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장중 1555원을 돌파했다. 개장 기준으로는 17년3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환율은 이미 15거래일 연속 150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장 구간이다.
외환당국의 대응 역시 큰 흐름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두 차례 구두개입성 발언이 있었지만 시장을 움직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환율은 1500원대를 굳혀갔고, 경고신호는 계속 쌓여갔다. 그런데도 위기에 걸맞은 대응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결국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환율이 1550원을 넘어서자 외환당국은 긴급회의를 열고 과도한 변동성과 일방향 쏠림현상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을 내놓았다.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거래와 투기적 거래에 대한 경고도 이어졌다. 늦었지만 필요한 조치다. 환율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당연히 더 이른 단계에서 논의됐어야 할 대응이기도 하다.
물론 최근 환율 상승에는 중동 정세 불안, 미국 금리 전망, 글로벌 달러 강세 등 외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외환당국이 지목한 역외 NDF 거래 역시 단기적인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일 수 있다. 그러나 시장은 개별 요인의 나열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원인 설명의 반복이 아니라 정책신호에 대한 신뢰의 회복이다.
늦었지만 외환당국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회의의 횟수도, 발언의 수위도 아니다. 정책이 실제로 기대와 흐름을 바꿀 수 있는가, 그 단 하나다. 지금부터가 진짜 시험대다.
1550원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시장이 오랫동안 보내온 경고의 누적된 결과다. 문제는 그 경고가 충분히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못했다는 데 있다. 위기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한동안 그 안에 있었고, 다만 그것을 위기로 인식하지 못한 채 익숙해지고 있었을 뿐이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금융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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