적이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만약 빅테크 기업들이 연쇄적인 유상증자를 단행할 경우 단기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며 "기업의 자본 조달 순서상 가장 최후의 수단인 유상증자까지 손을 댄다는 것은 자본조달 비용 부담이 맨 밑바닥까지 가중되고 있다는 명백한 신호"라고 덧붙였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